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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Jul 23. 2023

스트레스받을 때 뭐 하니?




© matthewhenry, 출처 Unsplash




요즘 애들 말로 킹받았다.

사회면을 장식한 뉴스 때문만은 아니고, 그냥 일도 힘들고 나 자신이 싫어지고 무력감에 한없이 우울해졌기 때문이다. 듣는 아이들에 대한 통제력 상실, 한 학기 동안 나는 무엇을 한 것인지 허무하기만 했다.

고등학교 들어가 첫 학기 통지표를 가지고 큰애의 현재 좌표는 한숨을 자아내게 했으며, 착하기만 한 줄 알았던 작은애의 작은 반항도 괜스레 짜증을 몰고 왔다.

이럴 때 잘 통하는 사람과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침 다들 바쁘다.


날씨처럼 다가오는 이 감정의 물결은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가 종종 돌아온다. 완경을 했기에 '그날'도 아닌데 그럼 갱년기 우울증? 하지만 그런 용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짜증만 냈다 하면 남편이 '갱년기 우울증'을 들먹이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짜증이 아닌데.

내 마음에 차지 않는 아이들,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게으른 자신에 대한 원망과 고립감 등등, 분명 이유 있는 감정인데 사람들은 '제2의 사춘기', '갱년기'라는 말로 일축해 버리는 것이 싫다.


읽어야 할 북클럽 책도 있지만, 과감히 던져버리고 치맥과 드라마를 보며 잠도 안 자고 멍 때리고 있었다. 배가 부르다는 뇌의 신호도 무시하고 치킨을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기분이 좋아졌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미드 '지정생존자'를 끊임없이 보다가 잠이 들었다. 이런 대통령이 미국인들이 꿈꾸는 대통령인가? 현실성은 없지만 초반 몇 편은 재미있어서 계속 재생 버튼을 눌렀다. 설마 시즌1이 21화까지 있을 줄이야.


영화를 보면서 치맥을 즐기다 보니 문득 나의 2,30대가 떠올랐다. 때늦은 공부를 하느라 힘들었는데,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매운 떡볶이를 포장해 와서 만화책을 보면서 몇 시간을 멍 때리는 것이었다. 나는 책을 느리게 읽는데 만화책도 마찬가지였다. 장면을 상상하고 대사를 음미하면서 꿈과 환상의 세계를 날아다녔다. 얼마나 많은 만화책을 봤는지. 종이 만화책도 보고 포털사이트의 만화 서비스를 결재해서 보기도 했다. 유치하면 좀 어떠랴.  

떡볶이와 만화의 나날들. 


지금은 치맥과 영화의 나날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먹고 보고'의 공통점은 바뀌지 않았다. 

역시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가 보다.

좀 더 건전하게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활동적으로 스트레스를 풀면 좋으련만, 그게 잘되지 않는다. 평소에 정적인 사람은 동적인 활동, 동적인 사람은 정적인 여가생활을 하면 좋다고 어느 책에서 정신과의사가 말했다.

산책이나 짧은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와 물아일체가 되고 싶다.

며칠 동굴에 들어갔다 나오니 이제 좀 기운이 회복된다.



이 글을 읽는 분은 스트레스받고 우울할 땐 뭘 하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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