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 한 생명의 탄생이 내게 남긴 것

by 류하 스텔라




작년 10월 29일,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났다.

나의 손주, 나의 세대가 이어진 증거였다.

이제 곧 그 아이가 첫돌을 맞는다.

한 해가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세월은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 시간 동안 내 마음은 오히려 더 느려지고, 깊어졌다.


젊은 시절의 나는 ‘아이를 키운다’는 말속에 모든 의미를 담고 살았다.

어떻게 하면 잘 자라게 할까,

무엇을 가르치면 좋을까,

늘 정답을 찾아 헤맸다.

그때의 나는 ‘삶’을 계획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삶은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 것임을 안다.

이제 손주의 웃음 속에서

나는 생명의 신비를 새삼 느낀다.

그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본다.


나는 요즘 자주 생각한다.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화려한 말이나 물질적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

삶의 태도와 마음의 온기다.


누군가를 향해 부드럽게 말하는 법,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는 법,

작은 일에도 감사를 느끼는 마음.

그게 내가 평생 걸어오며 어렵게 배운 것들이니까.


이제 돌봄은 의무가 아니라 선물이 되었다.

돌보는 줄 알았지만,

어느새 그 아이가 내 마음을 돌보고 있었다.

나이 듦 속에서도 새 생명이 내 삶에 찾아온다는 건,

다시 한번 사랑할 이유를 얻는 일이다.


내가 이 아이에게 남기고 싶은 건

삶은 언제나 다시 시작된다는 믿음이다.

돌아보면, 나의 하루하루가 그 증거였다.

고요 속에서도 꽃이 피고,

멈춤 속에서도 마음은 자라왔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좋다.

다만 내 삶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든다면,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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