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이 주는 시간

by 류하 스텔라

이번 가을은 시작부터 멈춤으로 다가왔다. 감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허리 통증이 밀려왔고, 곧 오른쪽 다리까지 힘이 빠져 버렸다몸이 내게 강하게 신호를 보낸 것이다.


서둘러 정형외과를 찾았고, 신경차단술을 연속으로 받았다. 네 번째 주사까지 이어졌을 때,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났다. 남들에게는 무난히 지나가는 용량이라 했지만 내 몸에는 과했다. 며칠 동안 다리에 힘이 빠져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통증보다도 ‘다리에 힘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더 크게 흔들었다.


나는 빨리 회복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약물의 힘을 빌려 한 번에 나아가 보자는 작은 욕심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거꾸로였다. 욕심은 부작용으로 되돌아왔고, 그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돌아보면 언제나 그랬다. 내가 의욕적으로 밀어붙일 때마다 어김없이 제동이 걸렸다. 이번에도 결국은 몸이 나를 멈춰 세운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억지로 버티지 않기로 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그림을 그리고, 손주를 돌보고,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며, 남편 도시락까지 챙기면서 균형을 지켜왔다. 그러나 작은 균열 하나가 균형 전체를 무너뜨렸다.


몸이 쉬자고 할 때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이 시간을 몸과 마음이 함께 쉬어가는 기간으로 삼기로 했다. 조금 더 좋은 생각을 품으며, 회복을 기다리기로 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