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9일 하와이 신혼여행 _ 마우이 2일차
지난밤 거의 잠을 못 잤다.
어젯밤 11시 반쯤 잠자리에 들어 하루 만에 시차적응 완료라고 생각하며 자만했다. 그런데 푹 자고 눈을 떴는데 겨우 새벽 1시였다. 고작 1-2시간 자고 일어난 것이었다. 아무리 다시 자려고 노력해 봐도 헛된 수고였다. 새벽 4시 반이 넘어서야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들었고 6시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스노클링 체크인 시간이 7:30이었기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너무 피곤해서 신랑한테 그냥 가지 말까 물어봤는데 신랑이 "돈 이미 냈는데 가야지~"라고 말해서 겨우 일어났다.
래쉬가드 형태의 수영복을 입고, 수건과 선글라스 등을 챙겨서 6:40쯤 호텔에서 출발했다. 스노클링 체크인 장소까지 가는 데는 약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구글맵에 나왔다.
스노클링은 마이리얼트립을 통해서 pride of maui라는 업체로 예약했다. 원래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한다는 트롤리지로 하려고 했으나 내가 하고 싶은 날에 예약을 안 받았고, 그다음으로 후기가 많은 칼립소를 예약하려고 했으나 배가 고장 났다고 해서 예약이 취소됐다. 그리고 배가 멋지게 생긴 알라이누이를 예약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할까 말까 하다가 안 했다. 그렇게 Pride of Maui를 고르게 된 것!
주차에서부터 스노클링 체크인 장소까지 찾아가는 블로그 후기를 보는데 어려워 보여서 걱정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실제로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maui ocean center에 차를 세웠다. 차 세우고 주변에 주차비 정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표지판으로 갔다. 거기에 QR코드가 있어서 찍은 뒤 신용카드 번호와 차 번호를 입력하면 저절로 계산된다. 차 댈 곳도 많았고 주차 계산도 정말 금방 끝났다. 그리고 업체에서 알려준 주소를 구글맵으로 찍고 가니 바로 그곳에 스노클링 체크인 장소를 알려주는 화살표가 있었다. 굿~!!!
체크인 후 배에 들어가자마자 아침 식사가 접시에 차려져 있었다. 음식을 들고 배 2층으로 올라가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배가 출발하고 약 1시간을 달려 첫 번째 스노클링 장소인 몰로키니에 도착했다.
오리발과 구명벨트를 빌리고 스펀지로 된 막대기까지 해서 바다로 첨벙~~~~!!
처음 바다로 내려간 곳은 엄청 깊었다!!
그리고 바닷물이 정말 파~~~랬다.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파랬다.
배에서 내린 곳에서 수영을 해서 몰로키니 분화구 쪽으로 가보니 산호도 더 가까이 보이고 물고기도 많이 보였다.
태국 피피섬 근처에서도 스노클링을 했는데 그때보다 물이 훨씬 깨끗하고 시야도 잘 보였다. 검은색 물고기가 가장 많이 보였고 노란색, 흰색 물고기도 꽤 보였다.
다시 배를 탔다. 점심으로는 치즈버거를 먹었다. 배에서 직접 햄버거 패티를 구워서 햄버거를 만들어 준다. 중간중간에 음료수도 끊임없이 주고 과자도 주고 빵도 주고 좋았다. 수영하면 아무래도 체력소모가 심하다 보니 먹을 것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두 번째 스폿은 거북이가 보이는 곳이라고 했는데 거북이는 보지 못했다. 그래도 여기는 파도가 이전보다 많이 쳐서 파도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다만 다시 배로 오려고 수영하는데 높은 파도 때문에 짠물을 많이 먹었다~~~ㅋㅋㅋ
이렇게 두 번째 스폿에서까지 스노클링을 마치고 다시 항구로 돌아갔다. 신랑은 결혼식 직전 새끼발가락에 금이 가서 깁스를 하고 다니는 상태였다. 본인은 배에 있을 테니 스노클링 하고 오라고 배려해 줬다. 혼자 스노클링 하고 신랑은 계속 배 위에서 기다려야 해서 미안했다. 그러나 남편이 배 타고 바다 구경하고 배 위에서 맛있는 음식 먹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지루해하지 않고 함께 즐겨줘서 참 고마웠다.
호텔로 다시 돌아오는 길. 잠이 솔솔 왔으나 운전하는 신랑을 두고 잘 수가 없어서 겨우겨우 참으면서 호텔로 왔다.
