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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Ing Apr 12. 2024

240411 3개월간의 취업 과정을 마무리하며

여러분이 궁금해하셨던 10문10답

지난 일기 이후 결과를 공개하기 조금 이른 듯하여 오늘은 그동안 받은 QnA를 중심으로 일기를 써 볼까 합니다.


0. 간단한 통계

- 총 기간 : 12월 27일 ~ 3월 15일


- 지원한 이력서 수 : 약 180-190 개

- 레주메 통과 수(리크루터콜) : 15개 회사 / 4개 불합

- 온라인 과제 : 4개 회사 / 1개 불합

- 기술 스크리닝 인터뷰 : 7개 회사 / 2개 불합

- Onsite 기술 본 인터뷰 : 5개 회사, 13번 / 3개 불합

- Behavior & Culture 인터뷰 : 2개 회사, 4번

- Team match call : 2개 회사, 3번

* 전반적인 프로세스는 레주메 제출 > 리크루터콜 > (온라인 과제) > 기술 스크리닝 인터뷰 > onsite 본 인터뷰 > team match call > offer 순으로 진행됩니다


1. 어떻게 미국으로 가게 되었는지

개발자로 일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에서 언젠가 일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던 중, 남편이 미국에 박사 후 연구원(포닥)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남편이 미국 포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옆에서 열심히 바람을 넣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먼저 나가 정착한 이후, 저도 한국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23년 12월에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2. 왜 미국에서 취업을 했는지

미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나는 왜 미국에서 일해보고 싶었나를 더 깊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멋져 보여서도 있겠지만 제 안에 있는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을 우러러보는 이유'를 돌아보고자 했습니다.

조금 더 이 기회에 대해 구체적으로 열망하게 된 계기는 EO의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을 인터뷰한 콘텐츠들이 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옳음'이 정말 옳은 것인지 고민되고 스스로를 의심하던 중 한기용 님, 크리스채님, 유호현 님 등 실리콘밸리에서 일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며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구나 싶으면서도 그 '옳음'이 당연한 문화가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 또한 '실리콘 밸리 00 회사의 한국인 멤버'로 다른 이들에게 제가 배운 것을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6년간 일하면서 최고의 회사, 최고의 멤버들과 일했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멤버들과 일하면서도 글로벌적으로 사랑받는 프로덕트를 만들기는 참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항상 우리가 참고했던 외국의 서비스들은 뭐가 달랐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들은 뭐가 다르기에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남편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그 궁금증은 더 커졌습니다. 정말 미국이 시장이 좋아서인지, 여기 사람들이 더 똑똑해서인지, 업무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말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일해보고 싶었고, 미국에서의 취업이 더더욱 간절해졌습니다.


3. 비자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저는 미국에 J2 visa로 나와있습니다. 포닥 연구원이 받는 비자인 J1소지자의 배우자에게 나오는 비자로 다른 배우자 비자인 H4 등과 다르게 취업이 가능합니다. 다만 J2 소지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따로 신청을 하면 취업 허가가 나옵니다. (EAD, Employment Authorization)

하지만 제 비자도 회사 측의 비자 지원이 필요합니다. 제 비자 상태가 남편에 의존적인 비자로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J1 소지자인 남편이 좋은 기회가 생겨 미국 포닥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취업하게 되면 제 비자 역시 더 이상 J2가 아니게 되거나 미국에서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 또한 이력서 제출 시 '현재 혹은 미래에 비자 스폰서십이 필요함'에 체크합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회사들로부터 탈락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장 일은 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내 학교 졸업생 신분인 OPT와 같이 비자가 유효한 기간 내에 일을 하며 회사의 H1B 서포트를 기다리게 됩니다. 실제로 비자 지원을 해주는 회사들로부터 Immigration 팀을 통해 채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제 비자는 비록 유효기간이 있고, 회사의 비자 서포트가 꼭 필요한 불완전한 비자이지만 미국취업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제 비자에 정말 감사합니다.


