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어긋났을때

by 류하 스텔라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큰 실패가 아니어도, 내가 정해둔 흐름이 조금만 비껴가도 마음은 쉽게 흔들린다. 이번 촬영도 그랬다. 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 사실 앞에서 허무했고, 생각보다 오래 쓸쓸했다.


나는 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더 필요한 것임을. 언젠가 다시 도전할 수도 있음을. 그러나 계획이 무너졌다는 현실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마치 내가 게을러서, 내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된 것처럼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사실 큰 병도 아니다. 치명적인 위기도 아니다. 다만 내 몸과 마음이, 내가 기대한 속도를 견디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자꾸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왜 이렇게 잘 안 될까.” “앞으로의 시간도 계속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돌아보면 나는 늘 비슷한 방식으로 버텨왔다. 애써 몸부림치기보다는, 흔들림을 견딜 만큼 견디다가, 적당한 때를 기다린 뒤 다시 일어나는 방식이었다. 억지로 일어서지 않고, 물속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수면 위로 천천히 떠오르는 것처럼. 지금도 나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나를 다잡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멈춤이 끝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계획이 어긋났다고 해서 삶 전체가 무너지는 건 아니다. 지금의 이 시간도 언젠가 돌아보면, 다음 걸음을 위한 준비였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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