호텔에 와서 씻고 할레아칼라로 갈 준비를 하고 바로 나왔다. 생각보다 쉴 시간이 없었다. 나는 신랑에게 양해를 구하고 옆자리에서 1시간 넘게 잤다. 지금 자 둬야지 이따 집에 올 때 안 자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랑이 미리 찾아놓은 햄버거 집에 들러서 하나에 거의 25달러인 햄버거 두 개를 사들고 할레아칼라로 향했다. 햄버거를 사고 나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이 내렸다.
비 내리는 구간을 지나자 이번엔 안개가 가득한 구간이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블로그에서도 중간에 구름이 덮이는 구간이 있다고 하긴 했는데 그 구간이 너무 길고 안개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일몰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블로그 후기를 급하게 찾아보니 할레아칼라까지 왔는데 구름 때문에 일몰, 일출을 보지 못하고 집에 간 후기들이 꽤 되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가 없었다.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구름이 많이 보여서 확신이 안 들었다. 그러나 한참을 더 올라가니 갑자기 맑은 하늘이 나타났다.
국립공원에 들어가서 중간 주차장에 차를 잠시 세우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화장실 있는 곳보다 더 위에 있는 가장 높은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세웠다. 가장 위에 있는 주차장은 워낙 작아서 차를 세울 곳이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기다리다가 차 하나가 빠지면 차를 세우는 방식이었는데 우리 차례가 되자 갑자기 차들이 하나도 안 빠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데 어떤 여자분이 한 명 오더니 차 세우는 라인은 없지만 저쪽에 세우는 게 어떻겠냐고 알려줬다. 그래서 거기에 우리가 차를 세웠다. 그러고 나자 뒤에 있던 차들도 주차 구역이 아니지만 좀 여유공간이 있는 곳에 차를 세우기 시작했다.
차를 세운 뒤 내려서 할레아칼라를 구경하는데 그 풍경이 신비로웠다. 하늘과 땅, 구름밖에 보이지 않았다. 워낙 고도가 높다 보니 식물이 많이 자라지 않아서 지구가 아닌 우주의 다른 행성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우주 관련 영화를 많이 찍기도 했단다.
일몰까지는 약 1시간 정도 남아서 다시 차로 돌아가 아까 사놓은 햄버거를 먹었다. 근데 햄버거가 진짜 맛있고 진짜 컸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냥 보통 사이즈로 보이는데 정말 정말 컸다. 되게 잘 먹는 편인데도 양이 많아서 햄버거 1개를 다 못 먹고 남기고 감자튀김도 남겼다.
일몰까지 약 30분을 남겨두고는 밖으로 나가 자리를 잡았다. 캠핑 의자까지 챙겨 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평평한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비를 뿌리던 구름이 다 발아래 있었다. 점차 해가 구름 쪽으로 내려가더니 하늘과 구름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더 내려가더니 태양과 구름이 맞닿았고 맞닿은 부분의 구름이 아주 반짝였다. 그리고는 점점 더 구름 아래로 태양이 내려가더니 금방 사라졌다.
해가 사라지자 하늘은 분홍빛으로 물들었고 점차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더 있고 싶었다.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별도 아주 반짝이고 잘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어두컴컴해지면 꼬불꼬불 내려가는 길이 힘들 것 같아서 사람들 내려갈 때 따라 내려갔다.
역시나 내려오는데 일정 구간에서는 비까지 내렸고 산을 다 내려왔는데도 내리는 비에 차선이 잘 안 보여 애를 먹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졸음까지 쏟아지는데 내가 자면 신랑까지 졸릴까 봐 억지로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중간에 잠꼬대인지 뭔지 헛소리도 하고 20분 남겨놓고는 잠을 참기 위해 1분 단위로 얼마나 남았는지 중계방송을 하면서 왔다.
블로그 보면 마우이에서의 일정이 짧기에 스노클링과 할레아칼라를 같은 날 가는 사람들이 많던데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긴 하다. 되도록 여유를 갖고 다녀오는 것이 좋다. 다만 둘 다 놓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바다에서부터 해발 3천 미터까지 운전해 간 남편 대단해!!!!
숙소에 돌아와서는 고생한 대가로다가 컵라면 1개를 끓여 소주 안주로 먹었다.
테라스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먹는 라면이란….!!
마무리까지 구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