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기억이 머무는 곳

by 유혜빈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넘치네… 할렐루야~


무서운 꿈을 꾸었을 때

어린 시절부터 불러오던 찬양가이다.


새벽 3시 반… 문뜩 눈이 떠졌다.

다시 자려고 아무리 뒤척여도 잠은 오지 않는다.

어두운 새벽의 고요함은

오히려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

불 꺼진 방 안이 괜히 무섭고…

내일의 피로가 벌써부터 겁이 나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가슴을 조인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강 같은 평화’를 조용히 흥얼거리게 된다.

어린 시절,

무서운 꿈을 꾸고 일어나 울먹이며 불렀던 그 찬양,

어른이 된 지금도

무서울 때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그 익숙한 멜로디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찬송가이지만,

내 안의 소란스러운 생각들을

하나씩 내려놓게 해 준다.


단 1분 동안에도 수없이 들끓고 식었다가

다시 올라오는 복잡하고 사소한 고민들이,

노래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간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아니지만,

머리 아픈 걱정에 휘둘리지 않게

나를 붙잡아주는 게, 참 신기했다.


이 노래는 어릴 적,

할머니가 자주 불러주시던 찬양이기도 하다.

마음이 힘든 날에는 나는 언제나 할머니 곁으로 갔다.

할머니의 방은 늘 열려 있었고

나의 손을 꼭 잡고 하나님께 기도를 해주셨다.


“하나님이 들으시고, 도와주실 거야”


기도가 끝나고 나면, 이상할 만큼 마음이 가벼워졌다.

울음을 꾹 참으며 기도하던 그 순간들…

할머니의 따뜻한 숨결과 손길이 아직도 느껴진다..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할머니의 작은 방 안에서 함께 기도를 하고

찬송가도 함께 불렀다.


할머니의 방은 나만의 조용한 예배당이었고,

나는 그 작은 교회의 열혈 신자였다.

헌금 대신 할머니의 심부름을 열심히 했고,

예배시간에는 할머니 무릎에 기대어

할머니의 기도를 들었다.


할머니랑 아무리 다퉜던 날에도,

기도하는 그 순간만큼 할머니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인자하고 현명하신 목사님이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있다.

고등학교 때,

오랫동안 친했던 친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나에게 처음 겪는 죽음이었다.

그날 밤 친구가 꿈에 나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무서움과 슬픔에 떨며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나 너무 무서워…

친구가… 자꾸 슬프게 쳐다봐…”


“이리 와, 마지막으로 할 얘기가 있었나 보구나.

할미랑 같이 기도해 주자.”


늦은 밤, 할머니와 나는

함께 친구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그날 밤 친구는 다시 꿈에 나와

미소 지으며 나에게 인사했다.


“고마워…”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그 친구가 할머니의 기도 속에서

천국으로 따뜻하게 떠났다고 믿는다.

무거웠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고,

마치 하나님이 내 마음을 토닥여주신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기도는 기적이 되어,

마음의 가장 깊은 어둠까지도 밝혀준다는 것을…


그날 밤, 나는 마음이 평화로웠고 편히 잠들 수 있었다.

할머니는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을

말없이 곁에서 만들어 주셨다.


아직도 그 방의 공기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할머니방 한켠 작은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할머니가 기도하던 목소리,

그리고 손을 꼭 잡아주시던 온기.

그 모든 것들이 ‘강 같은 평화‘ 속에 녹아 있는 듯하다.

할머니는 내게 처음으로 ’ 마음의 평화’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신 분이다.


오늘도

내 마음 속에는

강 같은 평화가… 또 한 번, 조용히 넘쳐흐른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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