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셋이 강원도 뚜벅이 여행
난 거실에서 잤고, 줄리와 밤부는 방에서 잤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 자고 뒤척거리기 때문에 혼자서 자는 것이 편하다.
아침 6시. 방 안에서 줄리와 밤부가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출을 보기 위해 나갈 준비를 하려나 보다. 어제도 쉽게 잠들지 못한 탓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혹시나 좋은 구경을 나만 놓칠까봐 나도 얼른 일어났다.
켄싱턴리조트 바로 뒤편에 해변이 있기에 우리는 세수도 안하고 옷만 껴입고 일출을 보기 위해 나갔다.
분명 오늘 날씨가 맑음이라고 나왔는데 바다는 안개로 뿌옇다. 그래도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아 은은한 빛을 내는 시간이 참 아름다웠다. 바다는 은빛으로 빛났다. 붉게 이글거리는 바다도 아름답지만 아무 색도 가지지 않은 것 같은 오묘한 색의 바다도 참 아름답다.
결국 우리는 일출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태양이 보이지 않는 아침바다도 아름다웠다. 그러고 보니 줄리와 밤부는 몇 년 전 캄보디아에 갔을 때 앙코르와트에서도 함께 일출을 기다렸던 적이 있다. 엄청난 인연이다. 두번이나 일출을 함께 기다렸다니.
그리고 갑자기 이어진 점프타임 ㅋㅋㅋ 갑자기 이곳에서 왜 점프샷을 찍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점프샷을 찍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으로는 어제 먹다 남은 닭강정과 귤. 그리고 줄리가 싸온 감을 먹었다. 맛있었다.
슬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보니 점심 아니면 너무 늦은 저녁 때 둘뿐이었다(반면 서울로 가는 버스는 거의 매시간마다 있다). 그래서 점심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를 타기 전까지는 속초바닷가 근처의 카페에 갔다가 바다를 구경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택한 곳은 보사노바. 큰 창으로 해송이 보이는 것이 특징인 곳이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니 푸른 하늘이 우릴 반겨준다. 오전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가 사람이 없어서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점심으로는 카페와 가장 가까운 횟집에 가서 물회와 멍게비빔밥이었나? 아무튼 두가지 음식을 시켜 먹었다. 물회는 기억나는데 비빔밥은 뭐가 들어갔던건지 가물가물하다. 나는 맨날 이런다. 맛있게 먹고 뭘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바닷가 근처에 왔는데 회를 안먹고 갔으면 섭섭할 뻔 했다. 회는 보통 겨울에 먹는데 물회도 겨울에 먹는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새촘하고 시원하니 여름에 더운날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밥을 먹고 식당 앞으로 펼쳐진 속초 해수욕장을 산책했다. 봄날 같았다. 수능 날이었는데 이렇게 날씨가 맑고 따뜻할 수 있는지 너무 신기했다. 심지어 겉옷을 벗고 반팔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바닷바람을 쐬는데 그 바람이 마치 봄바람 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그곳에 앉아서 벚꽃엔딩을 틀어놓고 같이 들었다.
하늘과 바다와 모래사장의 색조화가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었다.
산책을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날은 더 맑아지고 바다는 더 푸르게 빛났다. 색이 너무 이뻤다. 날은 따뜻하고 바다는 너무 아름답고 갑자기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끝말잇기처럼 이번 여행에서 좋았던 것을 말하는 베틀을 시작했던 것 같다. 날씨가 좋았던 것, 같이 여행 올 사람이 있었던 것, 설악산 풍경이 아름다웠던 것,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었던 것 등등을 순서대로 말한 것 같다.
그렇게 바닷길 산책을 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날씨가 너무 흐렸다. 그래서 언니에게 속초는 완전 봄이었는데 여기는 왜이렇게 날씨가 을씨년스럽고 춥냐고 물어보니 오늘 아침부터 하루종일 바람 많이 불고 안 좋았다고 했다. 수능날은 수능날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