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에서 일상으로

by 전우 호떡

정적을 깨우는 물 한 잔은
밤새 고여 있던 장막을 걷어내고,
내 안의 탁함을 가만히 걸러낸다
묵은 기운은 조용히 씻겨 내려간다

창밖 풍경을 곁들인 차 한 잔은
혈류 깊숙이 잔잔히 번져 들어
차갑던 몸에 온기를 밝히고,
비로소 고요한 아침의 문을 연다

이 여유는 오늘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작은 의식이다
머릿속 하루의 밑그림은
차분한 선 위에 놓여 있고,
그 위로 기대와 설렘이 은은히 번져 간다

소박한 의식의 시간을 뒤로한 채
채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선다
평온한 안식처를 벗어나
‘일상’이라는 이름의 과업 속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고요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하루를 그려 가며
새로움 앞에서 긴장과 조바심,
불쑥 고개를 드는 걱정과 불안을
조용히 내려앉히려 애써 본다

잘 해내고 싶은
뜨거운 욕심과 다짐이
나를 앞질러 가지 않도록,
솟구치는 마음을 지그시 눌러
흔들림 없는 일상을 다시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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