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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진 Aug 16. 2017

딸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왜 오대수는 스스로 근친상간을 선택했는가





오대수는 스스로 딸 미도와 사랑에 빠지기로 결심했다. 영화의 마지막, 오대수가 최면술사에게 '비밀'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고 한 이유가 바로 그 증거이다. 스스로 근친상간의 길을 선택했다는걸 곱씹어본다면 최면을 통해서 '비밀'이 지워졌는지는 중요한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우진의 말처럼 우리는 잘못된 질문을 했기 때문에 답을 찾지 못한 것이다. '오대수의 기억은 지워졌는가?가 아니라 왜 오대수는 자신의 딸을 사랑하기로 결심한 것인가.'라고 물어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놈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거 아닌가요'


오대수는 자신이 딸과 성관계를 맺고 사랑에 빠졌다는 기억을 지워버리지 않는다면, 개와 함께 빌딩에서 떨어진 '넥타이 남'처럼 혹은 이우진의 누나처럼 스스로 죽음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넥타이 남은 당최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모르는 오대수를 만났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렀는지 모르지만, 오대수는 살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게 될 최면술사를 만난다. 그렇다면 왜 오대수는 살고 싶었던 것일까.


스스로 죽지 않기 위해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 남자 오대수. 즉 딸을 사랑하기로 결심한 이 남자의 선택은 충분히 이해가능한 영역에 있지만, 떨어지는 두 명의 남자와는 다른 선택이었다. 근친상간을 한 이우진은 스스로 죽었고, 넥타이남 역시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죽기를 결심했기 때문이다(여기서 넥타이 남과 강아지는 떨어져 죽고, 이우진의 누나 또한 떨어지며 이우진 역시 펜트하우스에서 아랫층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죽음을 맞는다). 세 명의 남자 중 유일하게 오대수 만이 '삶'을 택한다. 그는 왜 삶을 선택했을까? 미도가 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도를 사랑하게 된 자신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일까. 




"실장님. 미도는 진짜로 오대수를 사랑하게 된 걸까요..벌써..?"



오대수가 스스로 죽지 않고 살기를 택했던 것은, 미도를 딸로써 사랑한 것보다, 여자로써 사랑한 것이 더 컷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자. 만약 그가 딸로써 미도를 더 사랑했다면, 미도를 떠났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죽음으로써든 어떤 방법으로든 말이다.  이우진의 예상과 달리 그들의 사랑은 생각보다 일찍 이루어졌으며, 깊이 스며들었을지 모른다. 여기서 오대수의 대사 또한 의미심장하다.





"예전의 오대수였다면 미도가 날 이렇게 좋아했을까"


물론 이 장면은 오대수가 자신과 미도의 비밀을 알기 전이다. 그러나 15년의 감금으로 인해 예전의 오대수는 온데간데 없고 딸에 대한 기억도 없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오대수의 정체성은 완전히 사라졌고 딸에 대한 기억도 없기 때문에 이우진이 그토록 싫어했던 '말이 많던 오대수'는 정신적으로 죽었고, 그 때문에 복수를 실패로 돌아갔다. 오대수는 미도가 사랑할만한 남자(말 수가 적은)가 되었으며 그들은 깊게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죽음이 아닌 삶을(기억을 지움으로써) 택했기 때문이다.  




오대수는 미도의 선물로 '날개'를 샀는가


떨어져 죽는 인물들. 이우진과 넥타이남 그리고 이우진의 누나와 강아지. 오대수가 미도에게 주는 선물로 '날개'를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떨어져 죽지 않게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우진이 오대수에게 '비밀'을 말하기 바로 전 장면에 이런 이미지를 넣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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