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오브 웨일스 2 눈의 거짓말

가끔 그런 방식으로 눈은 왕자를 속이곤 했거든.

by 류인환

반면, 그의 눈은 웜홀처럼 밀려드는 풀숲을 바라보고 있어.


한 밤 중 산등성이를 쉼 없이 달린다는 것.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 넘어진다면, 그는 또 잡히고 말 거야. 지난번처럼 경호원에게 포박당해 궁전으로 끌려갈 순 없잖아. 결심했어.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왕자는 지금 발의 도움이 절실해.




발은 많은 시간 동안 공중에 떠있었어.


왕자의 발바닥은 검은 안대를 쓴 채 지면에 얼굴을 묻었지. 약 1초 간의 둔탁한 입맞춤으로 지면의 얼굴을 알아채야 해. 흙바닥의 뺨에 발의 입술이 닿을 때. 발은 지면의 기름진 피부 그리고 성긴 풀로 이루어진 솜털을 느꼈어. 발은 본능적으로 알아챘어. 이 숲. 더럽고 성긴 존재라고. 이곳에 왕자가 정착한다면, 자신은 대리석 타일이 참 그리울 것이라고. 발은 왕자를 궁전으로 돌려보내야 했어.


발은 왕자에게 말했어.

발목이 꺾인 것을 보아 바닥이 틀어졌다!


3초 뒤 다시 말했지. 밟히는 것이 없다!


왕자는 곧 산비탈로 떨어졌어.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피부는 고통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 말했지만, 눈은 이곳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지된 공간이다 말해. 왕자는 눈을 믿지 않았어. 미약하게 유성처럼 떨어지는 빛 선이 보여. 경비원들의 랜턴일거야. 그것이 흐르는 선으로 보였던 이유는 그의 눈 역시 굴러 떨어지고 있기 때문일 거야.


곧 왕자는 공중에서 날아드는 거대한 나무에 머리를 맞았어. 아니. 거목은 움직이지 않았고 날아든 건 자신의 머리일지 몰라. 왕자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어. 아니. 왕자는 의식을 잃지 않았을지도 몰라.


어쩌면 눈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는 부동의 공간에 그냥 서 있는 것일지 몰라. 서있다는 것조차 명확하지 않았지. 이곳은 밤이기에. 자신의 육체가 보이지 않아. 어쩌면 밤이 아닐지도 몰라. 눈은 제 주둥이를 힘껏 닫고는 낮의 햇살을 숨겨 놓았을지 몰라.


가끔 그런 방식으로 눈은 왕자를 속이곤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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