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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Aug 28. 2023

특수교사로 정퇴 할 수 있을까

특수교사의 워라밸



© PublicDomainPictures, 출처 Pixabay




얼마 전 누군가 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런 줄 몰랐는데, 정말 힘든 일 하시네요."


얼마 전부터 뉴스에서 교권 추락과 교권 침해가 핫이슈가 되고 있다. 주변에서도 학부모의 민원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병가와 휴직을 낸 선생님을 볼 수 있다. 그동안의 수고는 모두 잊히고, 조용하게 일을 무마하려는 관리자와 생떼 쓰는 학부모 사이에 교사는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지금까지 특수교육과 관련해서는 아동 학대 등 주로 부정적인 뉴스가 언론을 장식한 일이 많았다. 어느 웹툰 작가 덕분에 언론과 민심이 특수교사에게 동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학부모와 교사는 학생의 성장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불신하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몇 년 전 나도 어떤 학부모로부터 민원이 제기된 적이 있다. 학생의 과도한 문제행동 때문에 상담했는데 학부모가 나의 말을 오해한 것이다. 그래도 말이 아예 안 통하는 분들은 아니어서 민원은 잠잠해졌지만, 어떤 학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교직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교직생활을 한 것은 내가 일을 잘해서라기보다는 좋은 학생과 좋은 학부모를 만나는 행운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장애가 심한 학생은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고 과잉행동으로 사고의 위험이 있다. 지금까지 큰 사고나 송사 없지내온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교사는 성직(聖職)이 아닌데, 유독 특수교사에게는 희생과 헌신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모든 원인과 분노를 특수교사에게 투사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학부모는 자녀의 방과 후까지도 교사가 모두 조정하고 케어해 주기를 기대한다. 특수아동이 통합학급에서 과도한 문제 행동을 했을 경우, 특수교사에게 모든 걸 떠넘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특수 학생을 가르치고 돌보는 것만 해도 힘든데, 그 외의 행정적인 업무와 학부모, 관리자, 동료 교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있다. 언젠가부터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한때는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까 심각하게 고려해 보기도 했다. 30대 중반에 특수교사의 길을 걷게 되어서인지 그만 두기는 쉽지 않았다. 이제 그러한 갈등의 고비도 지나가고 평온하게 교직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를 늦게 낳아서 가능하면 정년퇴직까지 일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만 태어난 것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는 것에는 기쁨과 보람보다는 수고와 어려움이 더한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퇴근 이후의 휴식과 소소한 즐거움으로 일의 고통을 잊고 산다.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용기 있는 생활의 현자도 있다. 글쎄, 내가 돈을 벌지 않아도 기본적인 생활이 유지된다면 자아실현을 외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었던 교직에도 적응하고 엄마, 주부로서의 역할도 해보니 늘었다. 이제는 다르게 살고 싶은 꿈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다른 세상에 대한 욕망도 잊힌 지 오래다.

유능한 교사는 되지 못하지만, 이왕 하는 것 양심껏 할 수 있는 만큼의 열심을 다하며 특수교사로 정년퇴직하고 싶어졌다. 번아웃이 될 정도로 최선을 다하지도 말고, 퇴근 후에는 학교 일을 싹 잊어버리고 나만의 세계에 몰입하고 싶다. 퇴근 이후에도 가끔 학부모에게 전화가 오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떠올라 실패하기는 하지만.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영화도 보면서 여가 생활을 즐긴다. 정년퇴직까지 무탈하게 가려면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은 필수니까.




#워라밸   #무탈하게   #가늘고길게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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