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향하며

by 전우 호떡

나의 마음 가득히 아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의 중심은 집안의 해인 아내에게로 향해 있다는 뜻입니다. 평일 근무를 마치고 주말에 집에 갈까 망설이다, 계속 혼자 지내게 되면 찾아오는 우울감이 걱정되고, 일상의 스트레스가 이어질 것 같아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매일 보고 싶은 아내가 주말이 다가오면서 더 보고 싶고, 가정에서 쉼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오후 나의 발걸음은 마냥 가벼운데, 금요일 오후에 집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이번이 올해 처음이라 특별히 기대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려고 채비해 퇴근하고 바로 길을 나섰습니다. 금요일 오후에는 처음 가는 길이라 퇴근 시간대 차가 막혀 기차 시간에 늦을까 조마조마하며 향했습니다.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로 집으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이동하는 거리와 대기하는 시간을 더해 서너 시간 동안 처음 만났을 때와 연애하던 시절의 재미있는 추억을 그려보고 혼자 웃음 지을 때도 있고, 아주 어려웠던 삶의 한가운데도 떠올라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됩니다.


처음 만났을 때 정장을 입고 머리에 무스도 바르고 최대한 단장해 온갖 정성을 들여 아내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바라보는 시선은 나와는 정반대였습니다. 바싹 마른 체형에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큰 옷을 입고 나왔고, 거기에 더해 설상가상으로 옆과 뒷머리를 하얗게 바짝 밀고, 아주 짧은 스포츠형의 머리에 무스를 발라 세운 나의 모습이 비쩍 마른 허수아비인 양 너무 웃겼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나의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대화하면서 왠지 모르지만, 불현듯 그냥 나를 챙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애처로운 동정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지만,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는 연애하던 시절 나의 뜻을 다 받아주었습니다. 찬 음식을 싫어하는 아내는 내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걸 알고 만날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함께 먹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 주체성이 없지 않았지만, 군에 있다가 사회로 나오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며 내가 가고자 하는 쪽으로 따랐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군에 있는 나의 상태는 변함없는데, 나는 절대적으로 아내의 뜻을 따르고 있습니다. 아내의 관점에서는 결혼하고 나의 여유로워지고 풍요해진 일상을 읽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고, 나의 경우에서는 지혜로운 아내가 제시하는 길을 따르는 게 현명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나에게 커다란 불운이 생겨 매우 힘겨운 처지에 있었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는 다른 경로를 통해 부대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알게 되었고,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채근하지 않고 한걸음에 나에게 달려왔습니다. 당시는 하늘이 내려앉은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는데, 아내는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며 나의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아내는 일주일 동안 내 곁에 머무르며 내가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주의를 전환해 주었고, 나의 동력을 이끌어 주고 돌아갔습니다.


아내는 나에게 길을 안내하며 열어주는 동반자입니다. 언젠가 한 번 내가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 아내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걱정 한번 끼친 적 없는데 괜찮아요. 이 정도라서 다행이에요! 다치지 않고 이렇게 건강하게 있으니 이걸로 충분해요.” 그 일이 있고 꽤 시간이 지나 그 일에 대해 내가 다시 꺼냈을 때 아내는 조곤조곤 설명하며 더 이상 말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냥 잊으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세상의 이치를 넉넉하게 때로는 담대하게 안고 살아갑니다. 일이 혹 잘못되더라도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받아들이고, 일이 잘되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며 겸연쩍게 반기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향하는 길 위에서 지금까지 지나온 여정을 뒤돌아보며 삶의 단편을 모아봤습니다. 아내의 어진 마음, 관조적인 시각과 포용력은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가정 안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관계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아내는 가정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고 큰 힘이 되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가정이 풍족하지는 않지만, 풍요롭게 살아가는 원인은 아내의 보살핌 덕분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아내의 온기로 가정은 성장하고, 헌신적인 삶을 실천하는 아내의 선한 영향력은 우리에게 겸양과 인내의 태도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오늘 아내에게 향하며 사랑과 책임감으로 가족의 삶을 소중하게 가꾸어 가는 아내의 삶을 떠올리면서 실천적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리라 가슴에 새겨봅니다.


2024년 5월 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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