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판 :: 영화 :: The Fencer

Miekkailija, Vehkleja

by 류현

The Fencer(스포주의)


한국에선 '나의 펜싱 선생님'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실화 기반 에스토니아/핀란드 합작 영화. 영화는 에스토니아 체육교사이자 펜싱 코치로 에스토니아 펜싱의 레전드라 불리는 엔델 넬리스(Endel Nelis)의 이야기를 담았다.


엔델 넬리스는 1925년 9월 28일 에스토니아 라네마(Läänemaa)주, 파찰루 교구(Paatsalu vald) 태생으로, 요하네스 켈레르(Johannes Keller)와 마리에 켈레르(Marie Keller)의 아들이다. 켈레르(Keller)로 태어났지만 넬리스(Nelis)로 성을 바꿨는데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시 시대상황을 생각해 봤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을까 한다.


타르투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체육 교사와 펜싱 코치로 일하기 위해 합살루로 갔다(태생지인 라네마주의 주도가 합살루다.). 이후 펜싱 종목 중 에페만을 가르치는 비영리기구 'En Garde' 클럽을 창단했다. 엔델 넬리스의 당시 제자들이 플뢰레와 사브르, 에페 대회에 전부 출전한 것으로 보아 클럽 창단 초기에는 펜싱 전 종목을 가르쳤던 것 같다. 이 클럽은 현재도 합살루에서 운영 중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펜싱 선수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이 클럽 출신 펜싱 선수들로는

1. 니콜라이 노보스욜로브(Nikolai Novosjolov): 1980년 합살루 태생, 세계선수권 금메달 2개(2010, 2013), 은메달 2개(2001, 2017). 유럽선수권 은메달 1개(2012), 동메달 1개 (2017)

2. 카이도 카베르마(Kaido Kaaverma): 1968년 합살루 태생, 총 3번의 올림픽 출전(1992, 1996, 2000), 세계선수권 동메달 1개(1999년 서울), 은메달 1개((2001년)

3. 헤이디 로히(Heidi Rohi): 1966년 합살루 태생, 유럽 선수권대회 동메달 1개(2001),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1개(2002), 유럽 선수권대회 은메달 1개(2003)

4. 크리스티나 쿠스크(Kristina Kuusk): 1985년 합살루 태생,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1개(2014), 금메달 1개(2017), 유럽 선수권 동메달 1개(2012), 금메달 2개(2013, 2016) 등이 있다.



엔델 넬리스는 에스토니아 펜싱의 레전드/창시자라고 불린다. 여기서 '레전드'는 '국제대회에 출전해 수상 경력이 좋아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선수'의 의미가 아니라, 전쟁의 피해로 고아가 된 어린아이들에게 펜싱을 가르치면서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고, 위에 언급한 En Garde 펜싱 클럽 창시자로 에스토니아 펜싱 역사가 엔델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붙은 수식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50년대로, 구소련의 에스토니아 2차 지배 기간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나타내 주는 영화 속 요소로는 아이들 목에 둘러진 빨간 스카프와, 펜싱선수였던 얀(Jaan)의 할아버지를 구소련군이 찾아내어 러시아 유배지로 보내기 위해 데려가는 장면 등이 있다. 구소련은 에스토니아를 지배할 때 문화, 예술, 스포츠, 언어 등에 대한 제재가 심했고 주로 무력을 이용했다.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만약 이런 시대적 배경과,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관계를 모른다면 이런 장면이 좀 생뚱맞게 보일 수 있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1952년 구소련군의 눈을 피해 합살루 체육교사로 오게 된 엔델 넬리스가 아이들에게 펜싱을 가르치기 시작해,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펜싱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야기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엔델 넬리스의 실제 삶과 다른 부분이 있다.


실제 엔델 넬리스. 출처:https://www.fencing.net/14981/trailer-estonian-film-fencer/

각본은 에스토니아 극본가인 안나 헤이나마(Anna Heinämaa)가 썼고, 메가폰은 핀란드인 감독인 클라우스 헤뢰(Klaus Härö)가 잡았다. 안나 헤이나마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합살루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엔델 넬리스의 희생정신과, 합살루에 남아있는 그의 유산을 알게 되어 흥미를 느껴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안나 헤이나마는 엔델 넬리스의 딸과 그를 아는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고 각본이 완성되었다.


감독 클라우스 헤뢰는 스크립트 읽고 흥미를 느껴 메가폰을 잡았다. 처음 각본가에게 연락받았을 땐 '1950년대는 너무 우울한 사건뿐이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하지만 대본을 읽고 마음이 변했다고 한다.


