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러려고 애쓰는 사람입니다
최근 네트워킹 목적으로 진짜 시니어 개발자분과 온라인 미팅을 한 일이 있었다. 내가 타 서비스에서 쓴 글이 인상깊었다고 연락하신 분이었다. 글을 잘 쓴다는 칭찬도 처음이고,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오신 분이 몸소 먼저 요청해주셨는데,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하여 결국 온라인으로 만나뵙게 되었다.
문제의(?) 그 글은 프론트엔드 분야에 대한 오해들이 사실인지 궁금해하는 예비 개발자의 질문에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남긴 답변이었다. 언젠가부터 반응이 쌓이더니 내가 개발자로서 어딘가에서 이렇게 관심받았던 적이 있나 싶을정도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미팅을 요청하신 시니어 개발자분께 조심스럽게, 왜 그 글을 보고 연락해주셨는지 여쭤봤다. 여러 경험 해봤고, 그 경험들이 잘 녹아들어있는 글이라 생각했고, 이렇게 글 쓰는 분이라면 개발도 잘 할 것 같다고 생각하셨단다. 나로서는 내가 해왔던 다양한 경험들이 무엇 하나 빠짐없이 가치있고 그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점이 글에서 보였다는 게 정말 감사했다.
미팅 동안 별 얘기 하진 않았지만, 내가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쩌다 이직을 하게 됐는지, 어쩌다 프론트 개발을 하다 백엔드 개발을 하게 됐는지 등을 주제로 얘기했다. 나는 평소에 생각했던 내 가치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정말 감사하게도 나의 이런 생각을 차분히 공감하면서 대단한 생각이라 많이 띄워주셨다.
그 미팅동안 한 일년간 들을 긍정적인 피드백은 다 들은 기분이라 미팅이 끝나고 기분이 많이 좋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틀리지 않구나, 내가 이제껏 실패했던 것들에서 많이 배웠구나.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점점 어디선가 불안함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사실 다른 티타임 요청들도 있었고, 미뤄둔 상태인데, 뭔가 내가 진짜 진짜인가? 내가 정말 그런 칭찬을 받을만한 대단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러 관심을 받으면 혹시나 개발을 그만둔다고 설치거나 하진 않을지 망상형 인간은 미리 거기까지 고민해뒀지만, 막상 작은 관심이지만 관심을 받다보니 스스로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많이 생긴다. 내 글을 잘 봐주는 만큼, 실제로도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는 긍정적인 부담이 말이다.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닌데. 그냥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덜 크게 실패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안에서 조금이나마 내가 얻은 것을 생각하고, 개발 그 자체보다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내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나 자신에 대해 계속 고찰하고 검열하는 사람인데.
대단하게 봐주는게 좋으면서도, 보이는 만큼 ’진짜‘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개발 공부에 더 열심이 되고 있다.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심을 내가 또 나를 위한 기회로 좋은 방향으로 바꿔야지.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더 대단해지려고 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