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육체를 가진 것일까.
사람들은 그를 웨일스의 왕자라 불러.
아버지는 왕자를 유리잔처럼 아꼈지. 유난히도 병약했던 다른 자식들은 모두 죽고 말았기에. 그럼에도 왕자는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 소중한 것과 사랑한다는 건 다른 개념이니까. 잣대는 용도야. 그는 궁전에서 왕의 대체물로서 살아가. 신하들과 함께.
왕족과 신하는 종이 달라. 종은 깃발과 같아. 비슷한 생김새라도 종이 나뉨에 우리는 쉽게 그들을 먹잖아. 같은 언어를 공유했었다 해도 땅이 갈라지면 쉽게 건너편 그들을 죽이곤 해. 그런 의미에서 신하들은 매번 왕을 궁전 바깥에서 구해오곤 했어. 궁전의 생태계에서 왕은 외래종이며 늘 처절했지. 신하들은 왕을 철저히 자신의 목적에 맞게 사용했어.
밤마다, 신하들은 아버지에게 각본을 건네줬어. 그리고 훈육했어. 아버지는 잘 따랐지. 백성들. 즉 관중들 앞에서 마치 신처럼 근엄했어. 왕자가 광장 앞의 아버지를 우러러볼 때마다 신하들은 귓속말로 왕자에게 말하곤 했어. 예전부터 왕이 훌륭했던 건 아니라고. 신하들은 그동안 왕을 치장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키득거리곤 했어.
아버지는 특이한 구석이 있어. 철저한 훈련으로 첫 대관식을 무사히 치르기 전까지는 옷을 입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고. 아버지는 말했어. 입는 것은 늘 고통이다. 자신의 체모가 천에 덮이면, 눌린 모근이 피부 깊숙한 곳을 찌른다. 이는 자신의 털만큼 많은 가시들이 눈을 찌르는 느낌이다. 그래서 장님이 된 기분이다. 예전의 감각을 잃어버린다고. 옷을 입지 않았을 때 말이야.
왕궁에 들어가기 전, 그가 외진 곳에 살던 원주민이던 시절. 신하들이 핏줄을 찾아다니고 합격 종자인 자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홀로 살아갔을 때. 아버지는 무척이나 그 시절을 그리워했어. 지금처럼 의복을 몇 겹이나 껴입을 필요도 없었다고. 음식은 신하들이 던져주는 기름진 것보다 훨씬 신선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먹고 싶을 때, 스스로 구할 수 있었어. 분명 산의 삶은 처절했지만, 지금처럼 굴욕이진 않았다고 했어. 어쩌면 그때야 말로 자신이 왕일 때라고.
어느 새벽. 아버지가 신하들 몰래 날고기를 허겁지겁 먹을 때. 그걸 왕자가 발견하고 기겁했을 때. 아버지는 제발 신하들에게 알리지 말라 부탁했어. 자신에게 간곡히 무릎 꿇으며 비는 왕을 보며, 왕자는 같은 종으로서 모멸감이 들었어. 아버지에게 외쳤지.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자신은 죽은 것을 받아먹는 개가 되기보다 산 것을 잡아먹는 범이 되겠다고.
아버지는 오랫동안 그를 쳐다보았어. 그리고 얕은 미소로 말했지. 범 같은 존재가 되고 싶으면 산으로 가라. 그곳에선 분명 네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감각이 곤두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