영화는 2015년 완성되었고 오스카, 아카데미를 포함한 각종 영화제에 외국어 부문으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실제 엔델 넬리스와 펜싱 수업 받는 아이들. 출처:https://sport.ohtuleht.ee/765971/legendaarse-vehklemistreeneri-endel-nel


엔델 넬리스의 감독 하에 실제 레닌그라드에서 열린 펜싱 대회에 출전한 인물들이나 경기 결과에 대해 찾을 순 없었지만, 그의 첫 제자들이 1963년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탈린에 열린 에스토니아 챔피언쉽에서 상을 탄 것으로 보아, 레닌그라드 대회 역시 좋은 성적으로 잘 마무리했을 것 같다.


1967년 에스토니아 SSR 코치(The Estonian SSR coach)에 이름을 올리고 1993년 4월 12일 합살루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 타이틀은 에스토니아 SSR(Estonian Soviet Socialist Republic, 구소련 지배 당시 에스토니아 국가 이름)의 대법원 상임 간부회(Presidium)가 "스포츠와 체육 활동에 큰 공을 세운 코치"들에게 부여했다.


외손자 스텐과 딸 헬렌. 출처:https://online.le.ee/2015/03/16/vehkleja-kaks-lugu-elu-ja-tode-filmis/


영화에도 나오듯 엔델은 일메 넬리세가(Ilme Nelisega)와 결혼했다.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낳았으며 아들 피터는 펜싱 코치로, 딸인 헬렌은 치어리더, 펜싱 코치가 되었고 헬렌의 아들 스텐 프리니츠(Sten Priinits 1987년생), 그러니까 엔델 넬리스의 외손자는 할아버지의 길을 따라 펜싱 선수로 활약 중이다. 그리고 할아버지 이름을 떠나서 2015년 유럽 선수권 대회 은메달리스트로도 유명하며, 역시 En Garde 클럽 출신이다. 헬렌은 사진작가로서 아버지 활동 사진을 많이 남기기도 했다.



영화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내용:

1. 겨울 북유럽에선(아마도?)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싸고 다닌다. (추워서 귀가 찢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 한국 와서 습관적으로 겨울에 몇 번 스카프 둘러싸고 나갔는데 왜 히잡 하고 다니냐는 사람들 너무 많이 만났다. 처음엔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몰라 당황했는데, 북유럽 문화를 모르면 히잡으로 보일 수 있겠다 싶어 여기에 사족을 붙였다. 히잡 아니다.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대의 무교 국가다. 대부분이 무교다.)

2.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문화예술체육인의 경우 구소련군이 집까지 찾아와서 러시아 시베리아 벌판으로 보내버리기 일수였다.

3. 영화는 패르누, 합살루, 탈린에서 촬영했다. 영화 기차역은 실제 합살루 기차역이다.



영화 다 보고 읽으면 재밌는 부분

실제 엔델 넬리스의 삶과 영화가 다른 부분:

1. 엔델 넬리스는 합살루 도착 전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

2. 합살루에는 1952년이 아닌 1950년에 도착했으며 2학년이 아닌 1학년을 가르쳤다.

3. 수염을 기르지 않았다.

4. 체육관 안에서는 절대 부츠나 일반 신발을 신지 않았다고 한다. 맨발이거나 스포츠화만 신었다고.

5. 레닌그라드에서 열린 펜싱 대회에 출전한 건 사실이지만 펜싱대회 후 구소련군에 잡혀가지 않았다.

6. 실제 레닌그라드 펜싱 대회에 출전했던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아닌 중학교 수준의 청소년들이었다.(만 13~14세)


영화감독 및 출연진들 관련:

1. 사실 주인공 엔델 넬리스 역을 맡은 매르트 아반디(Märt Avandi)는 연극을 주무대로 하는 연기자이지만 엄청 유명한 코미디언 중 한 명이다. 연극, 음악, 코미디, 극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2010년에는 The 2010 European Film Awards의 호스트였다. 영화는 주로 유머가 전혀 없는 드라마 위주로 필모를 쌓았다. 라크베레 극단 출신으로 현재는 패르누 극단에서 활동 중이다. 코미디는 주로 오트 셉(Ott Sepp)과 함께 한다.

2. 얀(Jaan)의 할아버지이자 이전 펜싱 선수 역할의 에스토니아 원로 배우 중 한 명인 램비트 울프삭(Lembit Ulfsak), 2017년 3월 22일 작고하셨다.


영화 공식 홈페이지(캡션에 출처에 대한 언급이 없는 사진은 여기서 가져왔다):

http://thefencermovie.com/images/


외손자인 스텐 프리니츠의 2014년 경기 영상(2015년 유럽 선수권 대회 은메달 영상을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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