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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Oct 11. 2023

나도 우아하게 살고 싶다

'이혼 3부작'을 끝내면서




이혼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건 남사스럽다. 필명으로 쓰는 글이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그래도 부끄럽다. 나를 아는 소수의 사람들이 '왜 가정의 은밀한 속 사정을 저렇게 노골적인 글로 쓰는 것일까'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솔직함이란 무엇이고, 어느 정도까지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가는 에세이를 쓰는 초보 작가들에게는 영원한 딜레마일 것이다. 나도 우아하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솔직한 글을 쓰다 보면 우아한 여자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이혼 3부작. 유명 작가도 아닌데 짧은 에세이 3편을 쓰면서 혼자 '이혼 3부작'이라고 명명했다. 평범한 가정도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고, 살면서 이혼이나 별거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기혼여성은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가끔 드물게도 그렇지 않은 부부도 보인다. 저렇게나 '서로 잘 맞아 보이는데 정말 한 번이라도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해 본 적이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정한 부부도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 그런 부부도 남편이나 아내 한 쪽의 배려와 희생 때문에 가정의 평화와 가족의 행복이 지켜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브런치의 이혼 글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인 사람들은 현재 마음이 이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 것이라 여겨진다. 자신의 가정이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느껴진다면 이혼에 대한 글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혼 3부작'을 쓰면서 한동안 쓰라린 일을 곱씹다 보니 마음이 몹시 우울해졌다. 작년에 불행의 클라이맥스가 지나간 이후, 우리가 언젠가는 졸혼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재는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상대의 좋은 점을 생각하며 지난날의 앙심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이혼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다시 화가 치밀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인생은 나를 이렇게 매정하게 내동댕이쳤을까.

글을 쓴다고 마음의 치유가 바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3편의 글로 이야기를 웬만큼 풀어내고 며칠 지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두려움과 수치심을 이기며 이혼에 대한 글을 쓴 것은 내 글을 시험하게 된 계기도 되었다. 많은 사람이 이혼에 대한 글을 쓰지만, 모든 사람이 다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어느 것이 더 자극적인가'의 문제일 수도 있다. 누가 더 불행하고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나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한동안 썼던 여행에 관한 글도 마찬가지다. 누가 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가졌는가. 단순한 나열식 여행담보다 재미있는 일화를 유쾌한 터치로 그린다거나 몰입하여 읽을 수 있게 쓴다면 좋을 것이다. 많은 곳을 여행했다고 재미있는 여행기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내가 쓴 여행기를 다시 읽어보면서 '재미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기의 스타일은 멋을 부린 시적인 글이 아니라  재미있고 유쾌하면서 솔직한 이야기다.


사람을 끄는 매력적인 글의 요소는 많다.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특한 소재라던가 뛰어난 문장력, 그 사람만의 문체, 소설이라면 치밀한 구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것이다. 두 가지로 압축한다면 소재와 문장력이라 생각한다. 참신한 소재를 분명하고 간결하게 표현하거나, 평범한 소재를 적절하게 조미료를 쳐서 계속 읽고 싶은 글이 되도록 쓰는 것이 필요하다. 초보 작가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솔직하게 쓴다. 아직은 내 안에 쓰고 싶은 글이 많이 있기에 감사하면서 생활에 묻히지 말고 좀 더 열심히 쓸 것을 다짐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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