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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May 07. 2023

창밖에는 비 오구요




사흘째 비가 오고 있다. 황금연휴에 계속 비라니.

애초에 여행의 계획도 없었지만, 비 오는 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가벼운 산책도 내키지 않게 만드는 무심한 날씨가 미워진다.


노트북과 함께 사흘을 보내고 내일 출근을 앞두고 있으니 가슴에 돌덩이가 올라간 듯 답답하다.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고 블로그도 열심히 하고 유튜브 강연도 들었지만 그뿐. 

어제 오후 비가 잦아진 틈을 타서 우산을 들고 가벼운 산책을 하고 들어왔지만 산책의 효과는 짧았다.



찾아보면 아직 할 일은 있다.

옷장 정리를 해서 여름옷도 꺼내야 되고, 청소도 해야 되고, 고작 88쪽인 책을 다 못 읽고 있는데 오늘까진 꼭 읽어치워야겠고, 또 뭐가 있더라.

아, 그래 미루고 미뤄둔 쇼핑도 좀 해야겠지만 혼자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다.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며 즐거워했던 것은 항공권 예약하기 전후 일주일쯤. 바캉스라는 것은 어디 멀리 떠 있는 나와 상관없는 섬처럼 느껴진다.


어제 통화한 아는 동생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나이가 드니 열정이 없어졌다고. 

'열정'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도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연애나 사랑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자기가 되기 위해 오늘도 새벽 기상하며 열심히 루틴을 돌리고 있을 사람들의 열정. 난 왜 그런 욕심이 생기지 않는 거지. 

물론 지난 4월에도 운동, 미니멀, 독서, 영어, 글쓰기로 루틴을 계획했으나 정초의 결심은 빛바랜 지 오래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삶, 인생에 대한 회의. 이 모든 것이 날씨 탓만은 아니겠지.

청춘이 끝나고 난 후 단순한 열정과 한 대상에 대한 몰입은 끝나고 만 것일까.


'창밖에는 비 오고요'라는 송창식의 애조 띤 노래를 들으며 흘러간 시절을 추억해 본다. 멋진 책 구절과 음악에 마음 흔들리던 그 시절을.



#비오는날의감상   #우기의길목   #회색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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