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수업

by 전우 호떡

방 너머 아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내는 온라인 학습지 교사로 지금 수업하는 중입니다. 매일 오후 3시경부터 9시까지 매주 백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문제를 풀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의 이름을 정감 있게 부르며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래요. 최고! 예! 예, 맞아요! 한 번 해볼까요! 우리 친구 잘할 수 있어요! 잘할 수 있겠지요!” 끝으로 “그럼 이제 인사 나눌게요. 안녕히 계세요”라는 따뜻한 음성에는 마치 머리 숙여 공손하게 인사 나누는 태도가 느껴집니다. 수업하는 동안 아내의 밝은 음성과 정감 있는 분위기는 학생들의 답변을 유도하면서 자신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아내는 학생들의 반응을 변화시켜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저녁도 잊은 채 대여섯 시간 동안 열변을 토하는 모습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감동을 더합니다. 상냥하고 명랑한 음성과 자신을 낮추면서 학생들을 존중하는 친절한 태도, 절대로 다그치지 않고 부정의 언어를 표현하지 않는 정성스럽게 가르치는 태도는 최대치의 노력을 다한다는 최선의 뜻과 일치합니다. 또한, 최고를 지향하면서 모든 힘을 다 기울이는 전력투구라는 표현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은 자신의 즐거움과 업을 찾아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고,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근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내가 직업을 갖는다는 의미는 개인적으로 자기 일에 충실하고, 가계에도 보탬이 되고, 사회적으로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등 여러 가지 좋은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아내는 대화하면서 주의 깊게 듣고 반응하면서 ‘까르륵’ 숨이 넘어갈 듯 웃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아내의 상쾌한 웃음과 상냥한 태도, 그리고 대화 중에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반응은 지금 수업 중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아내는 에너지를 많이 쓰느라 지쳐서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광경을 눈에 선하게 그리면서 ‘일을 안 하면 안 되겠냐’며 내심 안쓰러워하십니다. 가족을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아내를 대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무엇보다 자기 일을 즐기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수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기운이 나고 열정이 느껴지면서 나에게도 선한 에너지가 전달되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김홍신 작가는 강연에서 "물과 공기는 맛과 향기가 없어 지겹지 않게 평생 함께할 수 있는데, 우리 삶은 반대로 무미건조하면 재미가 없고 즐겁지 못해 힘들고 어려워진다"라고, "그래서 인생은 한 번밖에 없기에 행복과 평안을 위해, 맛깔나게 살기 위해 애써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누구에게나 유일한 인생을 희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내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정지해 있지 않고, 존재감을 높이면서 사회적으로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 가려는 의지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면서 평소 습관대로 배려 있는 말씨와 사려 깊은 태도가 장점이 되어 교사로서 학생들과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고, 회사에서 맡은 역할을 주도적으로 당당히 해내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를 잘못해 인생을 송두리째 날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 시대에 나는 어깨너머로 세상에 통용되는 품격과 태도에 대한 가르침의 정수를 아내로부터 체험하고 있고, 동시에 자신을 위한 투자는 미래를 그려가는 중요한 자산임을 배우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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