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부터 한 달 동안 25편의 글을 쓰고 발행했다. 가끔 다른 곳에 여행이나 일상 포스팅도 올렸으니 꽤 바쁘게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저녁에도 늘 노트북을 켜놓고 심각한 얼굴로 있는 나를 보고 딸은 매일 집에서도 일하냐고 물었다.
원래부터 끈기와 꾸준함이 부족한 나는 한 달이 지나기 전에도 현타가 왔었지만, 그래도 마음먹었으니 한 달은 해보자고 밀고 왔다. 그렇게 자신과 싸우며 글을 썼는데 아직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많이 꺼내지도 못했고 브런치 글 발행 수도 100편에 못 미친다. 한 달 남은 브런치북 프로젝트까지 브런치북을 하나 만들 수 있을까? 브런치북을 완성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결정적인 순간 늘 힘이 빠져버린다. 슬슬 회의감이라는 먹구름이 밀려와 시계(視界)를 덮어버린다. 세상에는 반드시 꼭 해야만 되는 일은 없으니까.
매일 글을 쓰고 발행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읽고 구독자가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달 전보다 글을 읽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브런치나 포털사이트에 노출이 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노출 효과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 다디단 맛을 본 후에야 나도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좋은 글을 꾸준히 쓴다고 능사는 아니다.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은 쌔고 쌨다. 내 글을 알아주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소수이다. 결국은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공감을 살 수 있는 글은 아니었다.
브런치도 블로그처럼 손품을 팔아 오고 가는 공감 속에 싹트는 우정을 실현시키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글을 읽지도 않고 공감을 누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독자를 늘이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다는 것도. 글을 쓸 시간도 부족한데 다른 작가님의 글을 다 읽기는 어렵다. 좋아하는 일부의 작가 글만 읽거나 나에게 와준 감사함에 답방하여 훑어보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구독자를 분석하여 고객의 니즈에 맞는 글을 쓸 수는 없다. 글쓰기는 마케팅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도 많고 공감 수도 많은데 글은 짧고 내용은 별로 없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 작가는 독자의 요구와 성향을 잘 고려한 작가일 수도 있다. 나는 생리적으로 그렇게 분석적인 글은 쓰지 못한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쓰고 싶을 뿐이다.
부부에 대한 이야기도 쓰고 싶었는데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속내 얘기 후련하게 다 말할 사람도 없고 글로 쓰기도 괜히 주위의 시선이 의식되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글쓰기에 진지하게 임하면서 가장 자기다운 글을 찾아간다. 뭔가 특별한 것, 나만의 글맛을 찾는 것도 많은 글을 퇴고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그냥 내 페이스대로 나의 길을 가야 한다. 매일 글쓰기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내 속에서 정련(精練)된 글을 써야 한다.
에세이를 쓰면서 가끔은 이런 에세이를 계속 써도 되는 것일까 고민스럽다. 요즘 에세이의 홍수 시대에 아무도 관심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될 때도 있다.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는 비슷한 류의 힐링 에세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신과의사나 심리치료사 등 전문가가 쓴 해법적 에세이도 아니고, 개인적인 일상의 소소한 느낌이나 감상적인 말들, 곡절 많은 개인사의 솔직한 고백들. 이런 글에 대해 염오를 보이는 독자와 작가도 많다. 나에게만 특별한 글, 나에게만 의미가 있는 글을 계속 써도 되는 것일까. 너무 가벼운 글은 아닐까 등등 숱한 고민을 되풀이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되돌아온다. 출판하는 것은 아니니까 글을 쓰는 것은 개인의 선택, 자유 아닌가?
오늘도 이런 글쓰기 고민에 밤을 지새우는 모든 브런치 작가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쳐본다.
#글쓰기고민 #브런치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