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가는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휴가는 특별히 본가와 처가에 모두 다녀와, 아주 뜻깊게 보냈습니다. 3일 휴가의 첫날은 본가에서 어머니와 함께 보내고, 이튿날은 처가에서 장모님 생신을 기념하고, 다음날 관사로 돌아왔습니다. 지난달 아버지 제사 때 사정이 있어 찾아뵙지 못해 아내 혼자 다녀왔는데, 이번에 휴가를 내어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찾아뵀습니다. 아내가 제의하지 않았더라면, 안 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내의 인도로 다른 일을 뒤로하고 어머니께 먼저 달려갔습니다. 아들은 결혼하면 소용없다고들 하는데, 효심이 깊은 아내는 슬기롭게 나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나를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휴가 이튿날은 장모님의 생신을 맞이해 찾아뵙고, 장모님께 내가 정성스럽게 쓴 수필과 시를 엮어 선물로 드렸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쾌활하게 웃으면서 시에 대한 감상평을 전했습니다. 아내는 웃음이 터져 웃으며 말이 끊어져,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엄마! 여기 시도 있는데, 너무 유치해요!” 나는 아내를 위한 시를 썼다고 감동했다고 할 줄 예상했었는데, 의외의 반응이었습니다. 잘했다고 칭찬할 줄 알았는데, 혹평이었기에 약간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해도 오글거리는 느낌이 없지 않았기에, 아내의 평에 조금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습니다.
처남에게는 장모님의 선물에 보너스로 열심히 운동하라는 뜻을 담아 달리면서 썼던 18편의 달리기에 관한 수필을 전했습니다. 평소 체중 관리를 위해 열심히 뛰라는 직접적인 당부와 더불어 달리기를 본보기로 삼아 열심히 살아가자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참에 처형에게도 가족의 사랑을 주제로 엮은 FAMILY(Father And Mother I Love You)란 제목의 수필집을 전했습니다. 지난번에 주고 나서 그 이후로 쓴 글이 꽤 있어 다시 엮어보니, 어느새 제법 분량이 되었습니다.
처가에서 수필에 대한 소재와 내용을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가족을 위한 부모님의 헌신, 연애 시절의 풋풋했던 추억, 신혼 때 갈등을 극복한 일화, 어진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였음을 설명하고 있는데, 아내가 옆에서 추임새를 넣는다고 할까, 신이 나 덩달아 흥을 돋우며 처가 식구들에게 한마디 설명을 보탭니다. 아내가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기운이 느껴져 나는 뿌듯했고, 우쭐해져 은근히 힘이 들어가 너무 의식한 나머지 아내의 설명에 집중하지 못하고, ‘으흠’하고 기침이라도 한번 해야 하나 잠깐 망설였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를 위해 집을 나설 때 아내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여러 가지 맛난 음식을 싸줍니다. 닭갈비, 김치찌개, 멸치볶음, 콩물 등등입니다. 요리를 하루 전 미리 해두었다가 냉동으로 보관해 가방에 넣어줍니다. 언제 한번 주방에서 둘째에게 “아빠가 만들어 줄게”라고 했더니, 둘째가 의아해하며 물음과 해답을 동시에 던집니다. “아빠는 요리 못하잖아? 엄마가 해준 거 데워서 먹는 거지!” 자식을 돌보느라 애쓰는 아내에게 나까지 돌보게 해서 미안해지며, 집과 관사를 오가며 이중으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더더욱 감사할 따름입니다.
휴가의 이틀 밤을 지내고, 다음 날 점심을 먹고 출발해 기차역에 다다릅니다.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나의 마음은 휑해지기 시작합니다. 삽시간 아득해지는 마음을 추슬러 가족과 함께 보낸 기억을 떠올립니다. 함께했던 좋았던 기억을 하나씩 꺼낼 때마다 비어져 가는 마음을 여미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 한 추억이 따뜻하게 나의 가슴을 품어주기 때문입니다. 관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바로 저녁거리를 제외하고, 주중 식단을 고민하면서 가져온 음식을 냉장고에 넣습니다. 출근할 때 냉동실에서 꺼내기 편리하게 요일 순으로 정리합니다.
아내에게 다녀오며 음식이 채워짐으로부터 부족한 게 없는 풍요를 느끼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상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얻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이러한 일상의 즐거움과 만족이 곧 행복이지 않을까요! 작고 평범하지만, 일상을 잘 지내는 일이 행복입니다. 아내에게 다녀오며 평일에는 혼자 지내지만, 마음이 내려가지 않고 평온을 유지하는 여운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나는 계속 행복감에 이르고 있습니다.
관사에 도착해 나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즐겁고 행복합니다. 휴가 때 일기를 연필로 꾹꾹 눌러쓰면서 흐릿하게 내려간 기운이 또렷하게 차오릅니다. 연필에 진심을 담아 새긴 기억이 따뜻이 나와 가족을 연결해 주는 순간입니다. 아내에게 다녀오며 솟아오른 생동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멀어지지만, 기록을 통해 선명한 기억으로 이어져 다시 활력이 붙습니다. 집에서 멀어지는 거리에 비례해, 공허해지는 마음이 또 다른 집인 관사에 가까워질수록 차츰 올라가게 됩니다. 아내에게 다녀오며 포근하게 편안해지고, 혼자 지내는 외로움과 불편함이 한구석으로 던져집니다.
평일 5일을 보내고 아내에게 다녀오며,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쉼을 얻습니다. 평일에 메마른 대지가 타 들어가며 쩍쩍 갈라지던 중에 아내에게 다녀오며 촉촉하게 단비를 맞습니다. 아내에게 다녀오며 느낀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 나에게 안식을 주고 있습니다. 곤란에 처해 마음이 얼어붙을지라도 그것은 표면일 뿐, 본질일 수 없습니다. 겨우내 두껍게 얼어붙은 강 밑으로 물이 언제나 흐르듯이 아내에게 다녀오며 지아비를 위하는 아내의 정성을 느끼고, 아내를 향한 사랑이 내 안에 흘러 나의 마음은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2024년 6월 대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