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오브 웨일스 13 쥐의 이빨

"잔말 말고 날 죽여. 살고 싶으면”

by 류인환

“내가 왜 널 죽여야 하지?”

왕자가 질문하자 날다람쥐는 신경질 담은 목소리로 대답했어.“배고프지 않아요? 당신 그 덩치에 벌레만 먹고 살 건가요? 이 숲에선 아무도 당신을 위해 선행을 베풀지 않아요. 나도 새로운 몸이 필요할 뿐이에요.”


“그 벌레도 날 죽이려고 했어. 내 몸을 가지고 싶다며. 날 속이려 하지 마.”


“참나, 우리 정령들은 영생을 포기한다면, 자신이 죽이고 먹은 종으로 다시 태어날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죽임을 당하면 다시 영원의 삶. 그저 자신과 같은 종을 찾아 잠식할 뿐이죠. 당신이 날 죽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요. 난 영생이 좋아요.”


쥐의 말을 따르는 것이 이로운 선택일까. 왕자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어. 쥐는 모순덩어리 같았어. 손바닥에 쥐면 바스러질 것 같은 조그만 몸에 담긴 정령이라는 영생의 존재. 흑요석 같이 반짝이는 검은 눈망울에선 도무지 속내가 보이지 않아. 자신의 몸. 그렇게 탐낼 물건이었던가.




정령은 침묵하는 왕자를 보며 조급해졌어. 이가 무척이나 불편한 듯 입을 연신 오물거리며 말해.


“망할. 이빨 때문에 말하는 것도 고통이에요. 당신이 떠나면 난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몰라요. 아, 제가 하나 알려드릴게요.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생사에 관한 거예요. 알려줄 테니 보답으로 어서 나를 죽여요”


쥐는 말을 맺고는 작은 손으로 입 안을 매만졌어. 잠깐의 침묵 후 비밀을 털어놓듯 왕자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 말하기 시작해. "사실 당신 그 늙은 정령에게 곧 죽게 생겼어요. 당신이 먹은 독버섯. 온몸에 퍼져서 상처가 낫지 않는 거라고요. 그는 벌레가 아니에요. 독버섯이에요. 처음엔 거대한 곤충에 기생해 당신을 죽이려 들었지만 그건 속임수예요. 당신 곤충 체액에 가득한 연유를 먹었죠. 무척이나. 정령은 당신에게 죽은 것이 아니에요. 포자이니까. 당신 몸에 붙어 아직 살아있다고요. 당신 몸을 엄청나게 원해요. 영생도 포기하려 들잖아요. 그는 새로운 종이 되고 싶은 거예요.”


“내 몸은 이미 만신창이야." 왕자는 피가 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어. “내 몸을 그 벌레가 어쩌겠다는 거야?”


“우리는 정령이에요. 죽어가는 몸을 치유하는 것 정도는 쉽죠. 태어날 때부터 기형이거나, 이미 죽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 내가 당신을 늙은 정령에게 벗어나게 도와주고 몸도 치유해줄 테니 날 죽여요. 이렇게까지 부탁하는 것이 이상해? 고통이 싫다고. 멍청한 짐승 새끼들은 산채로 날 뜯어먹는다고.”


“내가 어떻게 믿지?”

왕자는 한번 더 되물었어.


날다람쥐는 한동안 침묵했어.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해. "잔말 말고 날 죽여. 살고 싶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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