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부터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고작 3일째.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가야 할지 뒤로 물러서야 할지 고민스러운 어정쩡한 삼일째 고비를 맞았다.
'매일 글쓰기'를 한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칭찬해 주는 것도 아닌데, 나는 어쩌다가 이런 일을 벌여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나. 이런 생각이 벌써부터 들고 있다니 나도 참.
매일 글쓰기를 가로막는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 뚜렷한 목표와 계획이 없다.
브런치북 응모라는 눈앞의 목표는 있지만,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미 작년에 고배를 맛봤기에 얼마나 경쟁이 치열하고 훌륭한 글이 많은지 알기에.
그러니 분명한 주제도 없다. 응모를 위해 어떤 브런치북을 쓸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떠오르는 대로 마구잡이식 글쓰기를 하고 있다.
꼭 책을 내야겠다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없다. 그냥 쓰고 싶을 글을 쓸 뿐이다.
둘째, 회의감, 심적 부담감.
앞에서 말한 것과 연결하여 '글 쓰면 뭐 할 건데?'라는 회의감이 드는 것이다.
분명한 목표와 그에 따른 장, 단기 계획이 있어야 달릴 것인데 기초 설계가 부실하니 마음도 굳건하게 서지 않고 무릎이 꺾인다.
글쓰기가 정말 재미있으면 날밤을 새고 쓸 텐데, '매일'이라는 것에서 오는 심적 부담감이 글 쓰는 재미를 흐리게 한다.
셋째, 게으르고 산만하다.
이보다 더한 이유가 있을까? 행동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이유는 게으르고 귀찮아서일 것이다.
그냥 넷플릭스로 영화 보고 블로그 보고 유튜브, 인스타 등등 가만히 있으면 즐길 거리가 가득인데, 그 모든 즐거움을 뒤로하고 홀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글 쓰려고 마음을 먹고 자리에 앉으면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관심 분야도 여러 가지로 분산된다.
넷째, 글을 쓰는데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떤 분들은 글 한 꼭지 쓰는 데 1시간이면 족하다고 하고, 타임 아웃을 두고 글을 쓴다고 한다.
1시간에 한 편이면 저녁 먹고 시작해도 4편을 뚝딱 쓸 수 있을까? 그건 아니겠지. 글이란 게 벽돌 공장에서 벽돌을 찍듯이 정형화된 틀에서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단시간에 집중해서 쓴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글을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다섯째, 나보다 똑똑하고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비교의식.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지나치게 독자와 다른 작가들을 의식하는 것도 창의성을 저해한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도 너무나 많다.
이런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은 나를 살아있게 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이슬아 작가의 '심신 단련' 에세이를 빌려왔다. 다른 좋은 책도 많지만 대부분이 대출 중이라 남아 있는 책 일부 중에서 제목에 끌려 선택했다. 책 제목으로는 특이하지 않은가. 이슬아 작가의 '헤엄출판사'가 아니고, 다른 유명 출판사였다면 그대로 출판했을지 조금 의심쩍어지는 책 제목이 아닌가.
이슬아 작가에 대해서는 스타일리시하고 매력적으로 글 잘 쓰는 젊은 작가 정도로 알고 있었다. '일간 이슬아'로 구독자에게 돈을 받고 글을 메일링 서비스한 거의 최초의 작가가 아닐까.
책에서 보니 25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고안한 것이고, 6개월 안에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니 아이디어도 실행력도 놀랍다.
대학생 시절이나 지금도 얼마나 지독하게 일을 하는지, 20대니까 가능하다고 넘기기에는 평균 이상이다. 안드로이드라고 애인이 오해할 만하다.
매주 네 번의 만화 마감과 글 두 편의 마감, 그리고 글쓰기 강의를 1년간 계속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수입은 늘었으나 건강이 무척 나빠졌다. 그래도 일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유지해야만 해서 날마다 한강 둔치에서 달리기를 했다. 그렇게 생활하며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했다. (심신 단련, 47쪽)
멋지지 않은가. 반해버릴 것 같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읽어도 글이 너무 재밌다는 점.
3일째 글을 올리면서 매일 글쓰기가 힘들다고 찡얼거린 나의 나약함을 반성하면서, 더 치열해질 것을 다짐해 본다.
#매일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