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u Ing Oct 18. 2022

식물을 키운다는 것

그리고 키운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

제작년 독립을 하면서 인테리어 목적으로 식물을 들이고, 들이다보니 키우게 되면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내 일상이 되었다. 식물 관련한 전공을 한 친구도, 식물을 잘 키우는 것은 드루이드의 피가 흘러야만 한다며 들인 식물을 모두 쑥쑥 대품으로 키워내는 나를 보고는 신기해했다. 식물을 키우는 삶은 어떤것이며, 내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식물이 좋아하는 따뜻한 해가 드는 가을날에 이 글을 작성해본다.


1. 부지런해야한다.

식물 키우기에 푹 빠지면서 점점 키우는 식물이 늘어갔다. 많은 식물을 하나하나 케어하기 위해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식물을 살펴봐야한다. 가드너의 하루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암막커튼을 열고 시작한다. 식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물을 줘야하는지, 벌레는 생기지 않았는지, 식물이 말라가고 있는지, 영양상태도 확인한다. 자취했을땐 베란다가 없는 오피스텔이었고 창문을 열고 살 수는 없기에 출근하기 전에는 꼭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치고 나간다. 퇴근하고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물등을 끄고 방충망을 열고 창문을 닫는다. 그리고 식물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출근해있는 동안 잘 자랐는지 확인한다. 벌레가 생겼던 식물은 집중 케어에 들어간다. 주말에는 내 키만한 식물을 화장실에 옮겨 물샤워를 시켜준다. 그리고 흠뻑 물을 준다. 자기전에도, 자고 일어나서도 틈 날때마다 식물을 세세히 관찰한다.


2. 관심을 가지고 적절히 조치해야한다.

식물을 매일 관찰한다해도 식물은 알아서 잘 자라지 않는다. 낮 시간동안 햇빛이 잘 들어야 하고, 여름이든 겨울이든 실내 공기가 잘 순환해야하고, 물을 잘 주되 너무 많이 주지 않아 뿌리가 무르지 않게 해야한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꼭 살핀다. 흐린날에는 식물등을 설치하고 켜고 나간다. 해가 좋은 날에는 햇빛만으로 충분하므로 굳이 식물등을 켜지 않는다. 겨울에 추워서 창을 못여는 날씨면 서큘레이터를 틀고 나간다. 통풍이 되지 않는 곳에선 식물 뿌리가 금새 무르거나 식물이 활기를 잃는다. 역시 추워지면 창가에 있던 식물은 방으로 들인다. 특히나 다육이같은 더운 날씨를 좋아하는 식물들은 조심한다. 반대로 온도차를 즐기고 강한 바람을 좋아하는 식물은 일부러 창가에 두고 바깥 바람을 쐬도록 한다. 

물주는 주기 역시 모두 같지 않다. 매일 살펴보고 흙이 전체적으로 말랐다 싶으면 물을 흠뻑 준다. 식물의 종류마다, 자란 정도에 따라 물 주는 양과 주기는 모두 다르다. 분갈이때 역시 식물의 특성에 맞게 흙을 배합하고, 물을 유독 좋아하는 식물은 가볍고 물이 잘 안빠져도 되는 플라스틱 화분을 사용한다. 물을 좋아하지만 뿌리가 약한 화분은 물을 자주 줄 결심을 하고 배수가 좋은 흙 배합과 통풍이 잘 되는 토기를 사용한다. 튼튼하고 큰 식물은 물 주기가 힘드니 가벼운 플라스틱 화분을 사용한다.


3. 과한 관심은 금물이다.

잘 자라지 않는 것 같은 식물을 분갈이 해주다가 오히려 죽인 경험이 나에게도 있다. 적응하려고 성장이 더뎌지거나 잎을 떨구고 있는 식물을 들쑤시면 오히려 해가 된다. 하지만 이 식물이 적응하려 하는 것인지 그저 시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차이점이 없기에 가드너는 어렵다. 관심을 가지지만 조금씩 천천히 변화를 주는 것이 지금까지 그나마 터득한 방법이다. 식물마다 예민한 정도도 다르고 잘 자라다가 예민해지는 경우도 있기에 예측할 수는 없다. 적당히 지켜보면서 은근한 조취를 취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변화가 있다면 그 방향성으로 조금씩 적응하게 한다. 그렇게 해서 다시 살리면 정말 뿌듯하다. 물론 뿌듯해할 때 더 조심해야 한다. 다시 잘 자라기 시작했다고 가위를 들었다가 죽인 식물도 있다.


4. 자라는 식물에겐 더 큰 그릇이 필요하다.

해가 너무 더운 여름과 식물이 성장하기 어려운 겨울이 지나면 분갈이를 위한 화분과 흙을 구매한다. 식물은 뿌리가 자라야만 성장할 수 있다. 화분이 너무 작다면 뿌리가 더 자랄 수 없기에 더 크게 성장할 수 없다. 식물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화분 레벨업이 필요하다. 더 큰 화분과 충분한 양분에 뿌리가 심겨야 더 큰 물에서 놀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큰 화분으로 점프하면 뿌리에 비해 흙이 머금는 물의 양이 많아져 분갈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뿌리가 물러 식물이 죽기도 한다. 적절한 레벨업이 핵심이다. 

때론 일부러 같은 크기의 화분으로 분갈이하는 경우도 있다. 이대로가 가장 예쁜것 같은 식물이거나 더 크게 키우기엔 내 여유가 안될 때, 계절을 지나 영양분이 없어진 흙을 털어내고 새 흙으로 갈아준다. 뿌리가 예민하지 않은 식물은 일부러 뿌리를 정리해주기도 한다. 물론 뿌리를 정리하면 잎과 줄기도 같이 정리해주는 것이 좋다. 식물의 뿌리와 뿌리 위는 비례해서 자라기 때문이다.


5. 매일 변화에 즐거워한다.

식물이 폭풍성장하는 시기면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이, 퇴근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얼마나 자랐을까, 이번 새 잎은 어떤 무늬로 나올까 이번 잎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꽃봉오리가 얼마나 맺혔을까, 번식해둔 유묘가 얼마나 자랐을까, 새 촉이 나왔을까. 남들은 자세히 봐도 모르는 변화지만 매일 다른 식물의 성장은 키우는 즐거움이다. 이 새잎이 크고 멋지게 나오기 위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지켜보고 케어했던 것이리라. 식물이 잘 성장하면 그동안의 고생은 물 밀려나듯 씻겨져나간다. 식물마다 성장하는 시기도 다르기에 매일 다른 식물들이 내게 깜짝 이벤트를 선사한다. 가끔 깜빡 잊고 있었던 식물이 폭풍성장해있는 것을 보면 미안하면서 고맙기도 하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계속 새 식물을 들이게 한다. 



식물을 키우는 것처럼, 주니어들도 잘 키우고 싶다.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각자의 역량에 맞게 조치하고. 때로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서 응원하고, 때로는 더 성장할 수 있는 도전과제를 준다. 그리고 성장해가는 모습에 즐거워하고싶다.

그리고 식물을 키우는 것처럼, 나도 잘 성장하고 싶다.

꾸준히, 나의 변화에 기민히 반응하면서, 가끔은 쉬면서, 가끔은 도전하면서 또 성장한 나 스스로에게 뿌듯해하면서.


나의 가드닝과 나는 많이 닮아있다.


작가의 이전글 안녕하세요 구직중인 5년차 개발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