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란 무엇일까.
특별한 형태나 온도, 무게가 정해져 있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뜨거운 마음', '마음이 얼어붙는다', '마음이 무겁다' 등의 표현을 곧잘 쓴다. 무색무취의 물처럼 마음은 담는 그릇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그에 따라 행동의 양상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기분은 어떨까. 일상생활에서 보통 비슷하게, 혼동스럽게 같이 사용되는 '기분'과 '마음'. 명쾌하게 해석을 내릴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이러하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일시적인 날씨를 기분이라고 한다면, 마음은 그러한 기분이 모여서 이루어진 중장기 날씨, '기후' 같은 것이 아닐까?
4월 말, 힘든 일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행사도 끝났으니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슬슬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이제 코로나도 한풀 꺾였겠다 어디를 갈지 정보를 찾고 예약을 하기도 하며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은 야자수 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이국의 태양과 눈부신 에메랄드빛 바다에 발을 적시며 한껏 마음의 온도는 높아져만 갔다. 그 나이에 무슨 해양 스포츠냐며 놀려대던 친구의 말마저 소심한 마음에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이상 고온현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생겼고 좋지 않은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듯이 신용카드 도용까지 당했다. 카드사 상담원 연결은 어찌나 오래 걸리는지, 그렇게 힘들게 통화에 성공해도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당연한 줄 알았던 결재 취소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답답한 마음은 절로 한숨을 낳고 세상만사 귀찮음과 우울함이 저절로 얼굴에 묻어 나온다. 일을 할 때는 짐짓 명랑한 척 가면을 쓰지만, 아무도 옆에 없을 때는 곧 죽을 상을 짓는다. 아, 사는 것은 왜 이다지도 힘이 든 것일까. 왜 내 마음은 가벼운 종잇장처럼 이다지도 힘없이 날려가는 것일까. 삶의 즐거움을 노래하다가도 다음 순간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죽고 싶을 만큼 고뇌에 사로잡힌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마음의 중심을 잡고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 마음의 평화와 흔들리지 않는 마음, 이 모든 것은 철학자와 도인에게만 가능한 것이었던가. 그래서 사람들은 종교에 의지하고 요가와 명상을 하는 것일까.
'회복탄력성'이란 용어와 책도 나왔지만 회복탄력성이란 개인의 기질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침소봉대하는 소심한 성격과 기질의 소유자는 같은 상황에서 평상시의 자신으로 회복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세상의 우울이란 우울은 다 끌어모은 듯, 불행과 고민은 다 가진 듯 나락으로 자신을 밀어놓고는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떠들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비극의 코미디처럼 우스꽝스럽겠지.
다행인 것은 나이가 드니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는 것. 어느 정도 인생이 예상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춤을 추고 그 변화의 폭은 극도로 변화무쌍하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책은 저 멀리 던져두고 쉽게 웃고 쉽게 좌절하면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티슈처럼 가볍게 움직인다. 적어도 떨어질 때는 아프지 않겠지 하고 중얼거리면서...
#마음의온도 #평상심 #마음의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