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시간

국내영화

by 류현


“이 얘기를… 네가 믿어줄까?”

엄마를 잃은 후 새아빠와 함께 화노도로 이사 온 ‘수린’.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홀로 지내는 수린에게 ‘성민’이 먼저 다가온다.
둘만의 암호로, 둘만의 공간에서, 둘만 아는 추억을 쌓아가는 그들.
어느 날,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친구들과 산으로 가고
그곳에서 모두가 실종된 채, 유일하게 수린만 돌아온다.

그리고 며칠 뒤, 자신이 성민이라는 남자가 수린 앞에 나타난다.
‘멈춰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되었다는 성민.
수린만이 성민을 믿어주는 가운데
경찰과 마을 사람들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성민은 쫓기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너만, 나를 믿어주면 돼”
세상은 몰랐던 특별한 이야기

(출처: 네이버 영화 페이지)


감독: 엄태화

각본: 엄태화, 조슬예

출연: 강동원, 신은수, 엄태구, 김희원, 권해효, 이효제 등



movie_image.jpg 출처: 네이버 영화페이지


스포주의



동화를 영상으로 옮겨 만든 영화가 있다. '성장'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아름답게 연출해낸 영화로 영상미가 가장 큰 볼거리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전개는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나온 그대로다. 엄마가 재혼했지만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새아빠와 함께 화노도로 이사 온 '수린(신은수)'에게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를 찍었을 때 몇 살이었는지는 몰라도 첫 영화를 아주 잘 이끌어준 수린 역의 신은수라는 배우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제작보고회 때 감독이 얘기했던 것처럼 얼굴에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게 영화 속에서 빛을 발했다.


배우 강동원은 뭐. 이 영화는 전우치를 보고 필모그래피를 둘러보다 발견한 영화였기에 연기력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마스터 - 전우치 - 가려진 시간 - 검사외전 - 군도 순으로 강동원 필모그래피를 하루 만에 몰아봤는데 영화마다 각각의 캐릭터를 개성 있게 표현했다. 그리고 영화 별로 시간 텀이 상당히 길었던 것 같은데... 왜 꾸준히 예쁜 것인가. 하. 내가 남자를 이런 점에서 부러워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외모는 둘째 치고, 몸 선이 상당히 아름다운 배우인 것 같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동굴에서 찾아낸 알은, 그 알을 발견한 이들의 시간만 흐르게 하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알이 얼마의 시간을 멈추게 하는지는 알 수 없어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이 신비로운 마법이 깨질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쓸쓸히 성장했다.


아이들이 가려진 시간 속에서 성장하는 장면은 아주 짧지만 임팩트 있었다. 연출을 아름답게 했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 생각하는 모든 고민과 걱정이 스무살만 되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그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영화가 흘렀다.


난 판타지 영화는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흥미도를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면 해리포터. 해리포터 시대에서 함께 자랐고 그들 또래이기도 하나 전혀 그쪽 취향이 아니다. 그래서 해리포터는 1편 말고 본 적이 없다. 다른 판타지나 SF영화도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달랐다. 처음에 판타지라고 써져 있길래 그냥 안 볼까 하다가 '판타지' 장르의 강동원의 연기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요즘 아빠어디가 1기를 줄기차게 되돌려보고 있는 중이라, 아이들이 주연인 영화를 찾아보고 있었고. 순수함이 필요했다. 답답해진 머리를 맑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정말 만족했다. 큰 스크린에서,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은 우리 모두가 어렸을 적 한 번쯤은 꿈꿔봤을, 상상해 봤을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영화 대사 속에도 있는 것처럼.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도대체 누가, 언제, 왜, 정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세상 위에 열심히 서 있는 많은 '나'들은 '스무 살은 어른'이라는 공식을 믿고 자랐다. 스무 살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믿음. 상상. 소망. 희망 속에서 어쩌면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시기를 즐기지 못한 채 자랐다. 게다가 나이가 듬에서 오는 또 다른 걱정을 알지 못했다. 어른의 세계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기에 행복할 줄만 알았다.


이 영화는 그런 공식을 아주 부드럽고 창의적으로, 아름답게 깨부순다. 어렸을 때 난 스무 살이 되면 내 세상이 변할 것이라 믿었다. 모든 게 바뀔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와 이 변화가 오는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간 속에 가려져 우리에게 아주 천천히 다가올 뿐이다. 눈치채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면,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가장 자유로웠던 시간을 되돌아보고, 꿈꾸고, 기억하고, 추억하고, 상상한다. 시간은 너무 잔인해 역방향으로는 흐르지 않으니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보다 더 무섭고 괴롭고 쓸쓸한 것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가려진 시간 속에서 멈춰진 이들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 성장한다면 과연 건강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멈춰진 시간 속의 시계가 다시 흐르기 시작할 때 날 기억해 주고 기다려 줄 이가 있을까. 변해버린 나를 알아봐 줄 누군가가 있을까. 내가 살아있음을 알려줄 누군가가 있을까.


절벽에서 떨어지는 수린을 살리기 위해 성민은 다시 한번 알을 깼다. 두 번째로 멈춰버린 세상에선 성민 혼자 남았다. 공중에서 멈춰있는 수린을 데려다 해변가에 눕혀놓고 얼마나 오랜 시간 바라봤을까. 두 번째 가려진 시간은 성민에겐 절망이었을까 안도였을까. 혹은 희망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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