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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Sep 06. 2023

노곤노곤한 일상에서 에세이 퍼내기




한 달 동안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이제 3주 차에 접어들면서 심신이 흔들리고 있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싶은데, 나약한 정신은 자꾸 전진하기를 거부하고 주저앉고 싶어 한다. '매일 글쓰기'에 대한 희망과 도전 정신으로 빛나던 눈빛은 학기 초의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하루를 건너뛰었다. 하루를 건너뛰니 '이틀에 한 번만 쓸까?' 하는 유혹이 생긴다. 주말 중 하루는 빼고 주 6일 글쓰기로 저절로 타협하더니,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처럼 편안함을 추구하는 마음은 끝이 없다.

'누가 읽는다고 그래? 이틀에 한번 쓰나 매일 쓰나 아무도 모를걸.' 마음속에선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이웃님들에게 가끔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제목과 글감을 임시 저장해 놓은 것이 70개 이상이라고. 여기에는 독서 리뷰와 영화 후기도 일부 포함된다. 아무리 쓸 거리가 있다고 해도 짧으나 기나 에세이로 완성시키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평일 퇴근 후 글쓰기는 꽤 노력이 필요하다. 야행성 인간이라 출근 전 글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그렇다고 퇴근하면서 집에 가지 않고 카페에 들러 글을 쓴다는 것도 쉽지 않다.

퇴근 후 마트에 가는 것은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가면서, 스스로의 성장을 위한 글을 쓰러 가는 것은 왜 이리 어렵게 여겨질까. 어떤 작가나 블로거처럼 카페에서 글을 써본 적이 거의 없다. 소음과 낯선 공간에 대해 예민해서 집중하기 어렵기도 하고, 퇴근하고 나면 집으로 바로 가는 것이 오랜 습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장시간 긴장하며 지내다 보면 어서 빨리 '홈 스위트 홈'으로 가서 내 맘대로 짜증도 내고 편하게, 느슨하게 있고 싶은 것이다.


이 편함이 글쓰기에는 득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쓰고자 하는 마음'이 이겼다. 임시 저장해둔 글 제목을 좌르륵 살펴보며 오늘 내 마음에 다가오는 글감을 고른다. 어떤 것은 상당히 자극적이고 눈에 띌만한 제목이라고 혼자 멋대로 생각하지만, 제대로 된 글로 펼쳐내기에는 시간과 마인드가 부족하다. 컨디션 좋을 때로 미뤄둔다. 과연 시간도 많고 컨디션도 좋을 때가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다.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후에는 쉽게 가고 싶어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에 마무리할 수 있는 쉬운 글감이나 일부분 미리 써놓은 글을 선호한다.

미리 써놓은 글감 중에서 아무것도 땡기지 않을 때도 있다. 순간적으로 생각나 메모를 해뒀지만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하면 별로 와닿지 않아서 쓰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 경우다. 이럴 때는 지금 나에게 생생하게 매력적인 글감, 방금 낚아올려 파닥파닥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반짝이는 글감이 잡히는 경우는 드물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몇 달이고 몇 해고 계속해서 글을 쓰다 보면 소재가 고갈되지 않을까?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나의 편협함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을까? 매일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비슷한 곳에 가고 비슷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좋은 에세이를 쓸 수 있을까?

글감을 얻기 위해 일부러 버스라도 타고 돌아다녀야 될 판이다. 지난번 부산 여행에서는 시내버스 뒤에 앉아 여러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엿들었다. 그런 날것의 이야기를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작가들이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가는 것은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일 것이다. 항상 머물던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머리를 식히고 돌아오거나, 아예 낯선 여행지에서 글을 쓰는 경우도 많다. 브런치가 나를 작가라 불러주니 훌쩍 여행을 떠나 새로운 곳을 보고 겪으며 반짝이는 글감을 찾고 싶어진다.



#매일글쓰기   #글쓰기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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