여자 셋이 강원도 뚜벅이여행
강원도 정선 운탄고도 여행을 갔었다. 그때 SNS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상품은 무려 켄싱턴리조트 숙박권! 밤부, 줄리와 함께 간 여행에서 당첨된 상품이기에 숙박권을 다시 한번 같이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강원도 속초+고성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뚜벅이로 다니기로 했다. 각자 사는 곳에서 가까운 시외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동네에서 속초로 가는 버스는 오전 6:50차였다. 6시에 일어나서 대충 씻고 6:25분에 나와서 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사실 눈앞에서 버스를 하나 놓쳐서 도착 시간이 너무 간당간당했다. 6:50차를 놓치면 그 다음차는 오후에나 있기 때문에 절대 놓치면 안됐다. 버스를 탈 수 있을까 너무 긴장이 됐다. 긴장을 해서일까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면 화장실에 들릴 시간이 있을까? 만약에 화장실에 못가고 버스를 탔는데 가다가 너무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속으로 별 생각을 다하며 초초하게 터미널로 향했다. 다행히 터미널에 도착하니 6:45이었다. 화장실에 갈 시간이 확보되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버스에 타니 6:49.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먹은 채로 긴장하고, 뛰어다니고, 화장실까지 갔다오니 갑자기 목이 너무 탔다. 무려 세시간을 답답한 차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버텨야 하는데 내가 이걸 견딜 수 있을까 걱정됐다. 그때 눈앞에 자판기가 보였다. 기사님께 가서 죄송한데 물 한병만 뽑아오겠다고 하고 물 한통 사서 버스에 탔다. 버스는 제시간에 출발했고 나는 버스 안에 있었다. 아침부터 버라이어티했다.
각 도시에서 출발한 일행 중 내가 탄 버스가 가장 빨리 속초에 도착했다. 무려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기에 카페에서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속초에 도착하여 화창한 아침햇살을 받으니 걱정과 초조로 버라이어티했던 아침은 잊고 상쾌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그래서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걸어갔다.
원래 가려한 카페가 문을 안 열어서 그 옆에 카페에 갔는데 훨씬 더 전망이 좋았다. 수협 건물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곳이라고 한다. 카페가 굉장히 넓었는데 아침이라 나밖에 없어서 더 좋았고, 창밖으로 펼쳐진 뷰도 정말 좋았다. 속초가 아니라 뉴욕의 브루클린 브릿지 느낌(물론 가본 적은 없지만..;;)ㅋㅋ 암튼 푸른 바다와 그 위로 시원하게 뻗은 다리가 멋져 보였다.
멋진 인생샷을 남겼어도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나 혼자 와서 찍어줄 사람이 없었고, 속초 시외버스터미널과는 걸어서 꽤 걸리기 때문에 잠깐 마시다가 다시 돌아가야 했다. 저녁에 왔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일행이 다 모이니 어느새 11:30이 넘었다. 화려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숙소에 짐도 갖다 놓아야 하고 등산도 해야 했기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터미널에서 가까운 국수가게에서 국수를 먹기로 했다. 메뉴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모두 6,000원)로 간단했다. 아침부터 뛰어다닌탓인지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국물이 달달한 것이 독특하면서도 맛있었다. 그리고 엄청 크고 푸짐한 계란말이가 들어가 있어서 꽤 든든했다.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에 가서 짐을 내려놓은 뒤 다시 택시를 타고 화암사 주차장으로 갔다. 생각보다 카카오 택시가 잘 잡혔다. 셋이서 택시비를 나눠내니 차를 렌트하는 것보다 가격도 저렴하게 나왔다.
화암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니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알고 보니 tvn에서 방영 예정인 사극을 촬영하고 있었다. 밤부가 연예인이 우리 바로 앞으로 지나갔다고 못봤냐고 했지만 나와 줄리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우리 중에 TV를 제일 안 보는 밤부만 유일하게 알아봤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위에 문을 지나 쭉쭉 올라가다 보면 화암사가 나온다. 화암사로 들어가지 않고 표지판을 따라 수바위 쪽으로 올라가면 그때부터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소나무인지 전나무인지 뾰족한 침엽수림이 가득한 숲을 따라 올라가게 된다. 정상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그러나 경사가 꽤 가팔라서 힘들다. 그래도 나무 계단 등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등산화가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도 괜찮았다.
올라가면 한쪽 방향으로는 이렇게 푸른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 보통 산에 올라가면 굽이굽이 흐르는 산을 구경하기 마련인데 하늘과 구분되지 않는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바다의 반대 방향을 바라보면 이렇게 위풍당당한 울산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진짜 멋있었다. 등산하면서 산 자체가 멋있다기보다는 뻥 뚫린 높은 곳에서 바라본 풍경이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곳은 산 자체가 정말 멋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점심이 지나서 올라오니 해가 울산 바위 뒤쪽에 있어서 사진이 역광으로 찍힌다는 것 ㅠㅠ 아침 일찍 올라왔다면 동해에서 뜨는 태양이 울산바위를 비춰서 더 멋있었을 것 같다.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일행들과 사진도 여유롭게 찍었다. 오후에 가니 사람도 별로 없었고, 성인대가 생각보다 평평하고 넓어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성인대 끝쪽으로 가면 사진이 더 잘 나온다고 하는데 셋다 쫄보라서 그냥 판판한 곳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인스타를 보면 이곳에서 진짜 멋지게 사진 찍는 사람들 많다. 대단쓰~~
여유롭게 구경해도 왕복 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숙소랑도 가깝고, 트레킹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바다와 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서 다음에 부모님이랑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을 마치고 속초 시내로 내려오니 4시였다. 시간이 애매하여 디저트를 먼저 먹으려고 했는데 디저트를 먼저 먹으면 저녁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것 같아서 저녁을 먹고 여유롭게 카페에 가자고 했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횟집을 검색해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원래는 오징어순대와 물회가 유명한 집인 것 같았는데 찬바람을 맞으며 등산을 해서 그런가 뜨끈한 국물이 땡겼다. 그래서 대구탕을 시켰다. 생선살이 탱글탱글 알차고, 또 국물은 매콤, 달콤, 뜨끈해서 밥 한 공기가 술술 넘어갔다. 뜨끈한 밥이 배를 채우니 찬바람 때문에 굳어있던 근육이 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좋았다.
생선 머리가 있었는데 '이런 건 아빠가 먹는 건데'라고 말하며 밤부가 먹었다. 뭔가 맏언니다웠다. ㅋㅋ
이른 저녁을 먹고 바로 근처 카페로 갔다. 창가 자리에 앉아 항구를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나란히 앉아 점점 어두워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오늘 찍은 사진을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결혼한 친구 얘기도 하고, 연애 얘기도 하고 그랬다. 셋 다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그래서 그런가 이런 얘기가 은근 재밌다. 현실과 동떨어진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라 그런가 싶다... 또르르
속초관광수산시장이 바로 길 건너에 있어서 숙소로 돌아가기 전 밤에 먹을 야식을 사기 위해 들렀다. 속초까지 왔는데 닭강정을 안 먹고 가기엔 섭섭하다. 닭강정도 사고 귤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른 저녁을 먹어서 그런가 안 들어갈 것 같았던 닭강정이 꽤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거실에 이불을 깔아놓고 줄리랑 '나는솔로'를 봤다. 둘이서 같이 봐서 그런가 별 내용도 없었는데 수다를 떨며 엄청 재밌게 봤다. 그런 우리를 보며 밤부는 방에서 오늘 여행을 한컷의 그림으로 남겼다. 여행에서 찍은 100장의 사진보다 더 흐뭇해지는 한컷의 그림이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