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동안

by 전우 호떡

어제 축구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쑤신다. 오랜만에 운동하고 저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활동하다 늦게 잠들었다. 새벽에는 어제 무리한 후유증으로 다리에 쥐가 나 잠결에 주물렀다. 보통 쥐가 나면 잠깐 풀어주면 없어지는데 종아리가 너무 저려 잠이 완전히 깨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결리고 쑤셨다. 기진맥진한 기운에 도저히 일어나기 어렵다고 느낄 만큼 힘겨웠으나, 그래도 잠자리를 뒤로하고 몸을 추슬렀다.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항상 하던 대로 되기 마련이다.


그동안 운동을 못 해 갑자기 안 쓰던 근육을 심하게 썼던 까닭에 뻑적지근한 몸으로 일상에 힘이 더 들어간다. 운동하는 동안은 드리블하고 패스하면서 공격하고 골 넣는 기분에 몰랐었는데, 준비 없이 무리한 결과는 가혹했다. 오랜만에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부딪히며 친교를 나누고 우의를 다져 그 기분만은 생생하고 좋았으나, 온몸에 알이 배이고 거동이 불편해 온종일 나의 기상은 찌뿌둥했다. 운동 안 한 게으름은 평소에 자기 관리가 부족했던 탓으로 ‘조금씩 운동했더라면’하는 후회를 불러일으켰다.


온종일 찌뿌둥한 기운에 묵직해져 상쾌하지 못했다. 몸이 찌뿌둥하니 마음도 몸을 따라가 활기를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활력을 찾고, 온몸에 배어 있는 알을 풀고 좀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오후에 달리면서 몸을 풀기로 했다. 작은 보폭으로 아주 천천히 뛰었지만, 다리뿐만 아니라 온몸의 구석구석을 되도록 많이 움직였다. 뛰면서 양팔을 하늘로 쭉 뻗어 굳어있는 팔을 흔들며 털어주었다. 다리의 움직임에 비해 팔의 변화는 작기에 팔 근육을 풀어주고, 동시에 양팔을 하늘과 수직으로 교차하며 하늘의 기운을 느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달리는 동안 몸은 뛰고 있지만, 머리는 현업에서 잠시 벗어나 쉬게 되어 중요한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여유란 쉼에서 나오지만, 달리는 동안 머릿속에 여유를 찾을 수 있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마음에 여백이 생기니 그 공간이 생각으로 자연히 채워진다. 상념에서 벗어나 뛰는데 불현듯 잊고 지낸 일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처음에는 내가 겪은 일들이 떠오르고 그 기억을 더듬다가 내가 행한 잘못을 헤아리게 된다. 내가 받은 상처와 어려웠던 기억이 누군가에게 나는 그러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해 주었다.


요즈음 특별한 심사가 있어서 준비하느라 마음에 두고 있었고, 현재 진행되는 업무에 집중해서 주변을 생각하지 못해 중요한 일 몇 가지를 빠뜨리고 있었다. 그동안 고마운 분들께 안부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뛰고 돌아와 안부를 전하고 그간의 사연을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달리는 동안 잊고 지낸 걸 떠올리게 되어 감사한 순간이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평탄한 길, 꼬불꼬불한 길, 커브길, 갈림길, 여러 길이 놓여 있고, 달리면서 수많은 길을 지난다. 제각각 의미 있는 길이다. 뛰어가며 내가 향하고 있는 길은 어느 방향인지, 나는 어디에 와 있는지, 이 길은 어떤 길인지, 지금 가는 길에 대해 나의 선택은 옳은 길인지 생각한다. 내가 가고 있는 길에 진심으로 향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앞으로 향해야 할 길이 어떤 길인지 고민해 본다. 쉬운 길도 있으나, 길은 일정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구간을 지나면 반드시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달리는 동안 그 변화를 준비하며 앞길을 맞이할 수 있고, 눈앞에 길이 펼쳐지듯이 안 보이는 길을 그리며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달리는 동안 환경에 적응하듯이 자연히 익혀진 코스가 눈에 들어오면서 안도감을 얻는다. 달릴 때 전체 코스를 먼저 그려보고, 달리면서 시작점과 종점을 기준으로 지나온 구간과 앞으로 향할 코스 가운데 나를 조명해 봄은 달리기의 묘한 매력으로 나를 이끌어 지겹지 않게 달릴 수 있다. 코스를 늘릴 때 안 다녔던 길을 처음 정찰하며 코스를 확장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변함없이 그대로이지만, 나의 영역을 넓혀가는 달리기의 시간과 거리는 나에게 성장을 이끄는 데 충분하다. 투자하는 만큼 성장하기에,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공들인 노력은 나를 멈추게 하지 않으리라!


달리면서 스치며 지나는 풍경은 목적지에 이르는 거리를 점점 더 좁혀주고 있다. 정지해 있는 세상을 등에 지고 앞으로 나아가며 노력의 결실에 가까워지는 보람을 찾게 됨은 달리기의 매력이다. 처음 시작할 때 아득한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 어느새 목표에 닿는다. 아늑한 쉼이 좋고, 여유 있고 편안한 순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우면 뭐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게 삶의 이치이기에, 달리는 동안 여유 있는 쉼도 느끼게 되면서 멈추지 않고 한발 한발 내딛음은 실로 득이 되는 성장의 과정인 셈이다. 한발 한발 내딛음을 통해 가질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성장은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히 얻게 되는 부산물이 틀림없다.


2022년 여름 공현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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