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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Apr 16. 2023

B 등급의 러브 레터




 교직사회에도 언젠가부터 능력별 성과급 제도가 도입되었다. 어디든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의 성과를 올린 사람이 빨리 승진하고 연봉도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나는 교사라는 좁은 우물 안 개구리라 다른 직장에서는 성과급, 보너스나 인센티브 같은 것이 얼마나 정직하고 투명하게 적용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몸담고 있는 이 교직사회에서의 성과급 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최하 등급인 B 등급에서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교사, 교육공무원의 성과급 등급은 최고 S,  그다음이 A, B, 세 등급으로 되어 있으며 1년에 한 번 성과급이 지급된다. 올해는 3월 말 한 달 월급과 비슷한 금액의 성과급을 받았다. 올해 S 등급과 B 등급의 지급액 차이는 137만 원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액수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억울하면 열심히 해서 S 등급을 받으면 되지 않냐고 혹자는 말할 것이다. 실제로 같은 특수교사인데 A등급을 몇 번 받았다는 교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특수교사가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직사회에서 성과란 어떤 식으로 측정되는가. 그리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누구나 B 등급에서 A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과급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해당 학교에서 회의로 정하지만 보통 엇비슷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주당 수업시수는 다들 비슷하기 때문에 변별력이 없다. 부장교사나 특별히 힘든 업무, 학년을 맡고 있는 사람에게 점수를 많이 주기에 대부분 부장교사가 S 등급을 받는다. 거기에는 별 이견이 없다. 나머지는 기준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데 연구회 활동, 연수시간, 수상실적, 지도 실적 등등이다. 



  특수교사는 특수교사끼리 따로 평정하지 않고 일반교사, 보건교사와 같이 평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교사, 영양교사는 일반교사와 같이 평정하는 경우도 있고 그 지역의 보건교사, 영양교사만 따로 등급을 나누는 곳도 있다. 물론 특수교사도 특수교사만 모아서 평정하는 지역도 있겠지만, 내가 있는 곳은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수교사만 따로 등급을 매긴다면 과연 나는 만년 B 등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자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젊은 특수교사들에게 열정도 방법도 지식도 조금씩 딸린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 나오는 소프트웨어 교육 등에서 나는 얼마나 좌절감을 느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교사와 같은 기준으로 특수교사, 보건교사를 평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전교조에서는 벌써 한참 전부터 성과급 폐지 운동을 하고 있지만, 매년 열심히 서명을 해도 성과급은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B 등급인 것에 익숙하게 된 지도 오래되었다. 나 같은 사람이 있으니 S도 있고  A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과급 제도 하에서는 누군가는 최하 등급이라는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  그 희생양은 교직사회의 약자이자 비주류인 특수, 보건, 영양, 기간제 교사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내가 베이스를 깔아줘야 누군가는 S 등급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수업하고 아이들을 돌본다고 해도 계속 B 등급만 받으면 자존감은 떨어지고 열심히 일할 의욕은 점점 꺾이고 마는 것. 평소엔 잊고 살다가 성과급 지급 시기가 되면 이런 마음이 더욱 커진다. 딱 내 할 만큼만 하자고, 너무 열과 성을 다하지는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돈도 돈이지만, 기분 문제이지 않은가 말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고 일방적인 수업만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그 결과는 교실에서 바로 드러난다. 교실 붕괴. 아이들은 교사를 무시하게 되고 학교 오는 것을 싫어하며 반항적으로 사고를 친다.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도록 연구하고 학습 외에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활동을 주기적으로 넣어주고, 쉬는 시간에도 놀아주는 선생님을 아이들은 좋아한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해주는 선생님. 나는 그런 선생님은 못 되지만, 그렇다고 교과서로 진도만 나가는 선생님은 절대 될 수 없는 것이 특수교사의 숙명이다.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과 일 년을 무사히 버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을 관찰하고 재미있는 일을 기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록 만년 B 등급으로 베이스를 깔아주고 있지만, 무탈하게 일 년을 보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묵묵히 일을 한다. 비등급이라해서 내 인생이 하류이고 나라는 사람이 패배자인 것은 아니잖은가. 투덜거리면서도 내일도 모레도 묵묵히 일하고 있을 모든 B 등급을 위해 건배를 하고 싶다. 

우리 반 학생들에겐 미우나 고우나 내가 S야!



결론: 성과급에 관계 없이 열심히 할 사람은 열심히 하고, 안 할 사람은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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