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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Dec 27. 2022

고배를 마시며

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떨어졌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떨어졌다.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처음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작 발표를 보았을 때는 그러려니 했고, 수상자 명단에서 아는 사람을 한 명도 발견하지 못하게 되니 서운함이 더 밀려왔다. 내심 기대를 했던 다른 문우들이나 내가 아는 소수의 브런치작가 중에 구독자가 많은 분들도 입상하지 못하니 실망스러움은 더해졌다. 요즘 바쁜 와중에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는데, 그런 의욕도 한풀 꺾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떨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겨우 넉 달 전이고, 지금까지 발행한 글은 35편 정도, 구독자는 이십 명 대에서 요지부동이다. 글쓰기 공부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부지런히 글을 쓰지 못했다. 브런치북 한 권을 부랴부랴 마무리해서 응모했지만, 그 글도 몇 번의 퇴고를 거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초보의 멋모르는 열정을 가지고 두근거렸다. 오래간만에 설레었다.


준비가 부족했으면서도 내 아이템이 흔한 소재는 아니니까, 열 손가락에는 안 들어가더라도 혹시 50명 중에는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금은 했었나 보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는데 친구에게 외면당한 것처럼 조금 무안하고 슬프고 외롭다.


질문과 회의는 잇달아 올라온다. 나의 첫 브런치북, 그것은 팔자 센 여자의 신세 한탄이었을까. 

내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나에게만 의미가 있는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보편성보다 특수성을 띤 개인의 역사.

이제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하나. 혼자서 읊조리는 일기 같은 끄적임?



많은 작가지망생들이 신춘문예나 공모에서 떨어질 때마다 이런 과정을 겪겠지. 아마 꿈꾸고 준비한 기간에 비례해서 더 깊은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지난 한 주간 동안 친구와 혹은 혼자, 술 한잔을 기울이며 글과 꿈과 인생과 이야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 읽은 브런치 작가님은 3년 동안 글을 썼고 출판사 50여 곳에 원고를 보냈는데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래도 내년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글을 읽고 나니, 나의 좌절과 그에 동반되어 나타나는 습관성 우울이 조금은 엷어졌다.


여기서 브런치를 떠날 것인가? 그럴 생각은 없다.

쓰고 싶은 글이 떠오르는 한 나는 계속 브런치에 글을 올릴 것이다. 

구독자로서 브런치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매력적인 글과 작가는 너무나 많고 타인이 창작한 글을 비판적으로 소비하는 것보다, 부족하지만 내 글을 쓰고 싶다

양질의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초보이니 어떤 글이든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 더 필요할 것이다.


나와 함께 고배를 마신 대다수의 브런치작가들, 특히 처음 낙방한 초보 작가들과 아픔과 희망을 나누고 싶다.

딱 오늘 하루만 아파해야지. 갈고닦은 재능 없이 늙어가는 시간과 온몸이 부서져라 소리쳐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를 느끼며.



#브런치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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