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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Aug 16. 2023

카카오 브런치의 변신 혹은 변심

브런치 너마저...




어느 날 눈을 뜨니 '에세이 크리에이터'가 되어있었다.


내가 신청한 것도 아니고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에세이 크리에이터'라니 이 무슨 변괴인가 싶어 브런치 측의 안내문을 읽어보았다.

브런치에서 각 분야별 우수한 창작 활동을 펼치는 창작자를 전문성, 영향력, 활동성, 공신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크리에이터로 선정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얼마 전에 나의 에세이 한 편이 롱런을 날려 아직도 꾸준히 읽히고는 있지만, 크리에이터라는 건 전혀 뜻밖이었고 한편으로는 꿈같기도 하였다. 글 하나로 인정을 받아 크리에이터로 선정해 준 것에 감지덕지해야 될까.

네이버 여행 분야 인플루언서 신청을 딱 한 번 해보고 포기한 나로서는, 내 진가를 알아주는 브런치가 고맙기도 하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어떤 것이든 돈이 개입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 돈을 카카오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독자들에게 '응원하기'라는 형태로 돌려졌다. 이전에도 '텀블벅'을 통해 몇몇 창작자를 응원해 본 적은 있었으나, 순수 창작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라 믿었던 브런치의 변신은 충격을 가져왔다.

이것은 변신인가 변심인가.

예술성보다 대중성을 잡으려 변신을 시도한 가수를 보는 듯 왠지 기분이 묘하게 착잡하다. 초심을 잃고 상업화되는 것 같아 못내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에 구독한 한 인기 브런치 작가가 당분간 글을 안 쓰겠다고 선언하셨는데 나도 묘하게 당혹스럽다. 한동안 사태를 관망하며 다른 이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직 브런치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상당히 어렵게 느껴진다.



글이 돈이 된다는 것, 어쩌면 글 쓰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작가와 짧은 글을 기고하고 원고료를 받는 작가들을 생각하면 그 자체로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정신적인 노동이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원하지 않는 작가도 분명 있을 것이다. 브런치의 변화는 갑작스럽고 치밀하게 준비되지 않았으며, 지나치게 노골적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지금까지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해 다른 포털 사이트와 달리 순수한 기대를 가지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런치의 변화에 대해 처음 든 생각이 '브런치 너마저...' 였으니.

밀리의 서재의 밀리 로드 등 작가를 기르는 유사한 플랫폼이 생기고 브런치로서는 살아남으려는 자구책이었다고, 진작 이런 제도가 있어야 했다고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들도 많다.


처음의 당황스러움이 가라앉고 나니 걱정이 뒤따른다. 3-4개월의 파일럿 기간이 지나고 난 후에는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응원하기'라는 게 꼬리표로 붙을 텐데, 그러면 응원을 받는 작가냐 아니냐에 따라 작가와 독자 모두 심적인 부담을 느낄 것이다. 물론 한번 크리에이터는 영원한 크리에이터가 아니니, 파일럿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띄엄띄엄 글을 올려 부실한 운영으로 크리에이터에서 탈락될 수도 있다. 'S'라는 연둣빛 마크가 있다가 떨어지면 작가는 얼마나 상심할 것이며, 기러기처럼 다른 플랫폼을 찾아 떠날 수도 있겠지. 글을 잘 쓰는 작가임이 분명한데도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지 못한 사람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은 어떡할 것인가.



그렇다. 나는 응원을 못 받을까 봐 겁나는 소심한 작가이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너, 자신 없구나' 하는 공격을 받는데도 어쩔 수 없다. 브런치의 경쟁 제도, 적자생존의 원칙을 이기고 살아남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지, 도태되는 작가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작가'라는 말보다 '크리에이터'라는 말은 묘하게 거슬린다. 왜 그럴까?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글로 자기표현을 하는 사람이고,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읽어주고 공감해 주면 용기가 나긴 하지만.

젊은 대중의 입맛에 맞는 창작을 하기에는 너무 감각이 늙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그것이 때로는 없어 보이고 초라하고 지나치게 솔직한 글이 될지언정, 어느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제발 안면을 봐서 서로 '응원하기'를 눌러주는 그런 상부상조적 응원은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진정 '작가'라는 명함에 어울리는 작가로, 수익을 창출하기에 골몰하기보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로 남기를 소망한다.



#카카오브런치   #브런치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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