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정령. 종을 대표하는 존재니까요. 영원히 살아간답니다.
“잘 보았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놀라 왕자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어. 그 바람에 목에 난 상처에선 다시 피가 샜어.
“조심하세요, 아직 몸이 만신창이네. 저는 나뭇가지 위에 있어요.”
목소리는 높았어. 새와 비슷했지만 조금 더 짧았지. 왕자는 뒤를 돌아봤어. 그곳엔 작은 쥐 한 마리가 있어.
“누구인가?” 왕자는 쥐를 내려다보며 물었어. 팔과 다리 사이에는 날개가 붙어있어. 왕자가 보기엔, 이 생물은 새도, 쥐도, 곤충도 아니야. 그는 코를 들이밀어 냄새를 맡아보았고 뚫어져라 바라보았어.
냄새로 보기에 이 생물은 쥐와 같아.
“저도 정령입니다. 당신이 죽인 그 늙은 벌레와 비슷한 존재죠. 아, 그렇다고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어요. 마음만 먹으면 오랜 시간에 걸쳐 죽일 순 있지만. 지금 삶에 만족하거든요. 당신에 비해 작지만, 훨씬 오래 살 테니까.”
왕자는 되물었어. “오래 산다니?”
쥐는 상체를 일으킨 채 검게 반짝이는 눈을 감았어. 그리고 코를 킁킁댔지. 코를 찡그릴 때마다 입이 들추어졌고, 희고 번뜩이는 이빨이 드러났어. 설치류 특유의 긴 이빨은 백색 상아와 같았지. 특이하게도, 두 이빨 중 하나가 입천장 안으로 구부러져 있어. 기형의 이빨은 쥐의 입 천장을 상처로 헤집어놓았지.
“우리들은 정령. 종을 대표하는 존재니까요. 영원히 살아간답니다. 지금 제 육체가 죽어도 다른 쥐에게 옮겨가면 되니까. 날다람쥐라는 형제들이 멸종하지 않는 한, 저는 영원히 살 거예요. 게다가 우리들은 징그러울 정도로 새끼들을 많이 낳거든요.”
쥐는 웃었어. 입이 들춰질 때마다 구부러진 이빨은 다시 입안을 찔렀어. 조그마한 정령의 입안은 금세 선홍색 피로 물들어. “그 죽은 늙은 정령도 언젠가 다시 버섯으로 태어날 거예요. 저기 흩날리는 포자들 중 생존한 하나를 선택할 거예요. 당신을 죽이려던 것은 정령의 삶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죠. 정령의 특권인 영원의 삶을 포기할 만큼 당신의 육체가 탐났던 모양이에요. 저는 달라요. 정말로 만족합니다. 지금의 삶.”
왕자가 되물었어. “내게 잡아먹히게 생겼는데. 정말 만족해? 내가 아니라도 이곳엔 많은 짐승들이 있다고.”
쥐가 대답해. “하, 이 왕자라는 것 이해를 잘 못하시네, 저는 정령이에요. 올빼미든 늑대든, 누구에게 죽임을 당하든지 저는 다른 살아있는 동족에게 옮겨 붙으면 돼요. 그들은 내게 소모품이나 다름없어요. 영원히 산다니깐요. 저는 단지 날다람쥐의 삶을 즐기는 거예요. 새끼들 옆에 붙어 낯선 어미 쥐의 사랑을 받고, 심장이 터질 듯 풀숲을 뛰어다니고, 비행을 즐기고, 좋은 냄새를 맡고, 맛있는 벌레를 먹고. 이런 삶 말이에요."
쥐는 한참을 떠들다, 입안이 아픈지 표정을 찡그렸어. 그러다 문득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왕자에게 말했어.
"괜히 정체를 말했네. 당신, 배가 고프면 날 잡아먹어도 돼요. 지금의 몸은 이빨 하나가 구부러져 영 불편하거든요. 좀 더 건강한 형제의 몸에 옮겨 붙어야겠어요. 아, 대신 한 번에 머리를 쳐 죽여야 해요. 고통은 싫거든요. 지금의 이빨처럼.”
쥐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말해.
“자, 어서 죽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