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주 생각한다.
나는 지금,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가.
몸이 멈춘 시간 동안 알게 되었다.
나를 힘들게 한 건 통증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계속 해내야 한다는 마음,
그 마음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멈춰 보니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
멈춘 건 세상이 아니라,
내가 만든 계획표였다.
그 안에서 나는 늘 달리고 있었다.
해야 한다,
놓치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안 된다—
그 익숙한 말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 단단함이 조금 버겁다.
그래서 한 번은 다 내려놓았다.
운동도, 글도, 해야 한다는 마음도.
비워진 하루는 잠깐 기쁘고 오래 낯설었다.
해야 할 일이 없는데도 마음은 쉴 수가 없었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존재가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자유를 원했지만,
정작 자유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몰랐다.
의무는 무겁지만 익숙했고,
자유는 가볍지만 외로웠다.
그 둘 사이의 공허를 견디는 법을
나는 이제야 배우고 있다.
자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다.
그건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다.
하루를 조금 덜 채우고,
조금 덜 조급하게 살아보는 일.
그림을 그릴 때, 잘 그리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선 하나에 마음을 맡기는 일.
손주가 웃는 얼굴을 볼 때,
다른 생각 없이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일.
몸이 덜 아픈 날,
그 하루에 고마움을 느끼는 일.
그런 순간들이 내게는 자유다.
해야 하는 일이 없어도 괜찮은 하루,
그 하루 속에서 나를 허락하는 마음.
자유는 세상을 떠나는 게 아니라,
조용히 나에게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오늘도 그 길 위에서 연습 중이다.
잘 해내기보다, 잘 살아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