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래블 Jul 06. 2019

6. 산티아고, 이 길이 인생과 다르지 않구나!

'내가 여기 왜 왔지?!', 산티아고 순례기 


걷기 3일차 _ 스페인 주비리 (Zubiri) ▶ 스페인 팜플로냐 (Pamplona) : 20km



베드버그에 대한 공포


베드버그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어제 주비리에 도착했을 때 벌써 베드버그에 물렸다는 한국인을 2명이나 만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계속 나랑 같은 숙소를 쓴 사람들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침대 누워있으니 별별 생각이 들었다. 베드버그에 물리면 어떻게 되나 블로그 리뷰를 찾아보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보기도 했다. 그렇게 밤 1시부터 뒤척이다가 새벽 4~5시쯤 다시 잠들었다. 제대로 잠을 안 잤더니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조금 늦게 출발했다.




'이 길이 인생과 다르지 않구나'


재재 언니와 아롱 언니를 먼저 보내고 늦게 출발했다. 걸으면서 혼자 그런 생각을 했다. 이 길이 인생과 다르지 않구나.

아침에 혼자 걸었던 순례길 



혼자 걷는 것도 좋지만, 좋은 친구 한두 명이 있다면 훨씬 즐겁고 든든하다.




너무 많은 친구를 사귈 필요는 없다.
원한다면 많은 친구를 사귀어도 좋지만 성격에 따라 알아서 만나면 된다.
정해진 답은 없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면 그것을 짊어지느라 인생이 더 힘겨워질 수 있다. 오히려 가진 것이 적으면 가볍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장비를 갖는 것은 길을 걷는데 큰 도움이 된다.




처음에 여기 온 것만으로도 선물이라 생각했듯 
내 인생도 그 자체로 선물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걷다 보니 먼저 출발한 재재 언니와 아롱 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겨우 그저께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겨우 아침 잠깐 헤어졌던 것일 뿐인데 다시 보니 참 반갑다.





잠시 길을 잃기도 하지만



Bar에서 아침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함께 길을 걸었다. 오늘은 좀 쉬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카미노 표지판도 보이지 않고, 앞뒤로 항상 있던 순례자들도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됐다. 우리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팜플로나 가는 길이 맞다고 해서 그냥 앞으로 걸었다. 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순례자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우리가 지름길로 온 것이라고 생각하며 좋아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먼 길로 돌아온 것이었다. 어쩐지 힘들더라니... 그래도 예쁜 강을 따라 걸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진짜 문제는 팜플로나에서 


하지만 진짜 문제는 팜플로나에 도착해서부터였다. 팜플로나에 도착해서 만난 호호 아저씨를 무작정 따라간 것이 문제였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마을은 워낙 작아서 알베르게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팜플로나는 생각보다 훨씬 큰 도시였다. 우리는 호호 아저씨가 알베르게 위치를 알고 앞장선 거라고 생각하고 따라갔는데 아니었다. 태양은 점점 뜨거워지고,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은 피로해지는데 우리는 팜플로나 도시를 뺑글뺑글 돌며 걷기만 할 뿐 알베르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걸어야 할 때의 그 피곤함이란... 뒤늦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가 구글 지도를 켜서 알베르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신신 씨를 만났다. 신신 씨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호스텔이 바로 이 근처라며 그곳을 추천했다. 우린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햇빛이 잘 드는 깔끔한 호스텔이었다. 내일 출발지와 좀 떨어져 있다는 것과 순례자들을 위한 알베르게가 아니라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걸 따질 여유는 없었다.


팜플로나에서 머물렀던 호스텔 알로하




여유로운 순례자의 오후 


호스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씻고, 쉬다가 팜플로나 시내 구경을 나갔다. 마트에 들려 장도 보고, 성당도 둘러보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헤밍웨이가 자주 왔다는 카페 이루나도 가보고 나름 알찬 시간을 보냈다. 


몰랐는데 와서 보니 팜플로나는 '산 페르민 축제'로 유명한 곳이었다. 산 페르민 축제는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다시 떠오른다>에 등장하며 유명해진 스페인 축제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몰이, 투우 등이 진행된다. 그나저나 헤밍웨이는 유럽 곳곳을 여행했나 보다. 유럽 어딜 가나 헤밍웨이가 단골이었다는 곳을 만날 수 있다.


헤밍웨이의 단골 bar였다는 카페 이루나



화이트 와인과 타파스


그렇게 하루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근데 진짜 문제는 밤에 있었다.


계속...




산티아고 순례길 TIP


Q. 생필품은 어떻게 구매하나요? 큰 도시가 자주 있나요? 

순례길 중간에 큰 도시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레온과 부르고스다. 하지만 이외에도 2~3일에 한 번씩은 대형마트가 있는 큰 마을을 지나게 된다. 또한, 작은 마을이라 하더라도 구멍가게 같은 작은 슈퍼와 약국 정도는 있기 때문에 웬만한 물품은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순례 중간에 한국에서 가져온 샴푸와 폼클렌징을 다 써서 레온에서 샀고, 생리대도 3~4개 정도만 챙기고, 나머지는 순례길 중간에 슈퍼에서 샀다. 모든 물품을 처음부터 다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