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며칠째인가. 김치찌개 냄새가 저녁마다 집 안을 채운 게. 지난 일요일부터 오늘 목요일까지, 다섯 날을 꼬박 김치찌개로 저녁을 삼았다. 그래도 신기하게 질리지 않는다. 여전히 맛있다. 일요일 오후, 먼 길을 다녀오던 나는 시골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지난번엔 마침 장이 서서 북적이는 사람들 틈을 거닐며 삶의 냄새를 구경했었는데, 그날은 장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길가에 놓인 소박한 가게들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버스정류장 바로 앞 정육점. 가게 앞 팻말에는 돼지 앞다리살 만 원이라 적혀 있었다. 고기 시세를 모르는 나로선 푸짐한 포장의 무게감이 꽤나 저렴하고 든든해 보였다. 어떻게 해 먹으면 좋겠냐고 묻자, 주인은 쪄서 보쌈으로 먹어도 좋고 찌개로 끓여도 좋다고 했다. 그 말 중 ‘찌개’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툭 하고 박혔다. 버스 시간에 맞춰 되돌아오며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기를 샀다. 집에 가면 냉동식품 해동 시간이 걸리니, 그날 바로 김치찌개를 끓여 먹는 편이 낫겠다는 계산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기를 듬성듬성 썰고 김치를 꺼내 냄비에 넣었다. 막 끓인 국물에 간을 보니 조금 싱거워 잘 먹지 않던 마늘종 장아찌를 넣어 함께 끓였다. 그러자 간이 오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김치라는 음식이 있어 참 다행이다. 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김치는 그저 끓이거나 볶기만 해도 한 끼가 되는, 참으로 고마운 재료다.
그러다 문득 어릴 적 어머니의 김치찌개가 떠올랐다. 김치, 돼지고기, 양파, 마늘… 재료는 단출했지만, 특히 비계가 든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김치 맛이 일품이었다. 몰캉몰캉한 비계의 느끼함을 김치의 산미가 적당히 잡아주던 그 조화로운 한 숟가락. 찌개 옆에 계란 프라이 하나 얹혀 나오면 그것만으로 일요일의 기쁨이었다. 어머니는 “그깟 하는 음식이 뭐 그리 맛있다고” 하면서도 내가 맛있게 먹으면 흐뭇한 웃음을 지으셨다. 그 찌개에는 어머니의 소박한 마음과 자식을 향한 사랑이 늘 담겨 있었다.
논산에서 근무하던 시절도 떠오른다. 숙소 앞 작은 식당에서 일주일에 한 번 김치찌개를 사 먹던 때. 평일엔 부대 식당의 정해진 맛만 먹다가, 일요일 늦잠으로 피로를 덜고 나서 먹던 그 한 끼는 나에게 작은 호사였다. 김치찌개는 금방 나왔고, 김과 멸치볶음, 오이김치 같은 밑반찬들은 집밥의 정취를 불러일으켰다.
지금도 냄비에서 보글보글, 지글지글 소리는 옛날 그대로인데 맛은 조금 다르다. 어머니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 맛있다. 내가 끓였는데도 이런 맛이 나는 게 신기하다. 아마도 어머니의 어깨너머에서 배운 작은 손길들이 내 손에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혼자 먹는 조용한 집밥이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음식 한 그릇을 통해 내 곁에 앉아 계신다. 나는 김치찌개 한 숟가락에 스며 있는 그 향수를 들이켜며 적적한 마음을 달랜다.
2023년 11월 양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