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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Sep 30. 2023

글쓰기를 가로막는 제1의 적은





매일 글쓰기 한 달 도전을 끝내고 계속 쓸까 살짝 고민을 했지만, 일하면서 매일 글쓰기는 일의 고단함에 지쳐서 마음의 고삐를 놓아버렸다. 그러면서도 쓰던 습관이 있으니 이틀에 한 편은 쓰지 않을까 싶었는데,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몰랐나 보다. 금세 일주일에 한두 편 정도의 빈도로 떨어져 내리다니. 이렇게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목표를 설정해도 될까 말까인데, '쓰고 싶을 때 쓰자'로 마음을 풀어놓고 보니, 쓰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일상의 피로와 글을 구체화시키는 것의 귀찮음에 글 쓰고 싶은 생각이 쏙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 '내가 이거 해서 뭐 하겠어? 책을 낼 것도 아니고 공모전 입상을 할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따라붙는다. 나라는 인간이 글을 써서 무엇인가를 달성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도 없고, 궁극적인 목적 없이 글쓰기의 무용함에 함몰되어 버린다.


그래,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는 내게도 꿈이 있었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한 번쯤 드는 자기애의 폭발, '언젠가 나도 내 책 한 권은 내고 죽겠지.'라는 막연한 생각. 그리고, 이왕 글을 쓰는데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하고 당선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비현실적인 기대. 왜 비현실적이냐고 하면 출판사도 보는 눈이 있지, 책을 내서 반응 없을 것 같은 작품을 뽑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지. 어느 정도 든든한 독자층이 있어야 한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마감 때 혜성처럼 등장한, 글은 좀 쓰지만 구독자는 별로 없는 신인 작가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겠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공모전이나 신춘문예 같은데 낼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이름도 처음 들어 보는 갖가지 공모전은 또 얼마나 많은가. 애초에 '공모'라는 것이 시험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있는 데다가, 브런치에서 처음 붙여준 '작가'라는 허울 좋은 명칭 때문인지 자꾸 브런치에만 마음이 머문다. 일하다 보면 10월도 금방 낙엽처럼 떨어져 버릴 것인데, 20일 동안 브런치북을 엮을 수 있을 것인가. '브런치북을 낸다고 뭐가 달라질 것인가'라는 이 패배주의적 사고방식은 어찌할 것인가. 다만 이 기회에 한 가지 컨셉으로 책을 묶어 낸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같이 글쓰기 수업을 받은 7명의 글벗들과 함께 공저를 준비하고 있다. 자가출판으로 익히 알려진 부크크(BOOKK) 플랫폼으로 연내에 발간되지 않을까 싶다. 아는 사람이 적은 나로서는 판매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몇몇 지인에게 선물하고 개인 소장용으로 남길 것이다. 공저라는 것도 먼저 내자고 나서는 작가님이 계셨기에 망정이지, 나 같은 사람만 있었다면 꿈도 못 꿨을 일이다. 이미 써 놓은 글을 모아서 퇴고 과정을 거쳐 시집처럼 얇은 두께의 책 한 권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이 공저에조차 열심히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다. 이미 써놓은 글을 수정한다는 것이 내게는 글을 새로 쓰는 것보다 더 인내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을 고치는 것도 어려운데, 아무리 문우라고 하나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수정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그러니까 뜨뜻미지근한 상태로 머물고 있다. 그래도 공저가 나와서 책을 손에 잡으면 감개무량할 것 같기는 하다.


책의 '작가 소개'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특별한 약력이나 출판한 책, 수상 경력이 없으니 자신에 대해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초보 작가인 경우, 어느 정도 자기 포장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어떤 문우와 통화하면서 '작가 소개'에 '주부'라고 써야 하나,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데 고민스럽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쉽게 생각하면 쉽고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운 것이 '작가 소개'인 것 같다.


브런치 작가의 경우 작가 소개란이 천차만별이다. 이력서를 쓰는 것처럼 경력을 나열해놓은 사람도 있고, 한두 줄로 자기표현을 한 경우도 있다. 책의 경우, 예전에 비해 작가 소개가 퍽 심플해졌다. 구구절절 자세한 이력을 쓰는 것보다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도 좋을 성싶다. 그 또한 작가의 개성 아니겠는가.



바야흐로 에세이의 시대라고 할 만큼 에세이가 각광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대세인 것은 예전에도 같았을까? 개인적으로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아서 작년에 잠깐 에세이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봇물처럼 차고 넘치는 에세이 책들을 보니 가끔 회의가 들기도 한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가벼운 에세이가 무척 많기 때문이다. 나에게만 의미 있는 나의 에세이, 이 많은 신간들 속에서 가벼운 에세이를 한 권 더 추가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출판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브런치라는 공간이 나에게 그만큼 소중한지도 모르겠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한 사람들에 의해서 인간의 역사는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글쓰기는 나에게, 쉬운 길보다 조금 어렵지만 의미 있는 일을 계속하라고 그렇게 나를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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