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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Ing Mar 17. 2024

240316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상상도 못 한 정체의 등장!

지난주 수요일 이후의 업데이트들


2월 말 온사이트를 본 P사로부터 나와의 team match call을 하고 싶은 팀이 하나 있다는 연락이 왔다. team match call은 보통 인터뷰 통과 후 후보자에게 관심이 있는 팀의 Hiring manager가 직접 후보자와 얘기해 보며 적합도를 판단하는 과정인데, 나는 이 포지션에 team match call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지원한 포지션은 명백히 팀이 정해져 있는 포지션이었는데, 뭔가 Job description과 다른 점이 있거나 원래 포지션이 찼나 보다 했다. 중요한 것은 나를 뽑고 싶은 팀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팀의 Hiring manager는 나와 behavior interview를 함께 한 인터뷰어였다. 내 2개월의 취업기간에 감탄한 바로 그 인터뷰어 말이다. (지난 일기 참고) 나는 팀매치콜을 한다는 것 전에 내 스토리가 진심으로 그 매니저에게 닿았다는 점이 더 기뻤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곳에서 누군가에게 "날 뽑으세요!"라고 어필하는 과정이 항상 힘들었는데, 결국 내 스토리로 나를 뽑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겼다. 하지만 최종 오퍼가 나온 것이 아니므로 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주에 A사와의 온사이트 인터뷰도 있었기 때문에 지난 주말은 하루는 기뻐하고, 하루는 공부와 해당 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팀매치콜을 준비하며 바쁘게 보냈다. 내가 원래 지원한 팀이 아니라 정보가 없어서 나는 인터넷에 P사 해당 팀을 검색했고, 그 팀에서 발행한 예전 기술 블로그 글과, 최근 그 팀 소속 엔지니어를 인터뷰한 회사 콘텐츠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기술 블로그 글을 보며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지 파악하고, 회사 콘텐츠에 수록된 이름을 검색해 그 엔지니어에게 링크드인 메시지를 보냈다. 신기하게도, 그 팀 소속 엔지니어에게 답변이 왔다. 그렇게 팀매치콜을 준비했다.


월요일 팀매치콜 시간이 찾아왔다. 난 여러 걱정을 앉고 미팅에 들어갔다. 비록 그 Hiring manager가 나와 인터뷰를 해 나에 대해 알지만, 이 팀이 하는 일은 원래 포지션과 조금 달랐고, 이 팀의 requirement에 맞게 나를 어필할 필요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인상을 마구 뿜어내야 했다. 이 팀 말고는 채용 중인 팀이 없기 때문에 매치가 안되면 떨어지는 것이었다.


내 걱정과 달리, 그 인터뷰는 나보다 그 매니저가 더 어필하는 시간이었다. 팀과 업무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줬다. 내게 많은 것을 물어보진 않았다. 다만 나는 내가 준비한 질문을 최대한 많이 하고, 매니저의 말 사이사이 열심히 나를 어필했다. 30분이라는 시간이 거의 마무리될 때, 매니저가 뒤에 시간이 많지 않아서 다른 질문이 있다면 본인 이메일로 물어보라며 메일 주소를 알려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We want to have you in our team." 네가 우리 팀이 마음에 든다면 같이 일하자고. 오마이갓.


난 당연히 너무 좋지! 너무 좋아! 설레발을 떨며 미팅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내가 시간이 부족해 물어보지 못했던 것을 메일로 물어봤다. 나의 질문 10개에 대한 장문의 답변들이 담긴 메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나를 정말 뽑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지는 답변 길이었다. 아무튼 그렇다. 미국에서 드디어 나를 뽑고 싶어 하는 사건이 생기다니. 비록 예상하지 못한 팀이지만 정말 흥미로운 일을 하는 팀이었다. 여기선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고, 나 역시도 많은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그중 '내가 이 팀에 합류한다면, 나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장 나를 행복하게 했다. 


"내가 인터뷰에서 본 것으로는, 너는 매우 추진력이 좋고, 새 기술을 언제든 습득할 준비가 되어있고, 팀 플레이어인 것 같아."


나를 뽑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을 봐줬을 때의 기쁨이란! 나는 내 짧은 영어로 짧은 시간 동안 나를 어필하는 것을 드디어 성공해 냈다!


그 이후, 혹시 내가 이 팀에 합류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바보 같은 질문과 함께 Hiring manager와의 이메일을 마무리하고 나는 리크루터에게 다시 메일을 보냈다. 나는 이 팀이 좋고, 이 팀도 나를 뽑고 싶어 한다고 말이다.


