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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Aug 19. 2024

아름다운 꽃은 마음에 담아요

식집사가 되기를 포기했다




휴대폰에 꽃 사진이 가득하면 나이가 든 것이라고들 한다.

마흔이 되기 전에는 식물이나 꽃에 관심이 없었다.


내가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이가 어렸을 때 돌봐주시던 아이 돌보미 덕분이었다. 그분은 식물을 무척 잘 기르고 살림도 똑 소리 나게 깔끔하게 하시던 분이었다.

계란 껍데기에 앙증맞은 아기 다육이를 키우기도 하고 100개가 넘는 화분을 관리하면서도 흙먼지 자국 하나 없이 깔끔하게 관리하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분을 가까이하면서 나도 화분을 한두 개씩 들이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100개가 넘는 화분을 소유하게 되었다. 다육이 위주라서 가능했다. 수첩에 기르는 방법, 식물의 특징을 메모하고 관련 책도 찾아볼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식물을 사랑하게 되었다.

식물이 주는 위안과 평화는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많이 달래주었다.


하지만, 빌린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식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고 했던가. 게으른 사람은 절대 식물을 잘 기를 수 없다.

화원에서 데려올 때는 절세미인이었던 식물들이 점점 추녀가 되어갔고, 새로운 식물을 입양하고 비슷한 순서를 밟았다. 한때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하던 베란다는 점점 초라해졌고, 다른 도시로 이사하면서 많이 정리가 되었다.


아이와 식물로 이어진 식물 대모와의 인연은 이사 후에도 몇 년 이어졌다.

그분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다단계 회사에 들어가 부수입을 올리려고 했고, 나도 의리상 두어 번 팔아줬다. 그렇게 영리를 따지던 분이 아니었는데 평소에는 연락하지 않다가 그럴 때만 연락하는 것이 석연치 않았고 그분도 언젠가부터 나에 대해  오해인지 거리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나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연락도 없었다. 그분의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그렇게 멀어졌고, 그와 더불어 나도 식 집사가 되기를 포기했다.


깜빡 잊고 올해 다육이를 몇 개 들였는데, 또 웃자라 못난이가 되어버렸다.

이제 나는 집에서 식물을 기르기보다는 밖에서 식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아름다운 것은 자연 속에서 있는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식물을 잘 기를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식물을 보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에 담는다. 자연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와 마음을 가득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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