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의 시간을 건너
새로운 길에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형을
스치듯 만났다
부르지 못했던 이름
그러나 한 번도 지운 적 없는 사람
헤어질 때의 마음을 짐작했기에
나는 오래도록 침묵으로 안부를 대신했다
어린 시절, 형은 물결처럼 다가왔다
말끝을 낮추고 세상의 모서리를 둥글게 하던 형
“그럴 수도 있지”
그 한마디에 나는 그 시절의 걱정과 불안을 내려놓았다
주말이면 형과 함께 나누던
김 오르던 수제비 한 그릇
휴가 때마다 불러주던 저녁 자리
형은 큰마음으로 내 삶의 방향을 붙들어 주었다
세월이 흘러 시간은 우리 사이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고,
우리는 서로를 그리워한 채
각자의 침묵을 건넜다
그리고 다시,
생의 한 길목에서 마주 선 우리
형과 나는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또 괜찮다고 했다
이런 시절, 지금까지
형과 함께한 나날들이 더없이 소중했기에
또,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했으므로
마음에 품은 사람은
끝내 다시 만난다
추억을 되짚는 데 머물지 않고
다시 함께하고 싶다
내일을 함께 걸어가고 싶다
형과 마주 보며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웃을
내일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