4. 어떻게, 어떤 포지션에 지원했는지

저는 한국에서 프런트엔드 개발자로 주로 일해왔으며 백엔드 개발자로 일한 경력도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 프런트엔드를 위주로 일해왔기에 Frontend Engineer 포지션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며 Fullstack Engineer, Software Engineer 포지션에도 지원했습니다.

경력상 Senior 포지션 지원이 가능한 경우엔 Senior에도 지원했으며 Senior 포지션이 아닌 mid, junior 포지션에도 지원했습니다. 제 경력인 5-6년으로 많은 회사의 senior 포지션에 지원하고 실제 senior로 인터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미국 학교나 미국 회사 등 배경이 없기 때문에 리크루터에게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는 없었고, 이력서 준비 후 LinkedIn을 통해 열린 포지션에 지원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전에 가고 싶은 회사의 career 페이지를 참고하기도 했지만 열려있는 포지션이 자주 바뀌어 회사의 career 페이지보단 LinkedIn 검색 및 알림을 더 많이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많지 않지만 레퍼럴을 받기도 했습니다. 주로 제가 가고 싶은 회사의 엔지니어분께 메시지를 보내 레퍼럴이 가능한지 물었고, 대부분의 분들이 흔쾌히 레퍼럴을 해주셨습니다. 레퍼럴을 받아 잘 된 경우도 있었고, 레퍼럴을 받고도 탈락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원한 목록을 노션에 꾸준히 정리했습니다. 끝에는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지만 프로세스를 진행하게 되었을 때 내가 지원했던 포지션이 무엇인지, 내 이력서 중 어떤 버전의 이력서가 좋은 반응이 있었는지, 그동안 어느 정도의 포지션에 지원했는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각각을 노션 페이지로 만들어 각 포지션에 대한 정보를 페이지 내 기록하고, 인터뷰 준비에도 용이했습니다.


5. 전반적인 시장 상황

처음 이력서를 넣기 시작할 때 첫 며칠 사이에 거의 70개의 포지션을 지원하며 저는 시장이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ㅎㅎ... 하지만 거의 답변이 오지 않았고, 1월 초 남아있던 포지션을 모두 지원한 이후에는 점점 지원할 것이 없어졌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분들 모두 지금이 가장 시장이 안 좋을 때라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몇 개의 회사와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좀 더 시장 상황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적은 확률로 리크루터에게 이야기를 나눠보자 연락을 받고 얘기를 나눠보면 거의 모든 포지션이 단 한 명을 뽑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인터뷰를 볼 수 있는 수가 현저히 적고, 모든 인터뷰를 통과하고도 채용이 안 될 수 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엔 오퍼를 받았지만 결정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이 매우 짧았습니다. 해당 회사에서 뽑는 수가 한 자리뿐이라 제가 결정하지 않으면 다른 인터뷰 통과한 사람들이 모두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군요.

저의 경우에는 mid ~ senior 포지션으로 지원해 그나마 지원할 곳이 좀 있었지만 junior, entry 레벨 채용은 거의 없는 것이 지금 시장의 더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6. 영어 어떻게 해결했는지

영어는 제가 겪었던 어려움 중에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저는 교환학생 때를 제외하고는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습니다. 다만 대학교 때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어 대학 생활 때 조금 영어에 친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해외 취업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생길 때부터 영어로 말할 기회를 늘려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회사에서 링글 수업을 지원해 줬고 그 기회로 약 8개월가량 링글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외 별다른 공부는 가끔 시도했지만 이어나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ㅎㅎ...

그러다 미국에 와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미국인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와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영어로, 한국어로 대화했습니다. 그 친구는 아마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저의 영어 실력을 기억하겠지요? 저는 다행히 수다스러운 편이라 모르는 사람과도 부족한 영어로 계속 말했고, 그런 저의 성향 덕분에 영어를 계속 뱉는 연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실전 리크루터콜이었습니다. 리크루터콜을 준비하기 위해 영어로 자기소개를 준비해 외우는 것부터 시작해 제 경험을 소개하기 위한 표현을 되짚었고, 계속 영어로 연극하듯이 제 얘기를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실전 통화에서 계속 단련했습니다. 이 질문에도 답해보고, 저 질문에도 답해보면서 저도 점점 레퍼토리가 늘었고 다양한 상황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하느라 어렵게 잡은 리크루터콜에서 저를 백 퍼센트 보여주지 못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본 인터뷰에서도 질문을 제대로 못 알아들어 다시 물어본 경험이 파다했습니다.

