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달리면서

by 전우 호떡

두 달 보름여 만에 달렸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나는 그동안 쉬면서, 달리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치지 않고 건강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꼈다.


허리 근육을 다쳐 한 달 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고, 이후 한 달 보름여 동안 걷기만 하다가 오랜만에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어젯밤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해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춰놨지만, 노곤함에 일어나지 못했다. 조금만 더 잔다는 생각으로 눈을 떴더니 어느새 8시였다. 7월 한여름, 해는 이미 중천에 떠 맹렬히 비추고 있었다.


달릴까 말까 잠시 망설였지만, 한동안 운동을 못해 불어난 체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달려야 했다. 요즘 저녁 모임이 잦아 고기도 먹고 후식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윗배가 나왔고, 체중은 평소보다 3킬로가 늘었다. 밤에 누울 때 배가 불러 호흡이 어려울 정도였다. 근본적인 문제는 식단을 조절하지 못하고,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며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한 것이었다.


몸을 풀고 두 달 만에 무거워진 발걸음을 재촉했다. 늘어난 체중에 비해 발목은 변함이 없었다. 출발하면서 육중한 하중을 느끼며, 오랜만의 달리기가 쉽지 않음을 직감했다. 사람은 부족하거나 잃어버린 것을 통해 가치를 깨닫지만, 오늘 나는 반대로 조금 더 채워진 나를 통해 비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차분히 나만의 페이스를 찾기 위해 천천히 달리며 적응했다. ‘하나-둘, 하나-둘’ 느린 속도로 박자를 맞추고, 나만의 호흡을 찾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불볕더위 속 달리기는 무척 힘들었다. 아침인데도 공기는 이미 오후 한낮처럼 뜨거웠다. 피부가 공기와 접촉하며 땀으로 흠뻑 젖었고, 상의는 금세 젖었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달궈진 대지가 수직으로 열을 쏟아내며, 나는 수평으로 나아가려 애썼다. 위아래에서 작용하는 열기는 마찰이었고, 이를 극복하려 한 걸음 한 걸음 더 힘껏 내디뎌야 했다.


폭염 속에서 달리며 “조금만 달리고 멈출까?”라는 안일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생도 시절 훈련을 떠올리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당시에는 방탄헬멧과 전투화, 총, 심지어 완전군장을 메고 달렸다. 땀이 배출되지 않는 갑갑한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달렸던 경험에 비하면, 지금의 달리기는 호사였다. 나는 다시금 감사함을 느끼며 달려 나갈 수 있었다.


나는 혼자 달렸다. 날씨가 더워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은 거의 없고, 내 주위에는 오직 자연뿐이었다. 태양이 나를 비추며 동행하고, 대지는 뜨겁게 달구어 나를 시험했다. 길가의 수풀은 내 키만큼 자라, 내가 지나는 길목마다 연신 향기를 내뿜으며 맞아주었다. 짙푸른 하늘과 콘크리트 대지, 그 사이 초록의 수풀과 나뭇잎들이 나를 인도했다. 혼자였지만, 자연과 함께 달리는 느낌이었다.


한 시간여를 달렸다. 얼굴에 땀구멍이 터져 큰 땀방울이 떨어졌다. 그때 아버지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여름날,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다 땀이 주르륵 흐르던 모습을 보고 나는 걱정했었다. 아버지는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하셨고, 흘린 땀은 자식을 위해, 생계를 위해 애쓰셨던 삶 그 자체였다. 나는 생도 시절 수련에서 평생 흘릴 땀의 절반쯤 흘렸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한참 부족한 양임을 깨달았다.


집에 돌아오자 아내와 둘째가 놀라며 나를 맞이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샤워를 해도 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결국 찬물에 길게 샤워하며 체온을 내렸다. 두 달 보름여 만에 달리며, 여름 한복판에서 자연과 소통하고, 이전 달리기의 호흡과 페이스를 회복했다. 무엇보다 흘린 땀을 통해 아버지의 삶과 철학을 되새기고, 그 삶의 태도를 아내와 둘째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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