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가슴을 안고
한강을 마주한다
힘차게 달리며
나를 내려놓는다
스산한 바람이 스치면
엉킨 말들이 흩어지고
땀방울 떨어질 때
묵은 감정도 씻겨간다
혼자라 여겼지만
곁에는 늘 강이 흐른다
보채거나 보태지 않고
멈추지 않는 법을 가르치는 벗
앞서 가는 이
숨 고르며 따르는 이
마주 웃는 연인
벤치 위 고요한 시선
휘청이는 느린 걸음도
구호 속 젊은 대열도
저마다의 속도로
삶의 반환점을 향한다
어려움의 무게는 다르고
힘듦은 견줄 수 없으며
달리는 속도에는
끝내 답이 없다
반환점을 돌아
발걸음이 가벼워지듯
삶은 지나온 길보다
남은 길에서 빛난다
물결 속으로 스미듯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며
어제의 나를 벗어 두고
내일을 가볍게 맞는다
조각난 구름 아래
강 위에 마음을 띄운다
흐르는 것은 머물지 않고
머물지 않기에 다시 시작한다
드러내지 않는 깊이,
도도하지 않은 물결 위에서
조금 더 잔잔하게 달리며
맑아지는 나를 비춰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