처음엔 영어로 열심히 말하다가도 스스로 문법이나 단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 말하기를 주저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 친구나 주변 분들이 의미만 전달되면 된다며 완벽한 영어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 주었습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최대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저 스스로도 조금씩 영어로 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영어 때문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를 반밖에 못 보여준다는 느낌도 들어요)

인터뷰과정에서의 영어는 개개인에 따라 학습방법은 다르겠지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되는 것 같습니다. 말이 짧아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면 외국인임을 알고 인터뷰에 들어오는 만큼 모두 이해를 해 주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대본을 써서 외워도 좋고, 중얼거리는 연습을 해도 좋습니다. 주요 단어만 익히고 프리스타일로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잘 못 알아들었을 때는 알아들을 때까지 질문하고, 부족하더라도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내 얘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두 가지는 영어실력과 달리 단기간에 챙길 수 있는 것이므로 미국에서의 인터뷰에서 꼭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7. 대략적인 인터뷰 후기

7.1. 회사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미국 회사들과 인터뷰를 보며 회사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틱톡과 같은 회사들은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했고, 핀터레스트는 기술보다 커뮤니케이션, 문제 정의 능력이 중요하다 느껴졌고, 에어비앤비는 기술도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했지만 회사의 가치와 맞는 사람을 뽑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술적인 부분을 넘고 나서는 회사와의 핏에 의해 합/불이 결정되는 느낌이었습니다. Hiring manager의 권한이 강력한 만큼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어도 매니저의 마음에 들어야 채용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떨어져도 핏이 아니었나 보다,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7.2. 도메인 지식을 물어보지 않는다.

저도 한국에서 많은 인터뷰를 하고 많은 인터뷰에 들어가 봤지만 이곳의 기술 인터뷰는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한 곳을 제외하고는 인터뷰 과정에서 리액트나 웹 기술에 관한 질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모호한 문제를 주고 그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 코드로 풀어내는 과정을 더 보았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개발자라면 문제 정의 및 해결 능력이 더 중요하고, 기술에 대해선 금방 익혀서 쓸 수 있으므로 지식은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이 의견은 제 적은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것으로 회사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


7.3. 문제를 틀려도 통과할 수 있다.

제가 봤던 기술인터뷰(대략 13번?)들에서 제가 항상 문제를 풀어낸 것은 아닙니다. 어떨 땐 문제를 다른 방향으로 시도하다가 시간 내 풀어내지 못했고, 어떨 땐 힌트를 정말 많이 받아 풀었습니다. 스스로 이 풀이로 해도 되나 싶은 풀이로 풀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긴가민가한 인터뷰들에서 모두 통과했습니다. 문제를 못 풀었더라도 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계속 질문하고 대화했던 모습, 헷갈릴 때 헷갈린다 얘기하며 머릿속 생각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던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떤 인터뷰어는 제게 ‘완벽한 엔지니어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엔지니어를 뽑는다’고 얘기해 줬던 기억도 납니다.


7.4. 능동적인 경험이 있길 잘했다.

제가 미국에 와서 가장 다행이라 느끼는 점은 제가 한국에서 일하면서 능동적인 경험을 많이 쌓았던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인터뷰 프로세스는 거의 항상 behavior interview가 있는데, 동료와 의견이 달랐던 때, 스스로 시도했던 것 등을 물어봅니다. 제가 만약 대기업에서 주어진일만 했다면 얘기할 거리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프런트에서 백엔드로, 스타트업으로, 초기 팀의 첫 번째 프런트 개발자로 합류했던 도전들이 이곳에서 정말 좋은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백엔드 경험이 있으니 풀스택 포지션에도 지원할 수 있었고, 첫 번째 프런트 개발자로 직접 여러 팀과 협업한 경험이 있으니 협업이 중요한 미국 회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도전을 하고 잘 안 풀릴 때 왜 사서 고생을 할까 싶기도 했는데, 이번 인터뷰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여러 도전을 했던 경험들을 회사들이 좋아해 주는 걸 보며 역시 가치 없는 경험은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결국 오퍼도 미국에 와서 도전하는 모습을 좋게 봐줬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8. 기억에 남는 인터뷰