그다음 날, 리크루터에게 메일이 왔다. "그 팀이 너를 뽑고 싶어 하고, 네가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너와 오퍼 단계로 들어가고 싶은데, 오후에 잠깐 통화할 수 있을까?" 나는 오퍼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기쁘면서도 동시에 오퍼 협상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걱정을 시작하게 됐다. 오퍼를 받아본 적은 없는데... 나는 빠르게 P사 레퍼럴을 해주신 분께 연락을 했고, 우리는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 내가 갑자기 협상 전문가가 될 수는 없으니 얻고 싶은 기준 하나와 협상하고 싶은 것 하나만 정리했다. 나한테는 아직 카운터 오퍼도 없고, 지난 회사의 보상도 한국 기준이라 오픈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신 나에겐 그 주 온사이트를 보는 A사의 base salary range가 있었다. 게다가 그 A사는 인터뷰 보기도 어려운 회사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 부분을 어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리크루터와의 콜에 나는 전의를 다지고 들어갔다. 하지만 김 빠지게도, 리크루터는 내 정보를 물어보려 전화를 건 것이었다. 내가 다른 오퍼가 있는지, 원하는 range가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 나는 대신 A사의 온사이트를 본다며 그 base range를 공유했다. 협상 자리는 아니었다. 나는 마음을 놓고, 혹시 내 온사이트 인터뷰에 대한 피드백을 들려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리크루터는 잠시 찾아보는 듯하더니 내 인터뷰 피드백을 들려줬다. "너는 다섯 번의 인터뷰에서 모두 Yes를 받았어. 그게 제일 컸어." 그날 밤 기쁨에 가라앉지 않는 마음으로 누워 핸드폰으로 적은 메모를 아래 붙인다.


0312 메모

P사에서 오퍼를 주겠다고 한다. 리크루터에게 전화를 받기 전까지 연봉협상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준비했다. 이렇게 저렇게 말해봐야지.

리크루터와 통화를 했다. Compensation팀과 얘기해 보고 알려준다고 한다. 한껏 긴장했던 게 좀 식었다. 나는 내가 인터뷰보고 있는 조건을 얘기했다. 과연 얼마나 나올까.

인터뷰 피드백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5 Yes란다!! 오늘 들은 소리 중 가장 반갑다. 5명의 인터뷰어가 모두 Yes라니! 심지어 가장 걱정했던 system design 인터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내가 인터뷰동안 느낀 그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거짓이 아니었구나. 내가 잘 해냈구나. 미국에서 영어라는 외국어로 인터뷰를 보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다. 내가 그래도 잘 해왔구나. 내가 한국에서 쌓아온 실력과 미국에서 현지 인터뷰에 적응하기 위해 고생한 것들이 헛된 것이 아니구나. 

어쩌면 오퍼를 받을 것보다 오늘의 이 인터뷰 피드백이 더 좋다. 


그 이후 어떤 오퍼가 올지 설렘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날을 보냈다. 이번 주 예정되어 있던 A사와의 마지막 온사이트를 준비하면서 말이다. 물론 예전처럼 엄청 열심히 준비하지는 못했다. 이미 오퍼를 곧 받는다는 마음으로 기분이 붕붕 떠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A사도 내가 정말 가고 싶던 회사라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열심히 하지만 좀 널널이 준비했다. 그리고 긴장을 안 해서인지 A사와의 온사이트를 잘 봐버렸다. 


A사와의 온사이트 인터뷰는 걱정을 많이 했다. 채용기준이 내 경력과 타이트하게 딱 맞는 시니어 포지션이기도 했고, 들어가기 어려운 회사라는 이미지도 있었다. 미국에서 알게 되어 mock interview를 도와주기도 한 아마존 엔지니어가 내가 A사 인터뷰를 본다는 소식을 듣고 "A사 인터뷰라니, 내가 너한테 배워야겠다."라고 하기도 했었다. 리크루터와의 통화를 통해 받은 팁과 예상 문제를 바탕으로 인터뷰 준비를 했다. 워낙 인터뷰 후기가 없는 회사인데 프런트엔드 포지션은 인터뷰 후기가 더더욱 없었다. 나는 이번엔 https://www.greatfrontend.com/ 라는 사이트를 통해 프런트엔드 인터뷰를 준비했다. JS, React 관련 코딩 문제를 연습하고, 아키텍쳐 인터뷰 대비를 위해 시스템디자인 문제를 공부했다. 인터뷰어가 예시로 알려준 문제도 있어 통 크게 한 달 프리미엄 결제를 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목요일 3타임, 금요일 한 타임으로 나뉘어있었다. 이번엔 behavior interview -> frontend coding -> frontend architecture / frontend coding 순이었다. behavior 인터뷰 시작은 영어 입(?)이 잘 안 풀린 첫 타임에 하기는 부담스러웠던 터라, 아침에 중얼중얼하며 입을 열심히 풀고, 온사이트 라운드에 들어갔다. 


behavior는 조금 어려웠다. 질문이 많았고, 그렇게 따뜻한 인터뷰어는 아니었다. ^^;; 다만 내 얘기에 공감을 많이 해주었다. 경험을 말하던 도중, 내가 다른 팀원들이 의견을 말하기 주저할 때 그들이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나 스스로도 의견 충돌이 있을 때 그것을 묻어두기보다 적극적으로 얘기해 더 좋은 팀과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얘기를 했을 때 인터뷰어가 가장 격한 반응을 보였다. 


