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길에서 배움

by 전우 호떡

이사를 앞두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늘 곁에 머물렀다. 새로운 임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에,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현실적인 수고까지 더해지니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다행히 이사는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준비 과정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아내는 업무로 인해 이사 당일 함께하지 못해, 그전에 내려와 사흘 동안 집 안 구석구석을 정리했다. 버려진 짐만 어림잡아도 0.5톤은 족히 되었을 만큼 오랜 시간 쌓인 흔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내가 분류하면 내가 내다 버리는 식으로 우리는 말없이 호흡을 맞췄다. 정리의 역할은 거기까지였고, 이후의 과정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약속한 날 아침, 이사업체 직원 네 분이 도착했다. 중년의 남성 한 분과 청년 두 명, 그리고 여성 한 분이었다. 요기를 하시라 준비해 둔 햄버거를 데워 드리며 인사를 나눴다. 짐을 한 번 둘러보시더니, 포장만 해도 네 시간은 걸릴 것 같다며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여유였다. 확장형 6톤 차량에 짐이 다 실릴지 걱정했지만, 직원분들은 괜찮다며 웃어넘겼다. 중간쯤 실렸을 때 이미 공간이 가득 찬 듯 보여 불안했지만, 작업이 끝났을 때 차량은 마치 계산된 퍼즐처럼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그제야 마음을 놓고 함께 짜장면으로 점심을 나누었다.


오후로 접어들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마당은 순식간에 진흙탕으로 변했다. 차를 돌리려는 순간 바퀴가 빠졌고, 돌과 나무를 받쳐 간신히 벗어나려 해도 다시 빠지기를 반복했다. 잠시 고민하다 철재 배수로 덮개를 떠올려 바퀴 앞뒤에 받쳤고, 직원분들과 힘을 모아 결국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작은 지혜와 협력이 위기를 넘기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임지를 향해 출발했다.


아내가 차량을 사용해야 하는 형편이라 이동 수단이 없어 이사업체에 부탁했더니, 흔쾌히 화물차 한자리를 내어주셨다. 손님을 태우는 일은 드문 일이라며 웃으셨다. 트럭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사업체의 자랑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냥 책임감 있게, 손님이 만족하시도록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 평범한 말속에서 오히려 일의 본질이 느껴졌다.


큰 트럭의 높은 좌석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음을 트이게 했다. 직원분들은 전국을 오가며 일할 때면 소풍 가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힘들다고 생각하면 이 일은 절대 할 수 없다고 했다. 일을 대하는 태도가 곧 에너지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도착지에는 이미 사다리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조직이 살아 있다는 것은 머리와 손, 발이 제자리를 알고 움직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지만, 직원분들은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차분하게 작업을 이어갔다. 6톤에 달하는 짐이 200킬로미터를 이동해 무사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밤 8시가 넘어 배달 음식으로 함께 저녁을 먹었고, 비를 잔뜩 맞은 사다리차 기사님은 차 안에서 식사하며 전화로 나에게 저녁을 제공해 준 데 대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루를 함께 이사하며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은 힘든 일을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정확했다. 사고는 태도로 이어지고, 태도는 실행력을 낳는다. 말보다 행동이 앞섰고, 책임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다. 오늘 이사를 하며 만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새로운 출발을 앞둔 나에게 가장 필요한 실천적인 가르침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언행의 실행이다. 오늘 배운 그 태도를, 새로운 환경에서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다.



2024년 1월 대전에서

2023년 12윌 이사하는 날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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