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오브 웨일스 11 도기到記

갑각은 검은 도기처럼 광택을 발했어.

by 류인환

해는 하늘 중앙에 떠 있어.


빛이 잎사귀 빈틈으로 새어와 스포트라이트처럼 풀밭 한가운데 움츠린 그와 벌레의 시체를 비추었지. 갑각은 검은 도기처럼 광택을 발했어. 그 안엔 모유 같은 백색 체액이 반쯤 담겨 있어. 표면 위로 먼지처럼 일렁이는 포자들은 모래알처럼 햇살을 받아내는 중이야. 왕자는 마치 숲의 모유를 마신 듯 안락해. 궁전의 음식과는 달라. 몸 깊은 곳에서 타오르듯 솟아오르는 포만감.


손아귀를 갈고리 삼아 망가진 몸을 이끌었어. 나무 둔덕을 향해 기어갔지. 그루터기에 등을 기대고 한숨을 뱉었어. 입 속부터 우러나는 깊은 기압에, 핏방울이 작은 폭풍처럼 튀었어. 왕자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어. 목 상처가 늘어지는 아픔. 몸에는 붉은 핏자국, 그리고 눌어붙은 곤충의 하얀 체액이 페인팅처럼 뒤덮였어. 한쪽 발목은 벌겋게 부었어. 그럼에도 정신은 또렷해. 그는 자신에게 물었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몸은 대답했어. “왕자님이 마음을 먹는다면.”


손을 바닥에 짚고 몸을 일으키기 시작해. 발목은 갓 잠에서 깬 듯 비명을 질렀어. 그리고 종아리. 허벅지의 근육은 찢어진 섬모를 잡아 흔들 듯 경련하기 시작해. 허리는 칼에 찔린 듯 차갑게 시려. 이 모든 감각은 불 같은 붉은 덩어리로 느껴졌지. 왕자는 등 근육을 세우고 손아귀로 나뭇가지를 뜯어버릴 듯 힘을 줬어.


“악!” 붉은 고통은 그의 입으로 뱉어 나와. 일어섰어. 숲에 숨어 재잘대던 새들은 이내 소리를 멈췄고, 숲은 고요해졌어. 그래. 그는 다시 일어섰어. 나뭇가지에 앉은 애벌레가 보여. 왕자는 본능적으로 집어삼켰어. 벌레를 잘근잘근 씹으며 주변을 바라보았지. 더 큰 것을 먹고 싶어. 아버지는 그에게 말했었어.


"산으로 가라. 그곳에선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감각이 곤두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는 살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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