8.1. 다소 자유로운 인터뷰어들

저는 인터뷰어로 인터뷰 들어가기 전에 긴장도 되고 어떤 사람들이 들어올까 검토하고 들어가는 편인데 여기에서는 편한(?) 태도의 인터뷰어들을 많이 본 것이 신기했습니다. 한 번은 인터뷰어가 카페에서 인터뷰에 들어와 뒤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하고, 통화 품질이 좋지 않아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또 한 번은 인터뷰어가 침대에 앉아있다가 제가 말하는 도중에 책상으로 옮겨 앉았던 적도 있습니다. 강아지가 울고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합니다. ㅎㅎ 아마 보통 채용하는 팀에서 인터뷰에 들어오기보단 회사차원에서 선별된 인터뷰어들이 들어오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8.2. 동양인들은 보통 질문을 잘 안 하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본 인터뷰어

Behavior interview를 보던 중 "동료와 disagreement 했던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제 경험을 얘기하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가 이전 회사에서 conflict을 만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유명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음을 말해야 더 좋은 프로덕트와 팀을 만들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 얘기를 들은 인터뷰어는 조금은 매뉴얼 했던 인터뷰 태도를 거두고 정말 좋은 경험이라면서 저에게 조심스럽게 정말 궁금한 얼굴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원래 동양인들은 질문을 잘 안 해? 내가 콘퍼런스에서 어떤 일본 매니저가 발표하는 것을 들었는데, 일본에서는 발표가 끝나고 질문이 있냐 물어보면 아무도 손을 안 든다고 하더라고." 인터뷰 한창 중에 들은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아시안들을 잘 대변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고정관념이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정말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계속 그 고정관념을 깨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다짐도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8.3. 다양한 억양의 인터뷰어들

미국 현지에서 인터뷰를 보며 정말 다양한 억양을 만났습니다. 중국어 억양이 센 인터뷰어도 있었고, 인도 억양의 인터뷰어, 그리고 말이 매우 빠른 서양권의 인터뷰어도 만났습니다. 대부분의 인터뷰어가 그래도 영어 사용이 유창하였지만 그대로 남아있는 그들의 억양을 보면서, 발음과 억양은 이곳에선 일 하는데에 문제가 되지 않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정말 좋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는지, 적당한 영어를 빠르게 말한 것뿐인지는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ㅎㅎ;;


8.4. 따뜻한 마음의 인터뷰어들

인터뷰를 진행하다 느낀 점은 많은 회사의 인터뷰어들이 따뜻하게 대해줬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소 사무적이거나, 분명 줌으로 들어와서는 다른 일을 하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걱정했던 분위기와 비교해 따뜻한 태도의 인터뷰어들이 많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연속으로 힌트를 요청하더라도 거의 다 왔다며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 준 인터뷰어나, 제가 정말 인터뷰어와 인터뷰 대신 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게 해 준 인터뷰어, 외국인인 제 말이 혹시나 잘못 이해되지는 않았는지 제 대답에 대해 rephasing 해줬던 인터뷰어, 인터뷰가 끝나고 질문에 대해 시간을 넘겨가며 성심성의껏 솔직한 대답을 해주는 이들을 보며 저도 제 인터뷰어로서의 면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인터뷰 끝난 후 인터뷰어들에게 링크드인 connect를 걸며 메시지로 한번 더 어필을 합니다. 제가 틱톡에서 탈락했다는 메일을 받았다고 메시지에 함께 보내자 인터뷰어였던 hiring manager가 답장으로 "너는 분명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야, 나는 너를 믿어"라고 보내주었던 것도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9. 멘탈 관리 비법

저는 멘탈이 많이 약한 편이고, 코딩인터뷰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취업을 시작하고 첫 달은 매주 주말마다 다운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 소식 오지 않는 주말이 없어졌음 좋겠다고 말입니다. (제가 링크드인에 공유하지 않고 몰래 쓴 일기도 있습니다.) 배부른 소리지만 레주메가 통과되지 않는 것이 당연했던 적도 처음입니다. 대체 뭘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리크루터와의 통화? 떨어질 수 있다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영어를 그렇게 못 할 줄도 몰랐습니다. 영어와 미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대학원에 가야 하나 생각도 했습니다.

