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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Oct 15. 2023

축제의 뒤안길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지자체마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축제가 이미 끝난 곳도 있고 한창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축제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과 구경할 때와는 달리, 올해는 무관심하게 거리를 두고 지켜보다가 주말이 되면 교통 통제에 교통 체증, 소음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코로나 시기에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는 북적북적한 거리의 풍경이 그리웠는데, 작년부터 축제가 재개되고 보니 사람 마음이 이렇게 달라진다.


지역민의 볼거리뿐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이 와서 관광도 하고 덕분에 지역의 경제 활성화도 되니 환영할 일이다. 다만,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시민에게는 축제로 인한 일상의 파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오늘은 편하게 휴일을 즐기다 운동하러 게으른 몸을 일으키니 벌써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수영장에 가려고 급히 나섰으나, 3분 늦어서 이미 입장 불가였다. 하는 수 없이 멀지 않은 다른 수영장으로 가는데, 축제로 인한 교통 통제로 우회전이 되지 않아서 코앞에서 진입을 할 수가 없었다. 멀리 돌아서 갔는데, 차가 막혀서 다른 수영장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샤워만 하고 바로 나와야 할 정도로 마감 시간에 가까워졌다. 운동하려고 힘들게 왔는데 이게 뭔지, 기분이 나빠졌다. 안 그래도 세탁기 2번 돌리고 나오느라 늦었고 다른 할 일도 많았는데, 산책이나 하는 게 더 나았을까. 내가 즐겨 찾는 산책로는 강변길인데, 그곳에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분명히 투덜거리며 돌아섰을 것이었다. 


이 불쾌한 기분을 위로해 줄 무언가가 꼭 필요했다.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를 머릿속으로 고르며 한동안 못 갔던 라떼 맛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주변도 이미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과 그들의 차와 시끌벅적한 포장마차들로 정신이 없었다. 안 그래도 좁은 골목길인데 주차는커녕 지나가기도 힘들었다. 주변을 돌다가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차선책으로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포장해서 나왔다. 디저트는 쿠키류 밖에 없어서 포기했다. 달콤한 아인슈패너는 짜증을 금세 가라앉혀 주었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얼마 전에 다른 지역의 축제에 방문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좁은 길에서 차가 막혀 거북이처럼 움직였을 때도 크게 짜증이 나진 않았다. 축제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교통 체증을 유발한 관광객의 한 사람이었으니 그랬던 것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등 유럽의 인기 도시가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몸살을 앓으면서 주민 생활에 심한 피해가 간다며 관광객 유입을 반대하는 '안티 투어리즘(Antitourism)'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읽을 당시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있으니 관광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이고, 그 나라의 훌륭한 문화유산과 자연 경관을 함께 누리는 것에 왜 반대를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교통대란, 소음공해, 환경파괴에 그치지 않고 관광객을 혐오하거나 위협하는 공격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국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축제와 여행은 신나고 즐거워야 하지만,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의 삶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예의를 지켜야겠다. 친절하고 예의 바른 여행객이 된다고 해도 주민들의 삶에 그 어떤 피해도 끼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겠어. 너희가 이렇게 볼거리가 많고 아름다운 것은 내 탓이 아니잖아.'하며 고성방가를 지르고 은근슬쩍 휴지를 버리거나 자신의 조국과 비교해 여행지를 폄하하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아무튼 우리 동네가 축제 철에만 붐비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바르셀로나처럼 사시사철 관광객이 넘쳐나는 도시에 산다면 자부심도 있겠지만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이다. 축제가 끝난 조용하고 평화로운 거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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