frontend coding 인터뷰에서는 쉬운 문제를 주고, 3-4단 변화를 통해 문제를 심화시키는 패턴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45분이라는 시간 안에 빠르게 문제를 풀어야 해서 조급한 마음에 완벽한 풀이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문제를 해결해 냈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 


frontend architecture 인터뷰에서는 정말 놀랄만한 일이 생겼다. 가장 예상할 수 없고, 걱정한 인터뷰였다. 하지만 나는 인터뷰 문제로 리크루터가 예시로 들어준 그 문제를 받았다. 인터뷰에 들어갔는데 내가 어제 공부한 바로 그게 나오다니! 리크루터에게 콕 집어 '아키텍쳐 인터뷰에 대한 예시를 들어줄 수 있냐, 찾아봐도 도저히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물어본 보람이 있었다. 오예! 하는 마음을 감추며 열심히 아키텍쳐 문제를 풀어나갔다. 물론 공부했다고 해서, 인터뷰에서 완벽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당황하지 않고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거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A사는 내게 대입 상향지원 같은 회사라 온사이트를 봐도 통과할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리크루터와의 첫 통화 이후에 메일을 보내 기술 인터뷰를 따 냈고, 기술 인터뷰에서도 통과할 생각은 안 했다. 기술 인터뷰를 통과해 온사이트 기회를 받았을 때도 그저 경험해 보자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느낌이 왠지 좋았다.


온사이트 인터뷰 중 세 번을 본 그날 오후에 나는 바로 P사 리크루터와 오퍼 관련 통화를 했다. 그전에 여러 조사를 통해 내 기대치를 생각해 놓았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메일이 하나 왔다. 안부인사를 주고받으며 메일을 열었다. 협상을 어떻게 무슨 근거로 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연 메일엔 여러 항목과 함께 내 총보상이 적혀있었다. 오 마이 갓 내 예상을 넘어섰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정신을 겨우 붙잡고 각 항목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정도 수준의 보상인지 확인했다. 그리고 여러 문답 이후, 리크루터는 오퍼레터를 보내줬다. 내가 사인만 하면 되는 그 오퍼레터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응? 오늘 목요일인데? 나 오늘내일 온사이트 있어서 다음 주 월요일은 좀 힘들 것 같은데...? 리크루터는 곤란한 목소리로 그럼 최대로 미뤄도 다음 주 수요일이라고 했다. 오 마이 갓...


아무튼 어리바리하게 통화를 끝내고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통화를 하기로 했다. 아니 시장이 아무리 안 좋아도 그렇지 이렇게 업무일 기준 이틀 만에 답변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이것이 자리는 적고 원하는 사람은 많을 때 발생하는 일인가. 정신이 조금씩 돌아올 때쯤 나는 내가 첫 오퍼레터를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오퍼레터 받았다. 이거 현실 맞나...?


나 오퍼레터 받았다!!! 나 마음에 드는 보상으로 좋아하는 프로덕트의 흥미로운 팀의 오퍼레터를 받았단 말이다!!! 점점 감각이 돌아오고 흥이 오른 나는 또 집안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방방 뛰었다. 그리고 그 좋은 기분으로 금요일 A사와의 나머지 인터뷰를 너무, 너무 잘 보고 말았다. 


금요일 마지막 라운드에서 받은 문제는 내가 45분 안에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들지 않는 문제였다. 어렵다기보단, 해야 할 것이 많았다. 나는 이거 가능한 것 맞나라는 생각을 하며 문제를 풀었다. 문제가 술술 풀렸다. 웬걸 다 풀고 나니 45분 중 시간이 10분가량 남아있었다. 해내버렸다. 뭐 쉽지는 않았다. 내 인터뷰어는 반응이 별로 없었고, 거의 혼자서 계속 얘기해야 했다. 허허. 내 예정된 마지막 인터뷰가 끝난 후 나는 느낌을 받아버렸다. 이 온사이트에 통과할 것 같다는 느낌 말이다. 마지막 인터뷰가 끝난 한 시간 후, 나는 A사 리크루터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네가 모든 온사이트 인터뷰에 통과했어!' 오 마이 갓, '그러니 이제 세 번의 인터뷰를 더 보자' 오 마이 갓.


나는 A사 리크루터에게 내 가능한 시간을 보내며 물었다. 혹시 다음 주 수요일까지 결과를 받을 수 있을까...? 리크루터는 장문의 답변을 통해, 현실적으로 그게 어려울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내가 첫 번째 후보이고, 네가 나머지 인터뷰에 통과하더라도 그 안에 채용하겠다는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 포지션은 한 명만 뽑는다.) 하지만 너는 충분히 고려될만한 후보라고. 


나 어쩌면 좋지? 좋은 오퍼를 준 고마운 P사는 날 얼마 못 기다려준다 하고, 기적 같은 A사는 기다리면 어쩌면 될지도 모르고. 연애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아니고 나에게 문자를 계속 보내는 한 회사와 나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또 다른 회사 사이에서 고민해야 한다니. 좋은 기회들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 이런 상황은 미국에 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전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이 취업은 어째 끝까지 쉽지만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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