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건, 특별한 순간보다
평범한 하루에 숨어 있었다.
한동안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며 눈물을 흘렸다.
수많은 명대사들이 쏟아졌고,
장면마다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그건 대단한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지나쳐온 장면들이었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묵묵히 희생하고,
서툴지만 깊은 마음으로 사랑을 전하는 어른들의 모습.
그런 장면들을 마주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 가족들이,
그중에서도 두 분 할머니가 떠올랐다.
주인공 관식이와 애순이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인물은
관식이 할머니와 애순이 할머니였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전했고,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조용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그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두 할머니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유독 마음이 움직였고,
몇 번이고 눈물이 났다.
나의 친할머니는 관식이의 할머니처럼
사랑을 때론 거칠게 표현하셨다.
그 마음이 오해를 살 때도 있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늘 자식과 손주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단단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일이라면 늘 망설임이 없으셨다.
관식이 할머니가 매일 아침,
물을 떠다 놓고 기도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들려주기 위한 것도 아닌
매일같이 조용히 반복되던 그 기도 속에는
가족이 무사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나의 친할머니도 늘 기도를 하셨다.
사랑은 꼭 다정한 말이나
눈물겨운 포옹으로만 전해지는 건 아닌 듯하다.
그런 조용한 기도 하나,
눈에 잘 띄지 않는 행동 하나가
진짜 마음이었음을 나는 이제야 알 것 같다.
애순이가 힘든 마음으로 할머니를 찾아갔을 때,
할머니는 조용히 안아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니 속… 내가 안다. 내가 다 안다.”
그 짧은 한마디에 세상의 모든 위로가 담겨 있었다.
나의 외할머니는
애순이의 할머니처럼 말수는 적으셨지만
그 다정한 눈빛과 손길 하나면 충분했다.
곁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내 모든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셨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바라보는 눈빛,
작은 손짓 하나로
내 마음을 다독여주신 분.
그 곁에 잠시만 앉아 있어도
마음이 놓이고, 세상이 덜 외롭게 느껴졌다.
그 평온함은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다.
나는 두 분 할머니 곁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속상했던 일도, 감사했던 순간도 많았지만
지금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건
늘 따사로운 그 품과 그 눈빛이다.
이제는 점점 흐려져 가는 기억들이
완전히 잊히기 전에 이렇게 기록해두고 싶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던 두 사람.
내가 받은 사랑을,
이제는 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셨던 그분들의 이야기를,
오늘 내 마음 깊이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