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그에게 숲의 형상은 광선처럼 분해되어 쏟아지고 있는 중이야.
곤충의 검은 다리는 왕자의 몸에서 흘러내린 붉은 피로 흥건해졌어. 왕자는 이대로 죽을 수 없어.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참았던가. 왜 왔던가. 고작 벌레 한 마리로 태어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왔던가. 왕자는 피가 끓어올랐어. 뒷목에선 분노가 뭉쳐.
“카악!” 왕자는 목에 찬 피를 뱉듯이 비명을 질렀어. 그리고 입을 벌렸지. 크게 벌릴 수 있을 만큼. 턱 근육이 찢어지기 직전, 고개를 힘껏 내밀어 곤충의 더듬이를 물어뜯었어!
우-득.
곤충의 더듬이는 생각보다 쉽게 부서졌어.
벌레 갑각. 균열의 틈 사이로 포자들과 점액이 온천수처럼 뿜어져 나와. 생각보다 곤충은 딱딱하지 않았어. 이미 정령의 껍질은 오래된 시체이고. 안은 부드러운 버섯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왕자의 입 안은 벌레의 점액으로 가득했어. 달콤해. 왕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 그는 과시하듯 점액으로 가득한 흰 이를 드러냈어. 앞니와 혓바닥 사이로 정령의 백색 피가 흘러내려.
“그, 그러지 말게. 젊은이.”
왕자의 표정을 본 정령은 서둘러 다리를 내뺐어. 그리고 뒷걸음쳐. 그 와중에도 갑각 틈으로 달콤한 연유가 흘러나왔고. 외피는 잘근잘근 거리는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바스러지고 있어.
왕자는 벌레를 지켜보며 천천히 자신의 목을 더듬어보았어.
상처 부위는 불에 데인 듯 뜨거워. 때 묻은 손의 외피와 목의 드러난 내피와의 만남은 소스라치게 따가웠지. 고통은 더욱 신명 나게 왕자의 화를 돋궈.
그는 걷기 시작했어.
그러다 허벅지 혈관에 피를 쏟아 붓고 벌레를 향해 내달렸지!
의지가 급작스럽고 거대해서, 왕자의 망가진 몸은 버티지 못했어. 침묵하는 발. 발목을 접질리며 그대로 쓰러졌어. 그는 이전처럼 흙에 얼굴을 박았으나, 금세 벌떡 일어나 몸을 뒤뚱거리며 돌진했어.
“젊은이!” 정령은 비명을 지르다 이내 고개를 돌려 산비탈로 도망치기 시작했어. 왕자는 멈추지 않아. 몸의 진동이 발목에 전달되고 온몸을 옥죄는 고통이 느껴져.
“아아!” “악!” 입에서는 연신 비명. 그리고 분노가 뿌려져. 왕자는 네발로 산비탈을 휘저으며 벌레를 쫓아갔어.
정령은 말이 없어졌어.
곤충은 숲 바닥에 흰 점액을 흘리며 더듬이 감각을 지면에 집중했어. 한 발 한 걸음 실패하지 않으려는 듯. 왕자도 이제 입 소리를 내지 않아. 뒤뚱거리던 그는, 달리기 시작했어! 정령을 쫓는 행위 자체에 몰입해버린 듯. 더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 그의 눈은 숲 전체를 관통하듯이 좌우로 번뜩거렸으며, 코는 달콤한 연유 냄새를 쥐어짰어. 달리고 있는 그에게, 숲의 형상은 광선처럼 분해되어 쏟아지고 있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