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를 1년 넘게 쓴 적이 있다. 작가들이 6개월만 감사일기를 쓰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해서.
속았다.
그래도 나는, 내 감정의 기본 골조는 바뀌지 않았다.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덜 불행해졌으리라.
매일 밤, 세 손가락 또는 다섯 손가락을 꼽으며 감사해야 할 이유를 찾아보았다.
바쁘고 귀찮아서 넘어간 날은 있어도 생각해 보면 단 한 줄도 쓸 수 없는 날은 없었다.
하지만 억지로 내 인생을 장밋빛으로 만들려는 것이 지겨워졌다. 또다시 삐딱함이 가슴팍을 비집고 나온다.
출근을 준비하며 머리를 말리다가 블라인드를 통해 비치는 나무 그림자에 어쩐지 감사하고 싶어졌다.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듯 자신의 머리를 빗어본다. 오늘 하루도 수고할 나를 위해.
안 그래도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잘 지내고 있다고 전화를 해준 누군가의 따뜻한 목소리.
항상 나를 걱정해 주고 친정엄마 대신으로 생각하라는 다정한 언니.
퇴근하자마자 드러누운 나를 대신해서 가끔 맛있는 김치볶음밥도 만들어주는 남편, 마누라에게는 못하지만 아이들에겐 자상하기 짝이 없다. 애들 어릴 때 부리던 성질은 많이 죽었다.
그리고, 부족한 엄마를 키워주는 아이들.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모든 걸 내 맘대로 하는 어린아이처럼 살았을 테지.
감사할 이유는 찾아보면 꼭 있다. 작은 풍경에도 한마디 말속에서도.
내가 인정하기가 싫거나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뿐.
갱년기 아줌마의 마음은 이렇게 널을 뛴다.
결국은 살아가야겠기에, 오늘을 살고 씩씩하게 또 내일을 열기 위해 감사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요즘 내 마음에 촉촉함이 몹시 부족하니 감사함으로 충만하게 적셔볼까?
그렇게 다시 감사는 일상의 작은 용기로 나에게 다가온다.
#감사일기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