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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Oct 29. 2023

사장님, 제발 그 무는 보내지 마오



직장 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두 번, 많게는 3번 정도 배달음식을 이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요리와 베이킹에 관심이 많아 쉬우면서도 맛있어 보이는 요리를 검색해서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서 헤매며 노력 대비 효과 짱인 새로운 요리를 찾았던가. '엄마 요리가 최고!'라며 엄지 척을 하는 어린이에서 맛없으면 굳이 진실을 숨기지 않는 청소년으로 자랐다. 먹방에 익숙한 이 유튜브 세대들은 일단 음식의 비주얼이 맛있어 보여야 하고, 임금님 수라상도 아닌데 같은 음식이 두 번 이상 올라오면 갑자기 배가 부르다는 핑계를 대다가 다른 간식을 찾으며 냉장고 문을 여닫는다. 그러다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편의점에서 떡볶이나 삼김, 불닭볶음면 컵라면 등 전리품을 사들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이들 여드름이 심해지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다. 


이제 엄마가 여행을 가더라도 사골이나 국 한 냄비 끓여놓고 갈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원래도 우리 집은 '국 한 냄비'가 안 통하는 집이었지만) 밀키트와 냉동식품, 레토르트 음식과 배달음식을 절묘하게 조합한 식단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퇴근한 아내가 반찬 하기를 미루고 있으면 배고픈 남편이 살기 위해 자신의 요리 실력을 키우기 마련이다. 이미 바깥 음식에 질릴 대로 질리지 않았던가. 라면과 찌개밖에 못 끓이던 남편이 허약하고(?) 현명한 아내를 만나 제육볶음에 떡볶이 장인으로 거듭났다. 제일 간단한 요리는 고기 굽는 것이지만, 냄새가 많이 나므로 빨갛게 양념해서 볶는 것을 좋아한다. 

식생활 환경이 이렇게 변화하니 나이가 들수록 밥하기 싫어지는 것에 비례하여 몸은 점점 편해지고 식단은 심플해졌다. 그래도 건강을 도외시할 수 없으니 필받으면 간단한 요리 몇 가지를 뚝딱해서 밥상을 차린다. 그 '필'이 자주 오지 않는 것이 문제지만. 



우리 집식구들이 제일 즐겨 주문하는 배달 음식은 치킨과 찜닭이다. 그다음으로 김치찌개 같은 한식, 김밥, 가끔 피자, 짬뽕 세트 정도로 다양하지는 않다. 배달 음식이 좋지 않다는 것은 다 알지만, 우린 너무 바쁘고 지쳐서 자꾸 편리함을 추구하게 된다. 환경 호르몬, 플라스틱 쓰레기 등 건강과 환경에 주는 악영향이 많은데도 눈을 질끈 감고 무시하게 된다. 코로나 이후 고요한 거리에는 오토바이 소리만 요란하고 배달 음식 시장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에 이른다. 


그런데, 장사가 너무 잘 되는 것인지 배민 사장님들은 굳이 마다하는 치킨무와 소스를 저렇게 살뜰히 챙겨주는 곳이 많다. '젓가락, 반찬 필요 없음'에 체크를 해도 보내는 곳이 많다. 치킨무와 소스의 단가가 얼마 안 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바쁜 직원이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보내는 것일까.


가끔 냉장고 정리를 하다 보면 저렇게 치킨무와 단무지, 각종 소스류가 나온다. 처음에는 단무지에 고춧가루 넣어 조물조물 무치기도 하고 깍두기 볶음밥처럼 잘라서 양념해서 볶음밥에 넣어보는 등 여러 가지로 활용해 보려고 노력했다. 깍두기 볶음밥, 단무지 무침은 우리 집식구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치킨 먹을 때 치킨무도 안 먹는다. 


사장님, 제발 치킨무 좀 보내지 마세요! 치킨무 안 먹는 집 많아요. 

고객 요청란 확인하면 사장님도 좋고 고객도 좋고, 서로 돕고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치킨 만만세!

채식주의를 마음으로만 응원하는 육식주의 주부의 작은 고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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