만약 제가 혼자 미국에 갔더라면 전 절대 이 과정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항상 힘들 때마다 털어놓을 배우자가 있기에 매번 울고 용기를 받았습니다. 저희 남편의 T 식 위로도 눈물을 닦고 다시 승부욕을 불태우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터뷰 후 기력이 다할 때엔 집에 있는 고양이 맛탕이, 깜이의 옆에 누워 쉬었습니다. 너무 생각이 많을 때는 카레나 돈까스 등 시간이 걸리는 요리를 하며 머리를 비웠습니다. 일부러 발레 수업을 가서 몸을 쓰고 왔습니다.

그래도 멘탈은 계속 약해집니다.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한 단계씩 넘어갈 때긴 했습니다. 레주메가 통과하기 시작했을 때, 트라우마 가득했던 코딩인터뷰를 처음 넘었을 때, 인터뷰가 하나 둘 붙기 시작했을 때 저도 저에 대한 확신이 생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위로든 사실 결과가 생기기 전까지 완벽한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 일기가 있었습니다. 울어내면서 털고, 한 주를 일기로 정리하며 또 털고 마음을 다잡고, 이 일기를 매개로 많은 응원을 받았습니다. 왜 안될까 싶을 때마다 관심 버튼 하나로, 댓글로, 커피챗으로 보내주시는 무조건적인 응원들이 다운되어 가는 저를 계속 수면 위로 끌어올려 줬습니다. 그리고 많은 자극도 받았습니다. 나 정도는 명함을 못 내밀겠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해서 기회를 얻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다시 책상에 앉아 이력서도 더 내고, 자기소개도 더 외우고, 문제도 더 풀었습니다.

저는 취업 중이라고 주변에 많이 알릴 것을 권장드립니다. 그럼 기회나 도움이 한 번이라도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항상 부끄럽지만 이력서 피드백도 한번 더 받을 수 있고, 영어실력이 민망해도 mock interview도 한번 더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벌린 일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포기할 수 없게 됩니다. 저는 한국을 떠날 때 동료들에게 했던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는 말을 지킬 수 없을까 봐 진심으로 두려웠습니다. 이 일기를 공유하며 받은 관심에 비해 결과가 나지 않을까 무섭기도 했습니다. ㅎㅎ 하지만 그 덕분에 계속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10. 앞으로의 계획

이제는 미국에서의 진짜 적응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남편에게 빌붙어 사는 취준생이었다면 제 일을 해야 하고, 제 직장에 적응해야 하고, 제 세금, 제 비자도 챙겨야 합니다. 이제야 정말로 미국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합류하는 팀에서의 일도 기대가 됩니다. 제 능력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일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얼마나 공개할 수 있을지 입사 후 물어봐야겠지만 꾸준히 미국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입사 전까지는 제가 받은 도움을 저도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맨몸으로 미국 취업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운 것들을 다시 나누고 싶습니다. 미국에서의 취업이 궁금하신 분들, 현재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여러 형태로 제가 받은 것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 일기가 이 "미국의 무직 개발자" 시리즈의 끝은 아니지만 이 기회를 빌어 제 일기를 읽고 여러 형태로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생판 모르는 남의 취업기에 진심으로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미국의 조용한 산골 마을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서도 덕분에 혼자만의 레이스가 아니었습니다. 조건 없이 믿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시기들을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글을 잘 쓰고 싶던, '0과 1로만 얘기하냐'는 소리를 듣던 개발자에게 최고의 칭찬인 "글 너무 잘 읽고 있어요"라는 칭찬을 남겨주셔서 더더욱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때에만 귀신같이 조용히 해준 맛탕이 깜이와, 옆에서 제 슬픔과 고통,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해 준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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