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by 전우 호떡

본격적으로 언제 글을 쓰게 됐는지 기억해 본다. 2018년은 지휘관을 마치고 비교적 출퇴근 시간이 정형화된 일상을 보내면서 예전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었다. 봄을 지내면서 친구가 작년 문인회에 수필을 기고해 신인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문인회를 홍보하면서 나에게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었다. 마침 지휘관의 직책을 마치고 지휘사례를 수기로 써 본 경험이 터였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두 편 정도는 내야 한다고 하기에 일단 주제를 먼저 정했다. 한 편은 러시아에서 쉽지 않았던 유학생활을 소재로 삼았다. 고단하지는 않았지만, 주요한 길목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시기였다. 결혼 후 처음 신혼살림을 꾸리며 알콩달콩 지낸 일상과 첫째를 출산했을 때 급박하면서도 물 흐르듯 순조로웠던 과정을 중심으로 결혼 후 일상의 소소한 문제에서부터 유학기간 첫째의 출산, 육아, 석사학위 과정이 우리 삶의 의미를 더해주는 숙제였음을 기록했다.

또 한 편은 지휘관 시절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되면서 경험한 몇 가지 일화와 함께 그린 전우애를 주제로 썼다. 내가 갖고 있는 수건을 전우에게 건네 전우가 위기의 순간을 벗어날 수 있었고, 위험한 지역에 길을 개척하기 위해 앞장섰고, 전우와 소방호스를 교대로 잡으면서 사투 끝에 간신히 산불을 잡았던 경험을 토대로 소감을 밝혔다. 이 작전을 통해 더욱 돈독해진 전우애 덕분에 전우들과 즐겁고 보람 있게 지휘관 직책을 마칠 수 있었기에 글을 통해 생사를 함께한 전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처음 두 편의 수필에서 출발해 일상을 정리하고 나의 경험과 책에서 본 기억을 더듬어 엮어가다 보니 어느새 80여 편의 글이 되었다. 출장 갈 때에도 노트북을 휴대해 메모를 조각 모음으로 엮어놨다. 지휘관 시절 전우들과 공동운명체로서 제의하고 싶은 몇 가지가 떠올라 지휘서신이란 제목으로 공유했었다. 그때 글을 모아 제목을 붙이고 끝을 맺으면서 한편 한편씩 쌓아갔다.

늦은 저녁 생각들을 정리하며 십여 분을 걸어와 집에 도착하면 저녁을 준비해 맛있게 먹고, 여유로운 한때를 맞이한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책상에 마주하고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하루 일을 되돌아보고, 옛일도 꺼내보고, 책에서 본 기억을 합쳐서 문장을 만들고 가다듬는다. 글을 짓기 위해 고민하다 머리도 식힐 겸 운동경기를 시청하고, 하고 싶은 걸 하는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생각과 실행의 자유로움이 있는 저녁에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고 나를 돌아보며 지금까지 많이 쓸 수 있었다. 생각만으로 멈출 수 있었는데, 펜과 키보드로 적어 내려갔다. 그 실행을 이끌어낸 생각의 출발에 감사하고 그 실행의 흔적을 이웃에 공유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 가끔 내가 쓴 글을 읽을 때 기억을 되뇌고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다. 글을 쓰면서 더 풍요로운 추억을 만나게 되어 나는 지금도 쓰고 있다.


2024년 3월 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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